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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신규직원에게 떡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아침에 신규직원에게 떡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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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무원 생활 7년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겨우 7년? 난 20년 동안 이런 일은 없었던 거 같아."

22일 월요일 아침, 출근을 하자마자 신규 직원인 이진희씨는 정성스럽게 랩으로 싼 떡을 직원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웬 떡?"

직원들 모두는 아침부터 떡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이진희씨는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짓습니다. 아마 모든 직원들에게 일일이 대답하는 것보다 한꺼번에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뭘까! 혹 집안에 어떤 경사가 있었는데, 우리 모두 모르는 건 아니었을까…. 직원들 모두 막내직원을 주목했습니다.

"실은요. 제가 엊그제 첫 봉급을 받았어요. 그래서 떡을 사서 나누어 드린 거예요."

그거였구나! 그런데 어쩌면 30명이나 되는 우리 과 직원 누구 한명도 이 친구가 첫 봉급을 받았는지 관심도 없었을까! 다른 직원들이야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계장이란 나는 뭔가! 솔직히 전혀 관심도 없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난 어머님께 선물 생각도 못했었는데...

"어이 신 주사! 첫 봉급 받았는데, 어머님께 뭐해 드렸어?"
"아무것도 안 해드렸는데요."

내가 공무원을 처음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나 첫 월급을 받았을 때 계장이란 분이 제게 물었던 말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며칠 전 어머님이 전화를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밥은 굶고 다니진 않니?" 

어머님은 첫 월급을 당신을 위해 어떻게 써야할지 생각도 못하는 자식이 굶지나 않는지 걱정을 하셨던 겁니다.

떡 선물에 그런 의미가 있었구나!

이 친구가 기특한 우리 막내직원입니다.
 이 친구가 기특한 우리 막내직원입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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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떡을 선물할 생각을 했니?"

빵, 사탕, 케이크도 있고,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피자도 있는데 왜 떡을 줄 생각을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궁금하세요? 궁금하면 500원" 이러면 좋을 걸, (내 느낌이지만) 평소 나를 어렵게 생각했던 녀석은 진지하게 그 의미를 말합니다.

"떡이란 나눔의 의미가 있잖아요. 옛날에 우리나라 농촌사람들은 떡을 하면 이웃 간에 나누어 먹었대요. 그게 정이었고…. 그런데 요즘 그런 나눔의 정이 사라져 가는 것 같아서 떡을 샀어요."

기특하다. 어떻게 어린 여직원이 그런 생각을 했을까! 사실 그렇습니다. 모두 다 개인주의 또는 이기주의로 변해가는 세상입니다. 옆의 직원이 야근을 하든 밤을 새든 내 일이 아니라면 별 관심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신규직원인 이 친구는 그런 분위기를 느꼈나 봅니다. 그래서 떡을 통해 나눔의 정을 표현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야단친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을 못했습니다

"인마! 아무리 술을 퍼마셨더라도 좀 씻고 출근하지 그래."

2년 전 어느 날, 아침 일찍 출근을 했는데 입사한 지 2개월 정도 된 직원이 꾀죄죄한 모습으로 책상에 엎드려 있었습니다. 이 녀석은 분명 밤새 술을 마시고 씻지도 않고 출근한 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게 아니고, 어제 말씀하신 계획서 때문에…."

순간 울컥했습니다. 사실 중요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전날 퇴근하면서 '이런 방향으로 계획서를 만들어 봐라'라고 말한 것뿐인데, 그 녀석은 밤을 꼬박 새워 계획서를 만든 겁니다. 그런데 그것도 모른 나는 '신규직원이 게을러 터져서 씻지도 않고 지저분한 모습으로 출근 했다'고 싫은 소리를 한 겁니다.

"우리 커피 한잔 할래?"
"네..."

"그래… 계획서는 다 만들었니?"
"한다고 해 봤는데, 계장님이 생각할 때 어떠실지 모르겠어요."

"내가 너한테 부탁하나 해도 되겠니?
"뭔데요?"
"오늘 너… 내가 과장님께 말씀 드릴 테니까 집에 가서 쉬어라."

괜찮다는 녀석을 인상을 쓰는 척 명령이라며 집으로 보냈습니다. (술이나 퍼마시고 게으른 녀석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던 게 못내 미안해서였습니다. 녀석을 집으로 보낸 후 컴퓨터를 열어서 밤새 만든 계획서를 보았습니다.

밤새 고민한 흔적이 묻어납니다. 내용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내가 의도했던 방향과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녀석의 성의 때문에 그 계획서의 글자 한자 고치지 않고 그대로 실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 꼰대 생각하는 거라곤...

"우리계 직원들! 비도 오는데 점심은 짜장면 먹으러 갈래?"

떡을 준 신규 직원의 표정을 보니 약속이 없는 눈치입니다. 또 다행히 부서 직원들 모두 같이 가자라고 했으니 그 친구는 짜장면이 떡에 대한 보답인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고리타분할까!"

내가 신규직원 때에 어느 선배직원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오늘 떡을 선물한 직원과 나는 25년 차이가 납니다.

"어이구 저 꼰대 생각하는 거라곤…" 혹시 내가 의식하지 못하고 한 행동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면 어쩌나…. '아!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옵니다.


태그:#이진희, #신규직원, #화천군, #화천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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