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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대표 이경희·아래 마창진시민모임)이 '희망 만들기' 행사를 하면서 창원 거리에 세워놨던 '서 있는 소녀상'이 밤사이 없어졌다.

마창진시민모임은 지난 18·19일 사이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 희망만들기'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사진전과 함께 문화공연, 토크콘서트(이상 첫날), 추모·명예회복 문화제(둘째 날) 등으로 구성됐다.

이 단체는 사람 키 높이 정도로, 한복을 입은 소녀상을 만들어 세워놨다. 이 소녀상은 목재로 제작됐으며 마창진시민모임에 따르면 약 5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갔다고 한다. 행사 첫날, 시민들은 소녀상 옆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소녀상은 서 있는 상태에서 손을 내밀고 있는 모습으로 제작됐다. 마창진시민모임은 "사람들이 손을 잡아 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라진 소녀상... "경찰에 신고해 경위 따질 것"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18~19일 사이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희망 만들기" 행사를 하면서 50여만원을 들여 만들어 세워놓았던 '소녀상'이 18일 밤 사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사진은 행사 첫째날 위안부 피해할머니와 회원들이 소녀상을 가운데 놓고 사진을 찍었을 때 모습.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18~19일 사이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희망 만들기" 행사를 하면서 50여만원을 들여 만들어 세워놓았던 '소녀상'이 18일 밤 사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사진은 행사 첫째날 위안부 피해할머니와 회원들이 소녀상을 가운데 놓고 사진을 찍었을 때 모습.
ⓒ 김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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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9일 아침 소녀상과 함께 주변에 내걸어 놨던 펼침막 2개가 없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경희 대표는 "18일 밤늦게까지 사진전을 열면서 가로수 옆에 세워놨던 소녀상을 그대로 두고 집으로 갔는데, 아침에 와서 보니 펼침막과 함께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환경미화원들이 새벽에 청소를 하면서 가져갔는가 싶어 창원시에 확인해 보니 가져가지 않았다고 했다"며 "창원시도 행사를 위해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치울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얼마 전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놨던 소녀상에 한 일본인이 와서 말뚝을 박는 테러를 저지르기도 했는데, 왜 그 생각이 자꾸 나는지 모르겠다"며 "경찰에 신고를 해서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주변 건물에 CC-TV가 있는지도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20일 오후 창원 용지문화공원에서 열리는 경남NGO박람회 때 소녀상을 설치해 행사를 치를 예정이었는데, 소녀상이 사라져 차질을 빚게 됐다.

"미안합니다 ... 다짐합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19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2012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명예회복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봉림고 댄스 동아리 학생들이 춤을 추는 모습.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19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2012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명예회복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봉림고 댄스 동아리 학생들이 춤을 추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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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19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2012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명예회복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분향 모습.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19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2012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명예회복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분향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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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창진시민모임은 19일 문화제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여성인권 역사를 바로잡자"고 호소했다. 이날 문화제는 김성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무처장의 사회로, 분향과 추모공연에 이어 추모문 낭독,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권경희 경남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미안하다, 할머니들께서 천 번을 넘게 수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목이 터지라고 외칠 때, 그리고 세계 각국으로 다니며 아픈 기억들을 토해내시며 군국주의 일본의 만행을 공개하실 때, 저희들이 제대로 소리 내 부르짖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19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2012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명예회복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권경희 경남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가 추모사를 하는 모습.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19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2012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명예회복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권경희 경남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가 추모사를 하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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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일상의 무게와 소소한 쾌락에 눈멀어, 여러 할머니들이 모진 세월을 견뎌내고도 그늘에서 억울한 눈물 흘리실 때, 부정한 여성들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셨을 때도 모르는 척 침묵한 저희들, 너무 미안하다"며 "같은 여성으로서, 같은 역사 속의 국민으로 그 아픔을 몰랐던 저희가 죄스럽다"며 반성했다.

권 공동대표는 "이제는 할머니들께서 홀로 목 쉬지 않도록 저희들이 더 크게 소리 지르겠다, 인터넷으로 SNS로 퍼뜨리겠다"며 "가신 분들이 편안히 눈을 감고, 살아계신 분들이 외롭게 울지 않도록 저희가 울고 통곡하겠다, 진즉 손잡아 드리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백남해 신부(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위안부 성노예 할머니들은 전쟁의 광기와 제국주의에 의한, 인간의 가장 잔인한 만행으로 희생당하신 분들"이라며 "일본군에 의해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은, 몸과 마음이 송두리째 찢긴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이 자리에서 작게나마 먼저 가신 할머니들의 영혼이 위로받으며, 함께하는 할머니들의 생채기를 서로 도닥여 줘야겠다"며 "가해자면서 연약한 피해자인 척 가증스러운 얼굴을 들고 살아가는 파렴치한 일본인이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를 할 수 있도록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경희 대표의 추모문 낭독이 있었다. 이 대표는 "다시 한 번 다짐한다"며 "어리디어린 그 약한 새순들을 사납게 짓밟고 할퀴고 물어뜯었던 저 흉포한 침략의 군홧발들이 이제는 교활과 위선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며 "준엄하고 단화한 이 나라에서는 날이면 날마다 소녀의 몸을 유린했다는 소식들이 끊이지 않고 밤도 낮도 없이 여성의 몸이 팔리고 소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도 이루지 못한 서러움과 굴욕의 시민역사를 반드시 청산하겠다는 참된 해방의 갈망이 식지 않았다"며 "오늘 우리는 또 한 번 다짐을 새롭게 한다, 지난하고 외로운 이 전쟁에서 물러서지도 회피하지도 않겠다고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19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2012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명예회복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어처구니' 강상석 부회장의 바라춤 공연 모습.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19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2012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명예회복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어처구니' 강상석 부회장의 바라춤 공연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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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에는 봉림고등학교 댄스 동아리, 풍물패 '어처구니' 강상석 부회장(바라춤), 배진아(노래)씨가 나와 공연을 했으며 창원민예총 춤꾼 서지은씨는 진혼무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강성훈 경남도의원, 이옥선·강영희·문순규 창원시의원, 문숙현 경남장애인포럼 회장, 조형래 경남교육의원, 박훈 변호사, 김유철 창원민예총 회장, 배종혁 마창진환경연합 공동의장 등이 참석했다.

문화제 마지막에는 참가자들이 꽃을 하늘나라로 가신 위안부 피해자들의 영정 앞에 바쳤다. 창원지역에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전국적으로 신고한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생존해 있는 할머니는 60명뿐이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19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2012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명예회복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진혼무 모습.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19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2012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명예회복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진혼무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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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19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2012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명예회복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이경희 대표.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19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2012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명예회복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이경희 대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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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19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2012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명예회복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이경희 대표가 추모문을 낭독하는 모습.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19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2012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명예회복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이경희 대표가 추모문을 낭독하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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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19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2012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명예회복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헌화 모습.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은 19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2012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명예회복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헌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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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여성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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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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