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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비단강 '금강'은 생명의 강이였다. 과거에도 그렇고 4대강사업을 하기 전까지는 그래 왔다. 고라니가 물을 찾고, 개구리가 알을 낳고, 수달이 먹이를 찾는 아름다운 금강은 이제 강이 아니라 호수가 되었다. '4대강살리기'라는 이름으로 건설된 3개의 대형댐으로 물길을 막고 준설을 하면서, 고라니가 물을 찾던 모래톱과 개구리가 알을 낳던 습지는 사라지고, 수달은 고립되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17일 금강 현장답사를 진행했다. 추운 겨울을 준비하는 식물들이 사라지면서, 금강은 더 황량한 강이 되어가고 있는 듯 보였다. 곳곳에 수해를 복구한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고, 아직 복구공사를 하고 있는 곳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수변관리가 되고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충청남도가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민주통합당 이미경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따르면 금강유역 4대강사업에 올 한 해 유지관리 예산만 국비 76억 원이 추가로 들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하천관리는 너무나 허술해 보였다.

쉽터의 바닥이 부서졌지만 수개월째 그대로 방치되어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 지난 4월 훼손된 황산대교 하류 쉼터 쉽터의 바닥이 부서졌지만 수개월째 그대로 방치되어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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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로 유실된 곳에 수로를 설치하는 모습
▲ 수로를 새로 개설하는 모습 수해로 유실된 곳에 수로를 설치하는 모습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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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복구를 진행한 곳이 내년에 안전할지 의심되는 곳이 많았다. 백제보 둔치에 수해로 무너진 산책로는 아래에 흙을 채워놓고 작은 배수관을 넣어 놓은 것이 전부라서 내년에 또 다시 토사가 유실될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넓은 둔치의 물이 모이는 지역이라서, 많은 비가 올 경우 빨라진 유속을 버틸 수 없을 듯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4월부터 훼손된 강변의 쉼터는 아직까지 복구가 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었다. 토사가 유실된 제방이 곳곳에서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금강과 지천이 만나는 곳에는 대규모로 논둑이 무너져 있었다. 역행침식의 결과물이었다.

흙을 다시 메우고 관로를 매설했지만 비가오면 물이 모이는 지형적 특징이 생긴 곳이기에 다시 무너 질 위험이 높아보였다.
▲ 지난 수해로 유실되었던 현장 흙을 다시 메우고 관로를 매설했지만 비가오면 물이 모이는 지형적 특징이 생긴 곳이기에 다시 무너 질 위험이 높아보였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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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의 지천과 금강의 합류점 농경지가 역행침식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약 150m의 논둑이 무너진채 방치되어 있다. 뒤편으로 금강정비사업 현장이 보인다.
▲ 금강지천의 무너진 농경지! 청양의 지천과 금강의 합류점 농경지가 역행침식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약 150m의 논둑이 무너진채 방치되어 있다. 뒤편으로 금강정비사업 현장이 보인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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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여름철 어른 키 높이까지 자랐던 하천의 야생화와 풀들을 제초하기 위해 정부는 449억 원을 긴급 지원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이루어진 조치였다. 대대적인 제초작업으로 하천변의 자연식생은 이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말끔하게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금강 제방에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던 아카시아와 버드나무도 제초의 대상이 되어버린 상황에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방에 자연스럽게 자란 아카시아와 버드나무 등이 모두 베어 있었다.
▲ 부여 제방에 자란 나무들을 잘려져 있다. 제방에 자연스럽게 자란 아카시아와 버드나무 등이 모두 베어 있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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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은 비단 잡초와 아카시아뿐만이 아니었다. 금강변에 숲을 만들겠다고 조성한 나무 중에 많은 수가 잘려나갔고, 일부 나무는 고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강변에 서식하기 부적합한 메타세콰이어, 이팝나무,  벗나무, 은행나무 등의 산림이나 가로수 종인 나무를 심은 결과로 보였다. 고사된 나무가 잘린 현장은 둔치를 산책하다보면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많았다. 강변에 숲을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일 게다.

금강정비사업으로 식재된 나무가 잘려나간 흔적들! 이만큼의 세금이 그대로 낭비된 것이다.
▲ 강경 황산대교 아래 잘려나간 벗나무들 금강정비사업으로 식재된 나무가 잘려나간 흔적들! 이만큼의 세금이 그대로 낭비된 것이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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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금강 주변에 심어진 나무들보다 두어 등급 낮은 나무로 계산하더라도, 벚나무 한 그루당 7만7600원(B6등급), 은행나무 한 그루당 14만3000원(B8등급, 조달청 기준)이다. 고가의 나무들이 적정한 위치가 아닌 하천변에 식재되면서 고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얼마의 예산이 버려진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금강 8경'을 만들기 위한 조경비만 약 400억 원이 투여된 것을 감안하면, 식재수목이 죽어가는 것은 세금낭비의 전형이다. 4대강의 오류가 이뿐만 아닌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농촌진흥청이 2009년 12월 발간한 '4대강 생태복원을 위한 자생식물 식재 가이드북'에 따르면, 4대강사업 이전 중요한 습지에 사는 수생식물이 100종이 넘는다. 하지만 그 중 인공적으로 식재가 가능한 종은 30종뿐이다. 인공 식재가 불가능한 70종 이상의 식물은 인공 식재된 종들과의 생존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자생하는 나무도 위험에 처한 것이다.

사람이 식재한 나무들도 죽어가고 있지만 야생동물도 안전을 위협받고 있었다. 4대강 자전거도로에서는 벌써 부터 로드킬이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약 700m를 차이를 두고 두마리의 뱀이 로드킬 당한 모습은 처참했다. 로드킬 당한 동물뿐만 아니라 자전거도로에 갑자기 나타난 양서·파충류들로 인해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놀라 사고가 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됐다.

아무튼 봄철 양서·파충류 번식기에 자전거도로에서는 더 많은 동물들이 로드킬 당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였다. 자전거도로는 특히 양서·파충류들에게 생태계를 단절시키는 시설물이다. 변온동물인 양서·파충류가 낮에 데워진 자전거도로에 접하게 될 경우 화상을 입기 때문이다. 이렇게 양서·파충류들이 사라지면 자연적으로 생태계의 균형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불과 약 700m 사이에 두바리의 뱀이 로드킬 당해 있었다.
▲ 누룩뱀과 유혈목이 불과 약 700m 사이에 두바리의 뱀이 로드킬 당해 있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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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정비사업으로 인해서 금강 생태계에는 큰 변화가 발생하고 있고, 그에 따라 여러 가지 관리나 재정적인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금강의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부메랑이 되어 반드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4대강정비사업으로 훼손된 금강의 자연을 회복시켜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입니다



태그:#금강정비사업, #현장답사기, #사라진 생명, #수해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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