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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인천공항 면세점 매장
 루이비통 인천공항 면세점 매장
ⓒ 루이비통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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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신라와 롯데 등 두 개의 재벌기업이 면세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확실한 독과점시장이다. 두 개의 재벌기업은 특혜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금 전부를 사주와 대주주들이 가져가고 있으며, 공적기금은 한푼도 내고 있지 않다. MB정부 출범 전 대한민국 면세시장 총 매출의 약 53%를 차지하고 있던 두 개의 재벌기업이 MB정부 출범 후 4년 뒤인 2011년에는 면세시장의 약 80%를 장악하게 됐다.

그 결과 재벌면세점들은 수익성 좋은 외산수입품 판매에 치중해서 외산품 판매비중 82%, 국산품 판매비중 18%라는 기형적인 구조를 만들어냈다. 아울러 면세점에서 판매할 외산품 수입을 위해 2011년에는 약 2조원 이상이 상품대금으로 해외에 지출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MB정부 경제관료들과 재벌들이 면세시장을 거대한 국부유출의 통로로 만들어 놓은 셈이다.

[#장면 ①] 기재부 장관 답변의 이중성  

지난 8일 있었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운영기간이 만료되는 인천공항 면세점에 대기업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겠다"고 기재부 장관이 답변했다. 답변 제목만 보면 'MB정부의 경제관료들이 면세사업의 재벌독과점 문제에 대해 드디어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나 보다'라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장관의 답변은 면세시장의 재벌 독과점을 줄이거나 면세사업에서의 특혜시비를 해소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 입찰에 재벌들 참여를 제한하겠다'는 말이 필자의 귀에는 '재벌면세점들의 면세시장 80% 장악과 특혜시비는 일단은 눈감고 넘어가자'라는 말로 들린다. 그동안 정치권과 언론에서 끊임없이 지적한 여러 문제점들중 핵심은 특혜사업인 면세사업에서의 수익을 민간기업들이 사유화하는 점이었다. 

이날 장관 답변은 재벌면세점들은 물론 면세시장을 왜곡시켜온 경제관료들에게도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인천공항에서 관광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매장만 민영화해서 중소, 중견기업에 주겠다는 것은 인천공항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재벌면세점들에 대한 특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달을 가리켰는데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보는 격이다

2007년 롯데와 신라의 면세점 점유율이 53.13% 수준이었지만 2011년에는 롯데와 신라 점유율이 79.13%로 증가해 독점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롯데와 신라의 면세점 점유율이 53.13% 수준이었지만 2011년에는 롯데와 신라 점유율이 79.13%로 증가해 독점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관광공사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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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허가해주고 통제하고 있는 특혜사업들은 최소한의 공익적 역할을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복권사업의 경우 이익금 전액을 국민복지 증진에 사용하고 있다. 경마도 매출액의 16%를 레저세로 내고 있다. 카지노 사업의 경우 매출액의 10%를 관광진흥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면세사업만 매출액이나 수익금중 일부를 공적기금으로 출연하도록 하는 법령이 없다. 재벌면세점들은 물론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들도 특혜사업을 운영하는 대가로 만들어내는 그 이익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특혜사업인 면세사업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이나 수익에서 일정 부분을 공적기금 형태로 사회에 환원시키는 법적 시스템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경우 국민부담없이 정부의 추가적인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 이래야 면세사업에서의 특혜시비가 줄어들 수 있다. 한편으로는 관광공사의 면세사업 운영을 지속 확대시켜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관광진흥활동에 재투자하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장면 ②] 국산품 매장 면적 확대의 조건

15일 있었던 관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관세청장은 "면세점 사업자들이 국산품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외국명품의 판매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난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의 국산품 매장 면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은 관세청이 국산품의 장려와 판매를 확대하고자  개정을 추진한 보세판매장운영에 관한 고시의 내용에서 '면세점의 국산품 매장은 매장면적 중 40% 이상 또는 825㎡(약 250평) 이상, 두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되는 조건'에서 비롯됐다. 특히 고시 적용대상에서 공항면세점이 제외되고 시내면세점들만을 적용대상으로 한 것이 문제가 됐다. 현재 대한민국 국산 면세시장 매출비중에서 인천공항은 약 33%이며 기타 공항들을 합치면 약 44%의 매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인천공항을 비롯한 공항면세점들이 국산품 매장 확대의 적용대상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했고, 이번 국감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개선을 관세청이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개정 예정인 고시도 맹점은 있다. 현재 인천공항내 면세매장 전체 면적은 약 4734평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중 국산품 매장면적은 전체 매장의 약 20% 내외인 950평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개정예정인 고시의 내용은 '면세점내 국산품 매장은 매장면적 중 40% 이상 또는 825㎡(약 250평) 이상, 두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되는 조건'이다.

그런데 인천공항은 총 매장면적중 국산품 매장면적이 약 3135㎡(약 950평)으로 알려져 있다. '국산품 매장이 825㎡(약 250평) 이상이어야 한다'라는 조건은 이미 충족하게 되므로 지금 상태로도 이미 고시에 부합되는 조건이 된다.

따라서 인천공항 등과 같이 대규모 면세매장을 갖춘 공항의 경우 '국산품 매장은 825㎡(약 250평) 이상'이라는 고시 조건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인천공항과 같은 큰 규모의 공항에는 국산품 매장이 250평 이상이 아닌 매장 면적의 40%이상을 적용하는 별도의 고시가 필요한 이유다.

[#장면 ③] 수익에만 열 올리는 인천공항공사

한국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 한류관 매장.
 한국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 한류관 매장.
ⓒ 한국관광공사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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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있었던 인천공항공사 국정감사에서는 인천공항공사의 수익성 집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최근 인천공항에서 판매하는 국산품들 일부가 백화점 가격보다 비싸다고 하여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은 바 있다.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3개사들(롯데, 신라, 관광공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인천공항공사의 과도한 임대료(최소보장액) 때문에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국산품 가격이 인상돼 벌어진 일들이다.

따라서 인천공항내 국산품 판매공간에 대해서는 적어도 악명 높은 최소보장액(임대료)을 면제시켜 주는 조치가 필요하다. 면세사업은 특혜사업인 만큼 필요시 국가에서 특단의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다. 국산품 판매공간에 대해 최소보장액을 면제시켜 줄 경우 국산품들은 가격인하 효과를 볼 수 있고, 이는 판매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국산품의  가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내국인 출국객들을 대상으로 큰 폭의 판매증가를 예상해 볼 수 있다.

면세사업에서 공익성이 필요한 이유

면세사업은 국가의 징세권 포기를 전제로 출발한 산업이다. 따라서 일정 부분 공공재 성격을 지녀야 특혜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취지에서 지난 50년간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는 면세점 수익을 관광진흥부분에 재투자하는 한편 면세시장에서의 국산품 보호 육성에 주력해왔다. 만약 한국관광공사가 면세사업에서 철수하게 되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사업비와 마케팅비용 등을 따로 투입해야 한다. 당연히 이 비용은 국가세금으로 충당될 것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면세사업 운영을 통해 얻는 수익을 관광진흥활동이라는 공익에 재투자할 수 있는데 그 방법을 없애고 민영화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과연 무엇인지, 기존에 존재하는 공익적인 부분의 기여를 왜 없애야 하는지 타당한 설명이 필요하다. 공공부문을 없애고 민간에 전부 퍼주는 것이 정말 '공기업 선진화'인지 묻고 싶다.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 수익은 재벌 사주와 대주주들에게만 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특혜사업인 면세사업에서 민간기업 참가는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또한 기존 특혜사업은 그 수익이 공익적 목적으로 재투자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면세점 민영화는 어떤 형태가 됐든 답이 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오현재 기자는 한국관광공사노조 위원장입니다.



태그:#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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