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심상정 진보정의당(창당준비위원회) 의원 14일 오후 서울 청계6가 전태일 다리에서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창당준비위원회) 의원 14일 오후 서울 청계6가 전태일 다리에서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 최경준

관련사진보기


"60년 보수가 지배한 대한민국의 시즌 1을 끝내겠습니다. 서민의 삶이 피어나는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즌 2를 시작하겠습니다. 국민여러분, 저를 캐스팅해 주십시오."

심상정 진보정의당(창당준비위원회) 의원의 말이 끝나자, 소속 국회의원들과 당직자, 당원 50여 명이 분홍색 풍선을 흔들며 '심상정!'을 연호했다. 도로 건너편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강은희(48, 연구원)씨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됐다. 기자가 다가서자 강씨는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강씨는 "워낙 진보정당이 굴곡이 많았다"며 "(이번 대선에서) 노동을 대표할 수 있는 후보가 꼭 나와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심상정 의원이) 출마를 한다고 하니까, 괜히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의 출마를 보면서 강씨의 뇌리에는 민주노동당에서 시작해 진보신당과 통합진보당을 거쳐 다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심 의원과 진보정당의 역경이 파노라마처럼 스쳤던 것이다.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이지만... 진보정치의 소명 다 할 터"

"대한민국에 군림해 온 1% 특권층에 맞서 99% 국민을 위해 싸우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14일 오후 서울 청계6가 버들다리 전태일 열사 동상 앞, 심상정 의원이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심 의원은 "저는 오늘 우리사회의 가장 소외된 곳, 새로운 대한민국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곳,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가로막힌 이곳에서, 노동과 진보의 역사를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싸우지 않는 정치'가 또 다시 국민에게 인내를 강요하고,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1% 특권과 맞서 물러섬 없이 싸울 줄 아는 99% 국민의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 60년 보수정치가 만들어낸 성장제일주의, 시장만능주의, 토건주의와 단절하겠다"며 "재벌권력이 헌법 위에 군림하고, 노동자와 서민의 권리를 유린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심 의원은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적지 않은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며 "지난 몇 달간 진보정치의 미숙함으로 국민들께 큰 실망을 드렸다. 몹시 죄송하고 아팠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진보적 정권교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이지만 진보정치의 소명을 받드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여름 뙤약볕에도 마르지 않는 쌍용자동차의 눈물을 누가 닦아줄 것입니까? 한미 FTA, 한중 FTA에 거북이 등짝처럼 쩌억 쩌억 갈라진 농민의 마음을 누가 감싸 안을 것입니까? 먹고 살기위해 망루에 올라갔다 주검으로 내려온 용산참사 희생자들, 피고와 원고가 뒤바뀌는 법치의 유린을 누가 바로잡겠습니까.

성장기를 시험공부에 바친 우리 아들·딸들, 취직 못해 누렇게 뜬 청년들의 절망을 앞에 두고, 세 명 중 한명 꼴로 암에 걸리는 암 공화국을 앞에 두고, 누가 이윤보다 생명이 먼저라고 단호하게 말할 것입니까?"

심상정 진보정의당(창당준비위원회) 의원 14일 오후 서울 청계6가 전태일 다리에서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창당준비위원회) 의원 14일 오후 서울 청계6가 전태일 다리에서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 최경준

관련사진보기


전태일 앞에 무릎 꿇은 심상정 "재벌개혁의 잔다르크가 되겠다"

심상정 의원은 이날 출마선언에서 땀에 기반한 서민경제, 함께 만드는 한반도 평화경제, 생명·생태·생활의 세 박자 복지, 학벌사회 해체를 위한 교육혁명 대장정,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 패러다임 전환, 정치개혁 등의 정책 비전도 제시했다.

심 의원은 "삼성재벌의 매출이 우리 GDP의 1/4을 차지하고,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 상위 15대 재벌은 계열사를 반이 넘게 늘렸다"며 "그러나 세계 14위 경제대국 한국은 OECD 국가 중 장시간노동 1위, 저임금노동 1위, 중대 산업재해 사망률 1위, 자살률 1위, 사교육비 지출 1위, 저출산 1위의 불행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모든 것은 보수정치 60년과 이명박 정권 5년이 초래한 결과"라며 "시장과 재벌의 탐욕에 의한 약탈의 시대를 끝내겠다. 경제민주화는 '노동'에 온전한 시민권을 부여하는 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꺼이 재벌개혁의 잔다르크가 되겠다"며 "노동권을 획기적으로 신장시켜 노동의 희망, 땀의 경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복지 문제와 관련 암예방 특별법 도입 등을 약속했고, 핵 문제와 관련 신규원전 건설 중단과 '2040 핵 없는 대안 에너지 플랜'을 제시할 계획이다. 또한 국가양육책임제, 무상의료제 도입, 기초노령연금 20만원 인상 등 생활복지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와 관련해서는 학력차별 금지법, 국·공립대 통합을 통한 대학개혁, 국가미래교육위원회 도입 등을 제안했다.

심 의원은 한반도 평화 문제와 관련 한반도 평화협정과 군축, 서울-평양 상주대표부 설치 및 교류 확대, 한반도·동아시아 평화경제 네트워크 건설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개혁 분야의 경우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 공직자윤리위원회와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 사회부총리제 등 정치행정 전 분야의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심 의원은 "저는 평생을 노동자 서민을 위해 헌신해 왔다"며 "약자들이 더 이상 약자가 아닌 나라, 노동이 존중되고, 노동의 가치가 정당하게 자리매김 되는 나라, 새롭고 활기찬 일하는 사람들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심상정 진보정의당(창당준비위원회) 의원 14일 오후 서울 청계6가 전태일 다리에서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창당준비위원회) 의원 14일 오후 서울 청계6가 전태일 다리에서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 최경준

관련사진보기


이날 심 의원의 대선출마를 축하하기 위해 함께 한 유시민 전 의원은 "대한민국 정치는 국가가 특별히 관심과 성의를 가지고 보호해야 할 국민들을 정치의 주체로 세우지도 못하고 그런 국민들의 소망과 열기를 국가 운영의 주제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진보정의당은 다른 무엇보다 일하는 사람들, 노동자들, 농민들, 그리고 영세소상공인들의 간절한 소망, 요구, 희망을 정치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상정 의원은 대선 출마 기자회견 직후 전태일 동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이 젊은 시절부터 읽어왔던 '전태일 평전'과 꽃을 놓고, 묵념을 올렸다. 이날 행사장 곳곳에서는 주말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청계천을 찾은 관광객들이 발길을 멈추고 심 의원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옆 도로를 지나가는 버스 승객들도 창문에 얼굴을 붙이고 심 의원의 기자회견 모습을 지켜봤다.

앞서 심 의원은 지난 12일 마감한 진보정의당 창준위의 대선후보 등록에 단독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진보정의당 창준위는 오는 20∼21일 전 당원 대상의 자동응답시스템(ARS) 전화 방식으로 심 의원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개표는 21일 열리는 창당 대회에서 진행되며, 과반 찬성시 심 의원은 대선 후보로 확정된다.

심 의원은 일정 기간동안 선거운동을 진행한 후 야권 후보단일화 협상에 참여해 진보당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심 의원은 지난 5일 한 라디오에 출연 "나는 진보정치의 십자가를 멘 사람으로 진보정치 지지자들의 뜻이 있다면 어떤 일이든 복무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심상정, #대선출마 선언, #진보정의당, #전태일, #야권후보단일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