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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박이 날 것 같은 나주의 국제농업박람회장을 둘러 본 우리들은 차를 돌려 또 다른 볼거리인 '홍어의 거리'로 이동했다. 입구에서부터 곰삭은 홍어냄새가 영산강의 강바람과 만나 가슴 속까지 아련하게 취하게 한다.

국제농업박람회 모형도
▲ 나주시 국제농업박람회 모형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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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버스를 정차한 곳 앞에 있는 나주 '동양척식주식회사 문서고(東洋拓殖株式會社 文書庫)'를 잠시 살펴보았다.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 초반에 건축된 건물로 현재는 전체 건물 중에 일부인 문서고와 숙직실만이 남아 있다.

강을 끼고 있어 풍광이 좋고 붉은 벽돌의 건물도 멋스러워 오랫동안 개인별장으로 쓰이다가 최근 찻집으로 개조되어 영업하고 있는 곳이다. 일제가 토지를 수탈하기 위하여 만든 대표적인 기관인 동척이 100년 전에 10년 정도 쓴 건물치고는 오랫동안 보존이 잘 되어 있다.
동척 문서고
▲ 나주 동척 문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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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있는 다른 건물들과 큰 나무, 한옥 담장, 연못 등이 잘 어우러진 멋스런 곳이라 차를 한잔 마시면 천천히 둘러 볼 여유가 있다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방문해도 좋을 것 같은 곳이다. 개별 관광객을 위해서는 민박도 한다고 한다.

이어 강변을 따라 조금 걸어가면 황포돛배 선착장과 나란히 있는 등록문화재 제129호 '영산포 등대(榮山浦 燈臺)'가 보인다. 일제강점기 초기인 1915년에 건립된 강에 있는 국내 유일의 등대로 쌀 수탈과 해산물 등의 해상교역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영산포 선창의 기능을 말해주는 주요한 산업시설물이다.

황포돛배
▲ 영산강 황포돛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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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이 등대는 해마다 범람하던 영산강 수위 관측 기능도 겸하고 있었다. 콘크리트 구조물로서 몸통에는 거푸집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등대로서는 이른 시기에 만들어져 현재까지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나주시
▲ 영산강 등대 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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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재는 별로 쓰임이 없지만, 원형을 보존하여 문화재로 관람이 가능한 시설로 되어 있어 내외부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100년 전 등대라고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잘 지어진 튼튼한 구조물이다.  

이어 홍어의 거리를 대충 살펴본 다음, 거리 안쪽에 있는 '영산포성당(榮山浦聖堂)'으로 갔다. 예전에 온 적이 있는 곳으로 나주 본당 5대 주임 박문규 신부가 1948년 설립한 공소에서부터 출발하는 곳이다.

1950년대 건물
▲ 영산포 성당 1950년대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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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본당 건물은 영산포가 발전하면서 신도들의 헌금을 모아 1956년 완공한 것으로 운치 있고 기품이 있는 건축물로 영산포를 찾는 사람이면 누구나 발걸음을 하는 작지만 멋진 성당이다.

홍어의 거리를 대략 살펴본 우리들은 '나주객사'는 다들 둘러본 관계로, 나주에 가면 꼭 봐야할 볼거리 중에 하나인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사찰 중에 하나인 다도면 마산리 덕룡산에 있는 백제고찰 '불회사( 佛會寺)로 이동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는 입구부터가 장관인 불회사는 전나무, 삼나무, 비자나무, 편백나무 숲이 아름답고, 특히 11월 중하순이면 근동에서 가장 멋지다는 명품 단풍을 보기위해 찾는 관광객들이 많은 곳이다.

숲
▲ 불회사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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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회사는 '불호사 중창급단청문(佛護寺 重刱及丹靑文)'의 기록에 따르면 384년(침류왕 1)에 인도에서 건너 온 고승 마라난타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일설에는 367년(근초고왕 22)에 희연이 창건했다고도 한다. 누가 절을 세웠건 분명한 것은 백제불교의 전래와 거의 동시에 건립되었다는 사실이다.

2천년이 다 되어 가는 고찰임에도 불구하여 여러 번이 화재와 중창으로 지금은 예스러운 맛이 별로 없는 절이기는 하지만, 종이불인 대웅전의 석가모니불과 입구의 아름다운 숲, 석장승 등이 운치를 더하는 곳이다.

백제의 역사 가운데 나주가 가지는 의미는 상당하다. 땅이 기름진 평야지역에 농수산물의 생산량이 많고, 중국을 통하여 들어온 불교가 처음 터를 잡은 곳이기에 백제의 혼과 정신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이곳 나주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불회사는 분명 대단한 사찰이다.

숲이 좋아 나무 하나하나를 보면서 입구를 통과하다 보면 중요민속자료 제11호로 지정된 커다란 석장승 한 쌍을 발견하게 된다. 장승을 보는 순간 환한 웃음이 나온다. 남도인의 멋진 미소와 해학이 깃들어있는 재미난 표정을 지닌 할아버지, 할머니 장승이 있어 남다르다.
석장승
▲ 불회사 석장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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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건초기부터 오랫동안 '불호사(佛護寺)'로 불리던 이곳은 1808년경에 '부처가 모인다'는 뜻의 불회사로 바뀌었다고 전한다. 그 만큼 부처님을 모시는 수도승들이 많이 모이는 참선방이었나 보다. 다시 주변을 살펴보면 너무 조용하고 나무도 많고 산세와 풍광도 좋은 곳이라 공부하고 참선하기에 멋진 절로 보인다.

대웅전의 석가모니불처럼 신상은 없고 그림으로 그려진 사천왕문을 지나 돌계단을 오르면 절의 중심에 가장 볼거리가 많은 보물 1310호 대웅전이 보인다. 현재의 대웅전은 1402년에 건립되었으며 앞면 3칸, 옆면 3칸에 팔작지붕으로 가구수법(架構手法)이 빼어난 건물이다. 그 안에는 비로자나불, 석가모니불 등 삼존불이 봉안되어 있다.
대웅전
▲ 불회사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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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볼거리 중에 하나인 석가모니불은 종이로 만든 것으로 매우 특이하다. 또한 그 문짝은 두터운 통판자로 짜서 창살무늬와 불상, 화조 등을 새긴 희귀한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한국전 당시 인민군들이 떼어갔다고 전한다.

나한전
▲ 불회사 나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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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괘불탱화, 나한전, 명부전, 칠성각의 칠성탱화, 산신탱화와 원진국사의 영정도 볼거리다. 한때는 고승 휴정(休靜)과 유정(惟政)의 영정도 봉안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당간지주 2기와 원진국사 부도도 있어 천천히 산책하듯 보며 거닐기 좋다.

나주 제일이며, 백제 고찰인 불회사를 차근차근 둘러보면서 지금은 비록 고풍스러운 옛 맛을 많이 잃은 절이지만, 백제인이 숨결과 혼이 서린 석장승, 석가모니불, 멋진 숲을 보기 위해 조만간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회사
▲ 나주시 불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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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멋스러움과 나주의 아름다움을 재차 확인하게 위해 11월 중하순, 불회사 주변 덕룡산에 가을 단풍이 보기 좋게 들면 또 찾고 싶어진다. 


태그:#나주시, #국제농업박람회 , #불회사 , #홍어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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