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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의회 노현경 의원이 8일 오전 인천시청 기자회견실에서 ‘여교사 투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인천시의회 노현경 의원이 8일 오전 인천시청 기자회견실에서 ‘여교사 투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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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등 학교 관리자들이 승진(근무평정 점수)을 빌미로 성추행하고 접대를 받아왔다는 인천지역 여교사의 투서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이와 관련한 여교사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폭로 내용을 보면, 한 중학교 교장은 승진을 빌미로 고가의 아파트를 구입할 것을 강요했으며, 한 여자고등학교 교장은 회식자리에 여교사들을 강제로 참여하게 하거나 버스 옆자리에 앉아 다리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일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시의회 노현경 의원은 8일 오전 인천시청 기자회견실에서 '여교사 투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 의원은 지난 8월 중순 '승진을 앞둔 여교사의 소리'라는 투서를 받은 후 시교육청과는 별도로 9월 4일부터 7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설문조사에는 인천지역 초·중·고교 전체 여교사(계약직 교사 포함) 493명이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참여했다.

설문 응답 여교사 중 61명은 학교 관리자로부터 성적수치심을 느낀 적이 있다고 했으며, 45명은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당했다고 밝혔다. 79명은 교장 출장이나 연수 때 여비를 걷어주거나 음식물을 제공했다고 답했다. 현 인사이동과 승진 결과가 부당하다는 응답자는 335명이나 됐으며, 승진제도와 인사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응답자도 365명에 달했다.

명절 선물 강제하고, 다리 만지며 성추행하기도...

승진을 빌미로 한 교장이나 교감의 부당행위와 성추행도 공개됐다. 노 의원은 관리자의 비위 정도가 심각한 학교들에 대해선 경찰 수사나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ㄱ중 교장은 자신이 투자한 10억 원이 넘는 청라지구의 아파트(펜트하우스)를 교사들에게 구입할 것을 여러 차례 권했고, 이 아파트를 구입한 교사는 부장 보직과 '유공교원 가산점'을 받았다. 이 교장은 명절마다 부장교사들에게 20만 원 상당의 선물이나 상품권을 제공하게 했으며, 평교사들도 개별로 인사하도록 했다. 기간제 교사들도 다음에 임용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1년에 2회 20만 원 상당을 제공해야 했다.

ㄴ여고 교장은 회식자리에 여교사들을 강제로 참여하게 했다. 회식에 참여하지 않으면 다음날 비난과 막말을 했으며, 이동하는 차량에 함께 타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다리를 만지는 등 성추행했다. 이 교장은 새로 부임하는 교사들에게 강제로 특정 교원단체에 가입하게 하고, 가입하지 않으면 결재를 해주지 않았다.

ㄷ고 교감은 부임 후 본인이 여성임에도 노래방에서 교장과 블루스를 추고 다른 교사들에게도 교장과 블루스를 출 것을 강요했다. 이 교감의 요청으로 해당 학교 교사들은 교장의 해외 출장과 국내연수 등에 20만 원 정도의 돈을 걷어내야 했다.

ㄹ고 교감과 ㅁ고 교감은 여교사를 성희롱, 성추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ㅂ중 교장은 한 학습지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해서 1등을 하면 해당 업체에서 상조회비를 준다며 교사들에게 이 사이트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2등을 하자, 다시 부장교사들을 동원해 사이트 가입을 강요했다.

노 의원은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투서의 내용처럼 일부지만 여교사들이 학교 관리자들에게 성희롱,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며 "학교 관리자가 승진과 근무평정 점수의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기에 부당한 요구를 해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시교육청과 중앙정부,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실태를 파악해 보다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실히 아이들 가르치는 교사들이 우대받았으면"

인천지역 여교사들이 노현경 의원에게 보낸 설문조사 응답지.
 인천지역 여교사들이 노현경 의원에게 보낸 설문조사 응답지.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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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응답 여교사들은 인천 교육의 문제와 개선 사항에 대해 "현재 학교 현장은 학생 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교사들이 우대받기는커녕 무능한 교사로 여겨지는 분위기"라며 "승진을 염두에 두지 않는 교사들을 '교포(교장, 교감 포기)', '교양인(교장, 교감을 양보한 인사)'라고 공공연히 비하한다, 실력과 노력을 평가하기보다 관리자들의 비위를 잘 맞춰야 좋은 근평을 받고 승진을 하는 현행 제도는 문제가 많으며, 성실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고 개선을 요구했다.

한편, 시교육청이 8월 29일 실시한 여교사 투서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1만 4999명의 응답 교사 중 75명이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으며, 이중 19명이 과도한 신체접촉을 당했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조사 결과를 지난달 28일 감사담당 부서에 제공하고, 추가 조사에서 사실로 확인되면 관련자를 징계하고 사안에 따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노 의원이 발표한 여교사들의 설문조사 응답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학교 관리자에게 성적수치심을 느낀 적이 있는가? "예" 61명(12.4%)
▲ 관리자에게 성추행,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는가? "예" 45명(9.1%)
▲ 학교 회식 때 술자리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예" 275명(55.8%)
▲ 술자리 회식에 참여하지 않을 때 눈치가 보이는가? "예" 225명(45.63%)
▲ 교장 출장이나 연수 때 여비를 거출하거나 음식물 등을 제공한 적이 있는가? "있다" 79명(16.0%)
▲ 명절 때 교장 혹은 교감에게 선물(혹은 상품권, 현금)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있다" 92명(18.7%)
▲ 학교에선 관리자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거나 문제 제기 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예" 260명(52.7%)
▲ 근무평정(근평) 점수를 잘 받으려면 관리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하는가? "예" 340명(68.96%)
▲ 근평 점수, 다면평가 결과가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오" 332명(67.34%)
▲ 인사이동, 승진 결과가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오" 335명(67.95%)
▲ 현 승진제도와 인사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예" 365명(74.0%)
▲ 학교에서 관리자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관리자의 권한이 너무 크고 불이익이나 보복이 두렵다', '계속 봐야하고 근평, 인사점수를 잘 받아야 하기 때문에' 등.
▲ 근평 점수와 다면평가 결과가 공정하지 못한 이유는? '개인적 친분에 따라 근평을 주는 등 관리자의 주관적 판단이 절대적이기 때문', '수업을 성실히 하고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교사보다는 관리자가 원하는 것을 하고 충성을 다하는 교사에게 좋은 근평을 주기 때문' 등.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여교사 투서, #노현경, #투서, #인천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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