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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있는 스타 강사' 최진기 JK COMMERCE 대표. 수능 강사로 이름을 날렸던 그가 오마이스쿨의 온라인 인문학 특강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인문학은 '어렵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고 '쉽고, 깊이있는' 강좌로 인기를 얻고 있다.
 '개념있는 스타 강사' 최진기 JK COMMERCE 대표. 수능 강사로 이름을 날렸던 그가 오마이스쿨의 온라인 인문학 특강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인문학은 '어렵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고 '쉽고, 깊이있는' 강좌로 인기를 얻고 있다.
ⓒ 오마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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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노량진 스튜디오에서 '최진기의 뉴스위크' 마지막 촬영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4월 19일 첫 번째 강의를 시작으로, 1년 6개월 동안 쉼없이 진행됐던 '최진기의 뉴스위크'는 55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번달 말에는 오마이스쿨에서 온라인 강좌로 서비스되는 '최진기의 인문학 특강 시즌2'가 완강된다.

'최진기의 뉴스위크'는 팟캐스트 종합 순위 10위 안팎, 인문학 강좌 1위에 랭크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인문학 강좌는 어렵다는 편견을 깼다. 1600건이 넘는 아이튠즈 리뷰만 봐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48회 '쿼바디스, 중산층' 편과 49회 '전력난, 위기의 주범은 누구인가' 편은 SNS를 통해 끊임없이 리트윗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상파 방송에서 자료 요청을 해오기도 했다.

지난 1일, 온라인을 통해 인문학 강의의 새 지평을 열어온 '개념있는 스타 강사' 최진기 JK COMMERCE 대표(46)를 만나 인문학 특강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인문학에 대한 갈증 큰 한국 사회... 길에서 알아보시면 반가워"

- 원래 유명한 수능 강사셨죠? 수능과 인문학은 강의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좀 거리가 있는 듯한데요. 인문학 강의를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처음부터 인문학 강의를 하고 싶었어요. 수능은 사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하게 된 거고요.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고맙게도 학생들이 제 강의를 많이 들어주었어요. 그 때문에 늘 고민하고 바랐던 것은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되돌려 주고 싶다'는 것이에요. 요즘 학생들은 수능 공부만 하느라 말 그대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을 해요. 정말 머리 좋고 공부 잘 하는 애들인데도, 어떨 땐 '너무 무식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아이들은 외국어나 수리 실력은 이전 세대보다 월등히 뛰어날지 몰라도, 인문학적 지식은 부족하거든요.

수능 강의를 하면서, '어, 이거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면 정말 좋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조금씩은 풀었지만, 수능과 입시라는 한계 때문에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했거든요. 이명박 정부 초기, 수업중에 정부의 고환율 정책을 비판했던 동영상이 널리 알려지면서 인지도를 얻었고, 그 때부터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 경제와 마찬가지로 인문학에 대해서 강의를 해보자. 학생들뿐만 아닌 어른들 대상으로도 강의를 해보자. 인문학 강사가 돼보자'라고 결심하게 된 거죠."

최진기 대표는 지난해 인터넷 사회탐구(사탐) 강의 동영상을 만들 때 청각 장애 학생들을 위해 최초로 인터넷 강의에 수화를 도입했다. 또한 오마이스쿨 온라인 강좌인 '최진기의 인문학 특강' 매출의 10%를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의 등록금과 도서 구입비로 지원하고 있다. 그가 학원 강사 시절 자신의 강의를 들어주었던 학생들에 대한 보답이다.

최진기의 인문학 특강 공개강연. 지난 2월 16일 오후 7시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3층 국제회의실에서 최진기의 인문학 특강 공개 강연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대학생 등록금 전달식도 함께 진행됐다.
 최진기의 인문학 특강 공개강연. 지난 2월 16일 오후 7시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3층 국제회의실에서 최진기의 인문학 특강 공개 강연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대학생 등록금 전달식도 함께 진행됐다.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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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성공한 수능 강사에서 인문학 강사로 변신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인문학 강의를 구상하면서 고민이 되거나 걱정했던 점은 없나요?
"자신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틈새시장'이잖아요. 인문학 강의를 시작하면서 '인문학 강의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인문학 강의를 떠올리면 두 가지 흐름이 있어요. 하나는 어렵다는 거에요. 어렵고, 지겹고, 그래서 흥미도 없고. 도대체 우리 일상과 관련 없는 게 인문학 강의라고 생각하잖아요. 거꾸로 그만큼 인문학에 대한 갈증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정의란 무엇인가>가 100만 부 이상 팔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정말 어려운 책인데. 100만 명이 사서 읽었지만, 실제로는 10만 명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책 속의 사례 몇 가지만 재미가 있을 뿐이에요. 한편으론, 그만큼 한국 사회가 인문학에 대해 갈증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줬죠.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게 팔릴 수 없어요. 흥미로운 사례 몇 가지를 잡고 쉽게 풀었기 때문에 그만큼 팔릴 수 있었던 거였고, 저는 강의만큼은 마이클 샌델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거든요."

- '최진기의 인문학 특강'을 듣는 분들의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요?
"30대 직장인들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40, 50대 분들이에요."

- 인문학 강좌를 하면서 팬들도 많이 생겼죠?
"(팬들이) 많은데, 정말 기억에 남는 분이 있어요. 제 강의를 빠짐없이 들으러 온 분인데, 머리가 완전 백발이에요. 알고 보니 한의사래요. 어느 날, 제게 '공진단'을 주시더라고요. 사실 기억에 많이 남는 건 여성 분들이고요. 항상 여성 팬들이 마음에 많이 남죠(웃음)."

- 수능 강사 시절에는 학생들의 점수가 올랐을 때 보람을 느끼셨을 텐데, 인문학 강의에서는 어떨 때 보람을 느끼나요?
"길에서 저를 알아보는 표정이 있어요. 연예인을 만났을 때 표정은 아니고요. 정말 뜻밖이면서도 반갑고 좋다는, 그런 눈빛이에요. 그게 저를 미치게 해요.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정말 좋아요.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는다는 기쁨이 크거든요. 그럴 때 가장 보람을 느끼죠. '내가 아무 것도 아닌데,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제가 대단한 학식을 갖춘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저 사람 참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눈길을 보내면 정말 기분이 좋죠. 다만, 제게 '부동산이 어떻게 되요?', '집을 팔아야 하나요?'라는 질문만 집중적으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문학 강의에서 재미와 깊이 모두 놓칠 수 없어"

- '최진기의 인문학 특강'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나요?
"가장 먼저 '무엇을 강의할까?'를 정합니다. 가르치고 싶은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무엇에 갈증을 느끼는가가 더 중요해요. 주제를 잡으면, 우선 제가 아는 것을 정리하고, 그것을 강의로 만들죠. 정말 시간이 많이 걸려요. 30분짜리 강의 동영상을 보고 '아, 저거 30분 찍는구나'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걸 준비하기 위해서 '자료 찾기'에 시간을 투자하고,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거죠. 자료를 찾아 연계시키는 것도 힘들고요. 매우 수공업적인 과정이죠."

- 인문학 강의를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강의의 질이죠. 나머지는 다 보조적인 거예요. 강의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드라마 같은 것인데, 기승전결이 있어야 해요.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을 출발점으로 잡아서 어떻게 연결시킬 거냐예요. 모든 강의는 흐름이 있어야 하고, 계속해서 문제 제기를 해야 하고, 고민을 던져주어야 하거든요. 그래야 듣는 분들이 심심하지 않아요. '어, 저게 왜 저럴까?' 하는 문제를 스스로 던지게 만들고, 그 분들이 생각할 시간을 줘야죠. 어떤 때는 반전이 있는 질문도 있어야 해요. 그런 구상을 하면서 강의 흐름을 이어나가는 게 제일 힘들죠."

- '인문학 특강'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쉽고 재미있는, 그러나 깊이 있는. 강의를 드라마에 비유했지만, 인문학 강의가 TV드라마는 아니에요. 드라마가 아니라는 것은, '재미'만으로는 안 된다는 거죠. 그렇다고 이게 대학이나 대학원 강의도 아니에요. '깊이'가 있으니 지루해도 참으라고만 해서도 안 되죠. 강의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재미'와 '깊이'예요. 이 강의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신문 읽으면 나오고,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틀면 나오는 거라고 하면 누가 이걸 돈 내고 듣겠어요. 결국 듣는 사람들이 '다큐멘터리보다도 내용이 깊네', '그런데 드라마처럼 재미있네'라는 생각이 들어야 해요. 이것 외에는 생각하지 않아요."

- '최진기의 인문학 특강' 시즌1, 시즌2를 통틀어 가장 인기가 있었던 강좌는 무엇인가요?
"재미있는 질문인데요. 처음에 인문학 특강 시즌1에서 미술사를 찍는다고 했을 때, 다들 웃었어요. '네가 뭘 아냐?'는 것부터 시작해서. 개인적으로 미술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 분들에게 미술사가 가장 히트할 거라고 말했어요. 그게 대중의 요구죠. 제가 뭘 가르치는가도 중요하지만,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가가 더 중요해요. 제가 전쟁사를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전쟁사 히트칠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삼국지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분야가 전쟁사잖아요. 둘 다 같은 맥락인데, 그만큼 대중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재미있잖아요."

- 앞서 이야기했던 '사람들이 무엇에 갈증을 느끼고 있을까?'에 대한 해답이군요. 그렇다면 인기 있었던 강좌 외에 애착을 느끼거나, 추천하고 싶은 강좌는 어떤 건가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강좌는 '버블사', '그 나라 경제를 알고 싶다' 같은 강의예요. 자료 조사도 많이 했고, 개인적으로 아끼는 강의죠."

지난 2010년 1월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최진기쌤의 알기 쉬운 경제학' 특강이 열렸다.
 지난 2010년 1월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최진기쌤의 알기 쉬운 경제학' 특강이 열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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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 특강' 시즌3도 구상중이신가요?
"인문학 특강 시즌3를 하게 된다면, '시즌1, 2와는 다르구나'라는 느낌을 확실하게 주고 싶어요. 변신을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거든요. 그런데 이게 참 어렵고, 고민이 커요. 시즌3으로 이름을 이어나갈지, 아예 다른 형태의 강좌로 갈지 정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이 일이 너무 재미있고 좋지만, 그 과정에서 변화는 필수적이라 생각해요. 충분히 시간을 갖고 만들어야겠죠. 더 고민해서 기존 강의와는 다른, 확실하게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 들도록 해야죠. 그러려면 형식도 좀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 '뉴스위크'와 '인문학 특강'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뉴스위크'는 말 그대로 시사를 다룹니다. 특히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모르는 것, 언론에서는 다루지 않는 것들, 사실은 꼭 알아야 하는 것들. 예를 들자면 센가쿠, 센가쿠 하는데 센가쿠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그게 어떻게 우리 독도랑 연계되는지 솔직히 모르잖아요. 그건 사실 30분만 들으면 아는 건데, 그걸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뉴스위크'는 지식인과 언론에 대한 반기라고 생각해요. '인문학 특강'은 좀 더 체계적이고 진짜 제대로 된 강의죠. 실제로 '뉴스위크'는 한 번에 딱딱 끊어지는 단편적인 지식이지만, '인문학 특강'은 체계적이죠. 전쟁사 강의를 보고나면 어디 가서 이야기할 거리가 많아질 거예요. 자연스럽게 그런 종류의 책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지고요."

- 무료 강좌로 진행했던 '뉴스위크'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뉴스위크'는 뒤집는 거예요. 예를 들자면, 온 나라가 절전 캠페인 한다고 난리가 났잖아요. 저는 그게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말하고 싶었어요. 반기문 전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 되었을 때도 축제 분위기였죠.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자리는 제3세계 후진국에서 나오는 거잖아요. 아프리카나 변두리에서 하고, 강대국에서 안 하는 자리잖아요. 그런데 애들 꿈이 다 '유엔 사무총장이 되겠다'는 거고. 그러면 우린 영원히 후진국을 하겠다는 거잖아요. 그게 아니라는 거죠. 그런 걸 뒤집고 싶다는 거죠. 그런 역설이 많은 분들의 호응을 얻은 거겠죠."

- 1년 6개월 동안 55회에 걸쳐 진행했던 '뉴스위크'가 막을 내렸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뉴스위크'를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 회씩 만드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단 쉬려고요. 쉬면서 공부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영어 회화에 도전할 계획이에요. 영어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실력을 기르고. 내년쯤에는 대중과 함께하는 인문학,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을 온라인 매체를 통해 선보이려 해요. 다시 만났을 때는 '정말 많이 바뀌었구나, 이번에는 이런 걸 하는구나'라는 것을 느끼도록 해야죠. 아이폰4와 아이폰5의 성능 차이 정도로 찾아뵙지는 않도록 할 겁니다. 새롭게 레벨업 된 무언가가 없다면, 나오지 않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인문학은 '어렵고, 재미없는' 걸로 인식돼왔다. 최진기 대표는 인터뷰 내내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을 강조했다. 그는 그것이 인문학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문학을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대중에게 선물하는 것. 포장을 뜯고 상자를 열었을 때, 원하는 선물을 받고 표정이 밝아지고 마음이 즐거워지는 것처럼. 그리고 그 선물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것, 그것이 그가 추구하는 목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 [바로 가기] '최진기의 뉴스위크' 무료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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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최진기, #인문학특강, #뉴스위크, #오마이스쿨, #팟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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