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월 23일 토요일

Pittsburg, KS - Benedict, KS
80mile = 128km

오늘 따라 엉덩이가 몹시 아리다. 허벅지가 뻐근하다면 천천히 가는 정도로도 해결되지만 엉덩이는 답이 없다. 한 달 넘게 싸구려 안장에 앉았더니 무리가 오고 있다.

몸이 힘들 때면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쩌자고 미국처럼 넓은 땅덩이를 자전거로 횡단하겠다 하셨소? 그렇다 해서 포기할 생각은 없다. 중간에 그만두면 곧 아니감만 못하느니라. 횡단을 마치지 못하면 이 여행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이런 경우 예상 외의 도움이 된다. 하루 라이딩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면 낮 동안의 기억을 싹 잊는다. 식사와 수면으로 긴장이 풀려 버린 육체는 힘들었던 더위도, 언덕도 더 이상 기억하지 않는다. 라이딩의 고통이 머릿 속에 온전하다면 다음 날의 힘겨운 여정과 다시 마주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가축 사료용으로 쓰이는 곤포 사일리지(Silage)가 들판에 쌓여 있다.
▲ 차누테(Chanute)가는 길 가축 사료용으로 쓰이는 곤포 사일리지(Silage)가 들판에 쌓여 있다.
ⓒ 최성규

관련사진보기


SR 146번 선상에서 앞에 놓인 SR 57번을 넘어가면서 길은 160th Road로 바뀌었다. 길 초입에 공사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별 생각 없이 그대로 자전거 앞머리를 들이밀었다. 3마일 정도 갔을까? 길은 사라졌다. 막강한 공사차량들이 길을 말 그대로 후벼판 것이다. 지나갈 만한 작은 틈조차 없다. 허어, 이런 낭패를 봤나.

근처 주민의 말에 따르면 3달 전에 시작된 공사는 올해 11월에 끝날 예정이다. 근처에 샛길이 있으되 자전거 라이더에게는 까탈스런 자갈길이다. 어쩔 수 없이 후퇴다. 왔던 3.5마일을 다시 되돌아간다. 차누테(Chanute)까지 가는 길이 'ㄴ'이 아닌 'ㄱ'자 경로로 변경되었다.

차누테(Chanute)에 도착해서 편의점에 들렀다. 나에 대한 격려의 의미로 음료수 한 캔을 샀다. 물끄러미 쳐다보던 종업원이 출발지를 물었다.

"버지니아 리치몬드에서 시작했지."
"완전 미쳤네."
"난 미국에 사는 사람도 아냐. 비행기 타고 뉴욕으로 날아왔거든."
"진짜 미쳤네."
"너도 할 수 있어."

그 친구는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짤막한 휴식 후 해를 바라보았다.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기까지 2, 3시간의 여유가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본다. 인구 103명이 사는 작은 마을 베네딕트(benedict). 우체국 외에는 편의시설이 없는 지역이라 라이더들에게는 기피지역이었다. 최근에 식료품점 하나가 문을 열었고 거기서 캠핑도 가능하다는 정보가 아니었다면 들르지 않았으리.

굽이진 샛길을 따라 마을 어귀에 다다르니 식료품점 문은 닫혀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매주 토요일은 휴업일이었다. 한숨이 나온다. '오늘은 빵에다가 땅콩 버터나 발라 먹어야겠구나.'

침울해진 상태로 동네를 서성거리는데 뒤에서 트럭 한 대가 다가왔다.

"이 근처에 캠핑할 만한 곳 있을까요?"
"저쪽 교회로 가면 공터가 하나 나올 거야. 작년이었나? 거기서 자전거 탄 녀석들이 텐트를 치던데."
"괜찮으시면 아저씨 집 앞에다 텐트 쳐도 될까요?"

별 기대를 품은 질문은 아니었다. 절박한 상황이라 무조건 찔러보려던 참이었다. 씻지도 못하고 굶주린 채 자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 처량했다. 그는 말 없이 트럭을 뒤로 돌렸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한 마디를 던졌다.

"날 따라와."

워낙 비좁은 동네라 100미터 전방이 바로 그의 집이었다. 나를 집으로 들이더니 제 집처럼 편히 쉬라 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집안 구석구석을 맴도는 이 곳은 별천지였다. 황홀함에 반쯤 넋이 나가 있는데 그가 양해를 구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올테니 잠시 혼자 있으라는 말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뭐하는 녀석인지도 모르면서 그는 나가버렸다. 외려 손님인 내가 주인 걱정을 하게 되었다. 자전거 여행은 자석과도 같다. 하고 많은 사람들 중 가슴이 넓은 이들만 족집게처럼 끌어낸다. 어쩌면 운명과도 같은 인연이 서로를 이어주는지도 모른다.

샤워를 마칠 때쯤 돌아온 아저씨는 부랴부랴 저녁을 준비했다. 단백질에 굶주린 내게 치킨 너겟은 천지가 놀랄 만한 맛이었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몸이 덩실덩실하다.

그의 이름은 스티븐 존스(Steven Lynn. Jones). 노인들만 사는 이 마을에서 51살이면 제일 어린 축에 속한다. 유일한 자전거 라이더로 활동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에게 먹이를 주는 스티븐 아저씨
▲ 스티븐 존스(Steven Lynn. Jones) 말에게 먹이를 주는 스티븐 아저씨
ⓒ 최성규

관련사진보기


그가 내게 그렇듯이 나 또한 그에게 특별한 존재다. 작년에 두 명의 라이더가 캠핑을 한 이후로 올해는 내가 마을에 들른 첫번째 자전거 라이더다. 외딴 마을의 라이더는 동지가 광야를 넘어 찾아오기를 몹시 바랐다.

스티븐 아저씨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패리어(Farrier) 또는 홀스슈어(Horseshoer). 우리말로는 편자공 또는 장제사(裝蹄師)라고 한다.

장제사는 편자를 만들거나 말의 건강상태, 용도 등을 고려하여 말굽에 편자를 박아 붙이는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사람이 신발을 신듯이 말도 말굽에 편자를 붙여 발을 보호해야 한다. 이들은 말의 발굽이나 편자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말의 상태에 적합한 편자를 선택한 후 말발굽을 깎거나 편자를 연마하여 이를 장착하게 된다. 일련의 일은 편자를 만드는 조제(造蹄), 말굽을 깎아서 모양을 만드는 삭제(削蹄), 만들어진 편자를 장착하는 장제(裝蹄)로 이루어진다.

인근에 사는 고객들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차에 올라타 그쪽으로 향한다. 편자를 달아야 하는 말을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고 치수를 재야 제작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100마일 가량 떨어진 손님의 주문을 받을 때면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보통은 재택근무지만 이동을 많이 하는 날에는 하루 12시간 이상 일해야 할 경우가 있어 강인한 체력은 기본. 혼자서도 자전거를 열심히 타며 운동하는 이유다.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잡힌 아저씨는 오후 10시가 되자 거실을 내게 맡기고 침실로 들어갔다. 푹신한 소파에 몸을 뉘운 채 명상에 잠겼다. 역사에 가정은 필요 없다지만 '만약에'라는 물음을 던져보았다. 차누테(Chanute)에서 저녁거리를 구입하러 가게에 들어갔더라면, 베네딕트 편의점이 영업 중이라 그 곳에 캠핑을 했더라면, 그래서 마을을 돌아다니지 않았더라면.

나와 스티븐 아저씨라는 두 직선은 접점을 이루지 못하고 그저 평행선을 유지하며 치달렸을 것이다. 우리네 인생은 수많은 인연의 씨줄과 낱줄로 엮어져 있음을 느낀다.

6월 24일 일요일

Benedict, KS - Cassoday, KS
79mile = 126.4km

성 베네딕트(Benedict)의 이름을 딴 마을에는 진실로 성인이 살고 있었다. 낯선 손님에게 자비를 베풀었던 스티븐 아저씨. 일요일을 맞이하야 부모님, 형제자매들과 식사 약속이 있다. 깔끔한 모습을 위해 미용실 행(行)은 필수. 손님이었던 자전거 라이더는 옆에서 분주히 짐을 챙기고 있다. 목적은 다르지만 각자 외출 준비에 여념이 없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
▲ 유레카(Eureka) 가는 길 끝없이 펼쳐진 평원
ⓒ 최성규

관련사진보기


난간에 널어두었던 옷가지들을 챙기고 가방을 맨다. 아저씨는 작별인사를 건넸다.

"우리 집 에어컨이 그리울 거야. 오늘 날씨가 100도(섭씨 37.8도)를 넘는다고 했거든."

그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난 에어컨 바람이 몹시 그리워졌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 언덕 하나 없이 끝없이 펼쳐진 캔자스 평원. 까마득히 뻗어나간 아스팔트와 그 위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보고만 있어도 현기증이 났다. 용의 입김처럼 뜨거운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고 목구멍은 아궁이처럼 검게 타들어간다.

사방으로 펼쳐진 초원 위에는 소떼가 더위에도 아랑곳 없이 풀을 뜯는다. 개중에 몇몇은 커다랗게 조성된 저수지에 몸을 푹 담근다. 예정된 도축의 운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들의 눈망울은 맑기만 하다.

막힐 듯한 더위 속에서도 드문 드문 찾아오는 즐거움이 있다. 30마일마다 보이는 편의점. 음료수 판매대에서 얼음을 많이 가져간들 누구도 타박하지 않는다. 잠깐! 바로 마시면 감질 맛이 덜하다. 조바심이 나 미칠 것 같은 순간이라도 10초 정도 뜸을 들인다.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는 물통을 부여잡고 목구멍으로 투하. '캬'.

더위에 지친 소들도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 저수지의 소떼들 더위에 지친 소들도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 최성규

관련사진보기


세상에는 두 가지 물이 있다. 차가운 물과 그렇지 않은 물. 거북이 등짝처럼 갈라진 혓바닥에 물길이 돌면 말라 있던 설태가 다시 생기를 되찾는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세상의 왕이다.

기실 자전거 여행이 고생스럽다는 세간의 입장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문명의 이기를 버리고 대신 택한 고행은 쾌락을 극대화시켜 준다. 주린 배에 음식이 들어갈 때, 마른 목을 물로 적실 때, 오르막이 끝나고 내리막이 시원스레 펼쳐질 때 나는 강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인내와 고통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후의 쾌락은 더욱 커진다.

43마일을 달려 유레카(Eureka)에 도착했다. 기원전 3세기 시라쿠사(Syracuse)의 왕 히에론(Hieron)은 금 세공인에게 명령해서 금으로 왕관을 만들게 했다. 금 세공인이 왕관을 만들어 오자 히에론 왕은 그가 금을 빼돌리고 은을 사용하여 왕관을 만들지 않았을까 의심한다. 그리고 아르키메데스(Archimedes)에게 이를 밝혀줄 것을 명령하였다.

고민하던 그는 어느 날 공중 목욕탕에서 정수역학의 제 1 법칙(부력의 법칙)을 생각해냈다. 이것을 발견하고 너무나 흥분한 아르키메데스는 발가벗었다는 것도 잊은 채 "Eureka, eureka!"(알아냈다, 알아냈어)라고 외치며 거리를 달렸다.

당시 그가 느꼈을 심정으로 나 또한 '유레카'를 외쳤다. 와! 중국식 뷔페다. 기어코 뷔페를 찾아냈다. 만성 칼로리 부족에 시달리는 자전거 라이더에게는 엘도라도가 따로 없다.

타고난 식성은 없어지지 않았다. 햄버거와 샌드위치에 질린 내게 중국 음식은 훌륭한 대안이다. 게다가 뷔페라니. 사장님은 오늘 적자 볼 생각하시라.

식당에는 미국인들이 제법 자리를 잡고 있었다. 새삼 중국인들의 상업적 마인드에 감탄한다. 인구 3000명이 채 안 되는 유레카(Eureka)까지 속속들이 파고드는 치밀함.

"윌모어(Wilmore)에 중국 식당이 하나 있는데 그 사장님이 여기에 자리잡은 이유가 대박이야. 자리를 알아보려고 식당들을 조사했대. 인구 3000명 이상인 도시 중에 중국인이 가게를 차리지 않은 곳이 여기 하나였대."

켄터키에서 만난 사촌형의 말처럼 화교들의 세력은 어느덧 미국인들의 입맛까지 바꿔놓고 있었다. 그간 경험으로 보면 인구 1000명 규모의 타운에는 멕시칸 식당이, 3000명 규모엔 중국 식당이, 만 명 정도 넘어가야 한국인 식당이 있을까 말까다. 시간이 더 지나면 미국인들의 입맛이 중국식으로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어라, 트레일러가 달린 자전거 두 대가 문 밖에 세워져 있다. 라이더들이 식사중이렷다.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며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섰다.

깃발을 높이 매단 트레일러의 등장은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 낯선 자전거의 등장 깃발을 높이 매단 트레일러의 등장은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 최성규

관련사진보기


남녀가 식사에 열중이다. 체구는 작은데 벌써 몇 접시째인지 모른다. 우드로우 사코(Woodrow Sacco)와 매디 시겔(Maddie Siegel)은 부럽게도 커플이다. 남자친구가 사는 버몬트(Vermont) 주에서 출발해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에 합류했다.

나처럼 태평양 연안을 향하고 있지만 중간에 코스가 바뀐다. 콜로라도 주 푸에블로(Pueblo)에 이르면 웨스턴 익스프레스(Western express)로 갈아탈 예정. 콜로라도에서 유타(Utah), 네바다(Nevada)를 거쳐 캘리포니아(California)로 직통하는데 110도(섭씨 43.3도)를 넘나드는 더위와 아찔한 사막으로 악명을 떨치는 코스다.

그에 대한 대비인지 이들의 여행 스타일은 남다르다. 아니, 미쳤다고나 할까? 자그마치 새벽 2시에 잠에서 깬다. 세상 만물이 어둠 속에 잠겨있을 시간. 강력한 출력을 가진 전조등을 횃불삼아 밤을 헤치고 페달을 밟는다. 남들이 출발할 아침 무렵에 이들은 목적지에 도착해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오후 6시가 되면 수면에 들어간다. 굳게 믿었던 상식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라이더들.

"누가 나한테 한국 가서 자전거로 전국일주하라고 하면 절대 못하지. 말도 안 통하고, 아는 사람도 없고. 그야말로 미친 거지. 넌 어떻게 미국에 올 생각을 했냐?"

그렇다. 나 또한 그 누군가에게는 상식에 벗어난 사람일지 모른다. 바삐 대화를 하는 중에도 식사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 한 시간은 일찍 왔음직한 커플 라이더들은 여전히 접시를 비워내기 바쁘고, 나 또한 연달아 6접시를 먹어 치운다. 저 쪽 테이블에 앉아있던 히스패닉계 손님들의 웃음 섞인 시선이 느껴진다. 그렇게 1시간 반이 흘렀다.

"너네들 안가?"
"아, 우리는 일기를 낮에 쓰거든. 마저 쓰고."
"난 카소데이(cassoday)까지 갈 건데. 너희들은?"
"응. 우리들도 거기 갈 거야."

거짓말 치지 마라. 딱 보면 견적 나오지. 36마일이나 남았는데 이렇게 늦장을 부리다니. 이제 곧 해가 진단 말이다. 하루만이라도 보조를 맞추고 싶었는데 먼저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 뜨거운 태양을 등에 지고 달리기 시작했다. 위장에 꽉꽉 들어찬 음식물이 위장에서 요동을 치니 몹시 거북살스럽다. 옛 어른들 말 틀린 게 없다. 역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6월 25일 월요일



Cassoday, KS - Buhler, KS
69.5mile = 111.2km


아침은 든든히 먹어둬야 한다. 카소데이(cassoday)부터 38마일을 가는 동안 허허벌판이다. 편의점도, 식당도, 주유소도, 우체국도 없다. 어쩌다 눈에 띄는 민가도 낮 시간 동안에는 부재중이다. 본인이 직접 고안한 표현에 따르면 일종의 '사회적 사막'이다.



카소데이(cassoday)의 유일한 식료품점. 유난히 자전거 라이더들이 많다. 강나루에서 배를 기다리듯이 모두 사막을 건너기 전에 각오를 다지고 있다. 4명이 동시에 출발하는가 싶더니 잠시 후 여성 2인이 빈 자리를 메우며 들어온다. 이들은 ACA(adventure cycling association)에서 제공하는 가이드 투어(guided tour) 참가자들이다. 일종의 자전거 패키지 여행이랄까. 협회에서 가이드가 파견되어 이들을 안내해주고 지원차량, 숙박, 음식 등을 제공한다. 덕분에 이들의 짐은 매우 가볍다.

가이드 투어는 일종의 자전거 패키지 여행이다. 참가자들은 ACA에서 제공하는 차량에 모든 짐을 싣고 홀가분하게 라이딩을 즐긴다. 지원차량은 참가자들을 앞질러 목적지에 미리 도착하여 숙박과 식사 준비를 한다. 가끔 운좋게 ACA 차량과 마주치면 무료로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얻어 먹을 수 있다.
▲ ACA 가이드 투어(Guided tour) 가이드 투어는 일종의 자전거 패키지 여행이다. 참가자들은 ACA에서 제공하는 차량에 모든 짐을 싣고 홀가분하게 라이딩을 즐긴다. 지원차량은 참가자들을 앞질러 목적지에 미리 도착하여 숙박과 식사 준비를 한다. 가끔 운좋게 ACA 차량과 마주치면 무료로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얻어 먹을 수 있다.
ⓒ 최성규

관련사진보기


이번 투어에서는 한 명이 부상을 당했다. 노면 상태가 고르지 않은 도로에서 일어난 일이다. 트럭을 피하려던 남자 라이더 한 명이 길 위의 요철 부분에 걸려 길가로 굴러 떨어졌다. 큰 부상이 아니라는 의사의 진단에 그는 투어 재참가를 결정하게 되었다. 오늘 위치토(Wichita) 공항에 도착할 남자를 맞으러 가이드가 차량을 끌고 나갔다. 같은 라이더로서 존경할 만한 정신력이다.



동쪽에 머물던 태양이 서서히 남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서쪽을 향해 달리다 보면 아침에는 햇빛이 뒷통수를 내리쬐다가 점심 무렵에는 왼쪽 얼굴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다. 뺨이 익어 버릴 것만 같다. 현재 기온은 화씨 106도. 반대 방향에서 다가오는 2인조 라이더들이 보였다.



마크 디마지오(Mark Dimaggio)는 캘리포니아 파소 로블레스(paso robles) 고등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친다. 데본 램버트(Devon Lambert)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학생이다. 이들에게는 특별한 슬로건이 있다.



'자전거 바퀴를 굴려서 상어를 지키자.'(Spinning to end finning). 그들을 말한다. 샥스핀을 얻기 위해 상어 1억만 마리 이상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 꼬리가 제거된 상어는 바다로 다시 던져지는데 이들은 냉혹한 생태계에서 산 채로 잡아먹힌다. 상어 포획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기부를 받기 위한 두 라이더의 질주. 멋지게 의기투합한 이들은 콜로라도 푸에블로(Pueblo)에서 켄터키 해로즈버그(Harrodsburg)까지 1200마일을 달릴 계획이다.


마크 디마지오(Mark Dimaggio), 데본 램버트(Devon Lambert)
▲ 상어를 구하려는 끝없는 질주 마크 디마지오(Mark Dimaggio), 데본 램버트(Devon Lambert)
ⓒ 최성규

관련사진보기


모아진 기부금은 코스타리카(Costa Rica)에 위치한 비영리 환경단체 프레토마(Pretoma.org)와 ARCAE에 보내진다. 이들을 응원하실 분들은 블로그를 방문해보시라.


www.endfinning.com


태그:#미국, #자전거, #횡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