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연극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포스터
▲ 연극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연극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포스터
ⓒ 극단 프랑코포니

관련사진보기


더 이상의 기다림을 거부하고 새로운 출발을 꿈꾸며 욕망하는 여성들이 있다.

"내게 다가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나도 그 사람을 사랑하기를 원하는 그 남자를, 너무 늦게 다가와서 아주 큰 죄를 짓게 될 그 남자를 난 쫒아내게 되겠지."

세 자매 그리고 어머니와 '가장 나이 많은 여자'. 다섯 여자들이 집에 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아들을 쫓아냈고 그 아들은 가출해 몇 년이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그 사이 아버지는 죽었고, 그녀들은 소식 없는 그 집 아들을 계속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장녀는 아들이 집에 도착하는 것을 본다.

"난 비를 기다리고 있었어, 비가 떨어지기를 희망해왔어, 난 기다렸어 그리고 그가 집으로 올라오는 길모퉁이를 도는 것을 봤어"

그녀는 진짜로 그를 본 것일까? 그녀는 말한다

"난 그렇게 상상해"

연극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공연장면
▲ 연극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연극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공연장면
ⓒ 극단 프랑코포니

관련사진보기


그리고는 집 문턱을 넘자마자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쓰러져버린 아들을 두고 다섯 여자들은 상상해 온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오래 전부터 그녀들 사이에 자리 잡은 암묵적인 침묵의 기다림은 깨어지고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자신이 겪은 과거의 고통, 폭력의 기억들, 음울한 마을 풍경을 하나씩 하나씩 늘어놓는다.

연극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J'étais dans ma maison et j'attendais que la pluie vienne)」는 다섯 여자의 기다림과 상상을 통해 소통 없는 이 시대의 가족, 더 나아가 고독한 인간 군상들의 내면을 드러내 보여준다.

대단히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시적 언어들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 내는 이 연극은 작품 속 인물의 이름조차 명명되지 않은 채, 명확한 관계 설정 역시 관객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작품 속 여인들이 쏟아내는 굴곡진 감정의 파고가 우리 관객의 심상을 흔든다.

연극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공연 장면
▲ 연극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연극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공연 장면
ⓒ 극단 프랑코포니

관련사진보기


연극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는 20세기 말, 프랑스 연극을 대표하는 희곡작가이자 연출가, 배우 출신인 '장-뤽 라갸르스'의 작품이다.

1994년에 완성된 이 작품은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자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작품이 완성된 그해 최초의 낭독공연이 이루어졌지만 작가는 1995년 에이즈로 사망한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작가의 사후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이후 작품은 파리에 있는 '열린극장'에서 낭독 공연 이후, '타퓌스크리'시리즈 81번으로 출간됐고 출판사 <쏠리떼르 엥땅페스티프>에서 재출판 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40개국 이상의 외국어로 번역된 바 있다.

1997년 스위스의 <비디-로잔느> 극단에서  올린 조엘 주아노 연출작과 파리 '열린극장'에서 올린 스타니스라스 노르데 연출작으로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한 이 작품은 그 해 비평가 협회로부터 불어창작극 중 최고작으로 선정돼 수상했다.

연극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공연 장면
▲ 연극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연극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공연 장면
ⓒ 극단 프랑코포니

관련사진보기


죽음에 직면한 작가의 내면이 담겨진 까닭일까?

작품은 아름다움과 삭막함이 공존하는 무대와 독백과 대화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대사들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연극을 넘어 지나온 자신들의 인생을 생각하고 느끼도록 독려한다.

연극성과 문학성이 강한 이 작품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는 올해 3월 게릴라극장에서 <극단 프랑코포니>에 의해 초연됐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후지원을 받았고 국립극장의 '2012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에 국내 우수작으로 초청되어 오는 10월 7일(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에서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

연출을 맡은 까띠 라뺑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교수는 한국 배우들과의 여섯 번째 연출작인 이번 작품에 대해 "이번 앙코르 공연에서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각자 자기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이 들어 있는 이 다섯 여성인물들의 모노로그 형식에 더 비중을 두기로 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연기의 진수를 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출연 배우들. 사진 왼쪽부터 하지은(가장 나이 어린 여자 役), 이승옥(가장 나이 많은 여자 役), 김혜영(차녀 役), 문형주(장녀 役), 이정미(어머니 役)
▲ 연극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출연배우들 출연 배우들. 사진 왼쪽부터 하지은(가장 나이 어린 여자 役), 이승옥(가장 나이 많은 여자 役), 김혜영(차녀 役), 문형주(장녀 役), 이정미(어머니 役)
ⓒ 극단 프랑코포니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KNS뉴스통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국립극장, #극단 프랑코포니, #장-뤽 라갸르스, #연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