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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은 2500억원을 들여 인천 중구에 2016년께 600병상 규모의 신관을 짓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인하대병원이 올 5월 건축허가를 받은 뒤 공개한 신관 조감도.
▲ 인하대병원 신관 인하대병원은 2500억원을 들여 인천 중구에 2016년께 600병상 규모의 신관을 짓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인하대병원이 올 5월 건축허가를 받은 뒤 공개한 신관 조감도.
ⓒ 부평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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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법인 인하학원(이사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인하대학교의과대학 부속병원(병원장 박승림 의무부총장)은 올해 5월 600병상 규모의 신관 건물 건축허가를 받았다. 인하대병원은 현 병원 건물 옆 부지 1만8512㎡에 2500억 원을 들여 2016년 초 신관을 개관할 계획이다.

인하대병원은 신관이 문을 열게 되면 총 1500병상 규모의 초대형 병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신관 건축 허가를 받을 때 인하대병원은 "특성화 전문센터(2∼3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중증과 고령 질환 중심으로 운영하는 전문센터에는 암센터, 심장·뇌·혈관센터가 각각 신설될 예정"이라며 국내 '톱7 의료기관'으로 도약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병원발전기금 모금 설명회 이후 직원들 심리적 부담

인하대병원 누리집을 방문해 내려받은 병원발전기부금 약정서에는 '급여공제'방식이 명시돼 있다. 인하대병원은 자율적인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 기부금 급여공제 인하대병원 누리집을 방문해 내려받은 병원발전기부금 약정서에는 '급여공제'방식이 명시돼 있다. 인하대병원은 자율적인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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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하대병원이 신관 건축을 위해 직원들에게 병원발전기금 기부를 유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하대병원은 9월 초 의사와 간호사 등 직원들을 모아놓고 병원발전기금 모금을 위한 설명회를 열었다. 직원들은 본인을 확인하는 아이디(ID) 카드로 출석을 체크한 뒤 자리에 앉았다. 기부금 약정서에는 급여공제를 통한 납부방식이 제시돼 있었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A씨는 "설명회에 갔더니 A4용지로 된 기부 약정서를 한 장씩 나눠줬다. 간호사 같은 경우 월 5만 8000원씩 적금 형태로 36개월을 납부하면 300만 원을 기부하게 된다"며 "300만 원 이상이면 기부에 따른 기념품으로 금배지를 주고, 500만 원·1000만 원 이상이면 그에 맞는 기념품을 준다고 했다. 1억 원이면 병실에 이름도 새겨준다고 병원 고위층 인사가 와서 설명했다"고 전했다.

A씨는 또 "강제라고 하진 않았고, 설명회 마치고 나가면서 내라고 하진 않았지만 불쾌했다. 게다가 가이드라인 금액을 제시했다. 의사나 수간호사 등 높으신 분들, 병원 내에서 나름 입지가 있는 분들은 (기부금을) 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상당한 부담을 받는 것 같다"며 "병원 측은 법정기부금으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준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하대병원 홈페이지에는 병원발전기금 기부 현황이 공개돼 있다. 9월 3일부터 14일까지 132명이 병원발전기금으로 총 7억140만 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정했다. 132명의 구성을 보면, 의사와 수간호사, 각 팀장 등이 주로 참여했다.

이 기부 현황을 보면, 9월 직원 설명회 이후 기부금 약정이 부쩍 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9월 설명회 전에는 월 평균 약정 건수가 3~4건에 불과했다. 심지어 1건인 달도 있었다. 약정 금액도 200만 원 미만이 많았다. 하지만 설명회 후 최소 약정금액이 300만 원이고, 500만~1000만 원이 가장 많았으며 2000만 원 이상도 부지기수다.

병원 측 "다른 병원도 하고 있다, 자율적인 일"

이와 관련해 <부평신문>은 인하대병원 측에 ▲ 병원 직원 기부금 약정 강제성 논란 ▲ 기부금 영수증 발급기관 ▲ 신관 설계도와 설립시기 등에 대해 확인을 요청했다.

인하대병원 홍보팀은 "병원발전기금을 모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직원들 대상 기부금 모집은 전부터 있어 왔던 일이고, 다른 병원도 한다. 거듭 말하지만 이는 자율적인 일이다. 다만 병원 신관 건축이 걸려 있어서 조금 더 독려를 하고 있을 뿐이다. 설명회할 때도 자율적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심적 부담을 받는 분위기를 보면, 자율적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나?"라는 지적에는 "부담을 받는 분도 있고 안 받는 분도 있다. 병원 구성원으로서 긍지와 공동체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일이다"라고 한 뒤 "기부금 영수증은 인하대병원 명의로 발행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신규철 사무처장은 "강제라고 말만 안 했지 사실상 직원들에게 건축헌금을 강요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단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직원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는 게 이를 방증한다. 이 병원 재단인 대한한공이 먼저 기부금을 내놓고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인하대의대 정석빌딩 빌려 사용하는 건 '위법'... 교과부 "확인 후 시정조치"
인하대병원의 기부금 모집에 이어 인하대의대의 위법사항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하대의대는 십수 년째 자체 건물 없이 정석빌딩(한진그룹 지주기업인 정석기업 소유)을 임차해 의과대학 건물로 사용하고 있다.

인하대는 1995년 의과대학 설립을 승인 받은 뒤 건물이 없어 남구 용현동 캠퍼스 내 5호관 옆 공과대학 시험동 건물을 의대 건물로 사용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6년 인천 중구 신흥동에 현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을 지었다.

학교법인 인하학원은 대학병원을 건립할 때 강의동과 연구실, 교수실 등 의대가 사용할 공간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 때문에 의대는 대학병원과 인접한 정석빌딩을 임차해 쓰면서 매년 14억원 안팎의 임차료와 관리비를 지불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 설립 운영규정 제2조 6항을 보면, '제4조에 따른 교사 및 제5조에 따른 교지는 설립주체의 소유이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대학의 기본재산인 건물과 땅은 설립주체의 소유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하대의대가 정석기업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정석빌딩을 의대 건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위법인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사립대학제도과는 "언론을 통해 인하대가 임대차 계약으로 인하대의대 건물로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현재는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인하대 측에 소명자료 제출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부평신문>이 '언제까지 제출하라고 했으며, 위법 시 어떤 조치가 따르냐?'고 묻자, 교과부는 "현재로서는 소명자료 제출기한을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다만, 위법으로 판명 날 경우 위법을 바로잡는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인하대 측의 해명을 듣고자 전화를 했으나, 인하대 사무처는 "회의 중이다. 메모를 남기면 전화를 하겠다"고 한 뒤 답이 없는 상태다. 국회 신학용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은 "대학은 대학설립 운영규정상 당연히 자기 건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건물을 빌려서 대학을 운영하는 것은 위법이다. 17년째 셋방살이 시켰으면 많이 한 거다. 인하대가 이번에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하대, #한진그룹, #대한항공, #인하대병원, #조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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