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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이자 이상득 전 의원의 아들인 이지형씨는 지난 5월 24일 경실련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지난 8월 29일 1차례의 변론을 통해 9월 12일 원고(이지형) 기각이라는 판결선고가 내려졌다. 원고 이지형씨가 1심서 패소한 것이다.

이 사건의 발단은 경실련이 지난 4월 16일 발표했던 '서울시메트로9호선의 운임 인상요구에 대한 입장'이라는 성명서 때문이었다. 당시 성명서는 "2008년에는 새롭게 9호선 주식회사의 대주주가 변경되면서 2대주주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가 등극하였다. 맥쿼리IMM자산운용 대표가 이지형씨라는 사실 때문에 특혜논란이 일었던 대주주변경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던 해에 이루어졌다"고 적었다.

원고 이지형씨 측은 당시 경실련이 주장한 성명내용 때문에 각 언론사에서 아무런 사실 확인없이 이 내용을 보도하여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메트로9호선 2대주주가 본인이 대표이사로 있었던 맥쿼리IMM자산운용과 관련이 있고, 요금인상도 본인과 관련이 있는 양 확대 보도가 되어 명예나 사회적 평가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내용으로 먼저 4월 20일경 사과와 정정보도할 것을 경실련에 통고해왔다.

하지만 경실련은 성명의 내용이 당시 자료 및 상황에 비춰 봤을 때, 시민단체의 공익적 운동차원에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판단했다. 또한 과거 인천공항매각과 관련하여 맥쿼리와 이상득 의원 또는 이지형씨와의 관련성에 관한 의혹이 국회와 각종 언론기사를 통해 꾸준히 제기되어왔기 때문에 이러한 당시 내용을 기초로 하여 충분히 작성할 수 있는 성명이라고 판단해 사과와 정정보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이지형씨 측은 지난 5월 24일 경실련을 상대로 3억원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는 관련이 없다?

서울시 메트로9호선이 서울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물의를 빚었다. 사진은 지난 5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맥쿼리인프라 사무소 앞에서 통합진보당 서울시당과 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9호선 요금 기습인상과 전국 14개 민자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맥쿼리의 특혜의혹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메트로9호선이 서울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물의를 빚었다. 사진은 지난 5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맥쿼리인프라 사무소 앞에서 통합진보당 서울시당과 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9호선 요금 기습인상과 전국 14개 민자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맥쿼리의 특혜의혹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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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인 이지형씨는 맥쿼리IMM자산운용의 대표이사로 근무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와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남남 관계라고 주장하였다. 즉 맥쿼리IMM자산운용은 호주계 맥쿼리와 IMM인베스트먼트가 합작한 순수자산운용사이고,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는 맥쿼리와 신한금융그룹이 합작한 SOC분야 회사로 이들 합작회사들은 맥쿼리 본부로부터 통제와 지시를 받는 맥쿼리 계열사라기 보다는 국내의 합작회사와 협의에 의해 독립적으로 경영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간여를 할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의 경우 맥쿼리그룹의 지분이 4.4%에 불과하여 맥쿼리그룹 계열사가 아니라는식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경실련은 맥쿼리IMM자산운용과 비슷한 합작회사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가 홈페이지에 자사를 맥쿼리 그룹의 계열사로 표기하고 있고, 맥쿼리IMM자산운용이 2008년 6월까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련성이 있고, 원고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와 관련성이 없다고 확정할 수 있는 자료도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변론과정에서는 원고가 맥쿼리 맥쿼리IMM자산운용에 재직할 당시 설립한 골드만삭스글로벌인프라주식재간접펀드를 통해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에 약 2.5%(약 35억원)의 규모로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해 볼 때 두 회사 간에 관련성이 없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원고(이지형)는 호주계 맥쿼리와 IMM인베스트먼트가 합작하여 맥쿼리IMM자산운용을 설립할 때 부사장으로 재직하다가 2002년 9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했다. 그리고 이후 동 회사가 2007년 9월 골드만삭스에 인수되어 골드만삭스자산운용으로 상호가 바뀌고나서 2009년 3월까지 골드만삭스자산운용에서 일을 하다가 그만뒀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과 관련성이 없다?

원고 이지형씨 측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가 서울시메트로9호선의 2대주주로된 것은 주주변경이 승인된 2005년 4월이고, 출자의무가 완료된 시점이 2008년 1월 26일이라서 이명박 대통령 취임(2008년)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원고는 2007년 9월 맥쿼리IMM자산운용의 지분100%가 골드만삭스에 인수되었고, 상호도 골드만삭스자산운용으로 변경되어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하였다. 특히 원고 측은 서울시메트로9호선의 2대주주 여부는 건설투자자인 현대로템 등과 재무적투자자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간의 계약에 의한 것이지 맥쿼리IMM 대표로 있던 원고의 영향력이 행사될 여지자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경실련은 이에 대해 성명서 작성 당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의 2대 주주 등극 시점을 2008년으로 한 것은 당시 서울시의 주주변경 승인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알지 못했다고 답변하였다. 아울러 그나마 볼 수 있던 자료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의 자산운용보고서인데  보고서에 보면 2대주주가 된 것이 2008년 1분기 시점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던 해라고 판단하고 기재하였다.  따라서 경실련 성명서 내용은 작성 당시의 사실에 기초했다고 봐야 한다. 2005년 4월 주주협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출자의무가 완료되었을 때 정식으로 2대주주가 되는 것이 타당하고, 주주변경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맥쿼리한국인프라의 자산운영보고서 등 공시자료가 유일했기 때문에 2대 주주등극 시점을 2008년으로 인식했던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2대주주가 된 시점(주주변경 2005년 4월)이 원고의 주장대로 이명박 대통령 취임시기가 아니라 해도, 서울시장 재임기간(2002~2006)에 이루어졌다는 것은 인정한 셈이다.

지하철9호선 관련 문제제기는 시민단체 본연의 일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홈페이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홈페이지
ⓒ 맥쿼리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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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노만경)가 원고(이지형) 기각 판결을 내린 구체적 이유는 판결문(통상 1주~2주)이 나와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유추해보면 이지형씨가 패소한 이유는 경실련이 지하철9호선 요금문제 등 민간투자사업과 관련하여 공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제기했던 성명이 당시 상황과 자료를 봤을 때 충분히 제기할 수 있었던 문제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경실련 성명 내용은 이지형씨와 관련된 부분이 핵심은 아니었다. ▲ 2005년 실시협약을 통해 9호선 민자 지하철 건설에 총 공사비의 2/3를 세금으로 지출하고도, 총공사비의 1/3만 지출한 민자사업자에게 다른 노선과 동일한 운임료를 승인한 이유 ▲ 이명박 서울시장 취임 직후 서울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의 협상대상자를 교체한 원인 ▲ 2006년 당시 강남순환민자도로의 운영수입보장제(MRG)는 삭제하고서, 9호선 민자사업의 MRG를 삭제하지 않은 이유 등의 민간투자사업을 둘러싼 문제제기가 주된 내용이었다.

현재 민간투자사업은 서울시지하철9호선뿐만 아니라 거가대교, 우면산인프라웨이, 서울-춘천 고속도로, 광주순환도로 등 다양한 사업에서 혈세를 낭비시키고 있다. 민자사업은 사업계획 단계에서부터 타당성 검토, 고시, 제안서 검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실시협약, 시공, 운영 등 대부분 단계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마디로 무늬만 민간투자이고 실제로 투입되는 민간자본은 얼마되지 않고 막대한 정부재정이 들어가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사업추진으로 민간투자사업자 및 재무적 투자자의 이익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지하철9호선의 경우는 잘못된 실시협약으로 비싼 기본요금 책정은 물론, 과도한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해줌으로써 막대한 서울시민의 혈세가 낭비되었다. 실제 서울시는 2010년과 2011년에 424억2900만원을 민자사업자에게 지급하였다. 이러한 잘못된 민간투자사업은 법제도 개선을 통해 필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권오인 기자는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 감시팀장입니다.



태그:#지하철9호선, #맥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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