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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 이해찬 대표는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를 들어 불참했다. 오른쪽부터 추미애 최고위원, 박지원 원내대표, 김한길 강기정 최고위원.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 이해찬 대표는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를 들어 불참했다. 오른쪽부터 추미애 최고위원, 박지원 원내대표, 김한길 강기정 최고위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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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100일 앞둔 10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렸지만 이해찬 대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지난 6·9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이 대표의 최고위원회의 불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대표 대신 회의를 주재한 김한길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몸이 불편해서 결석했다. 심하게 불편한 것은 아니고 점심부터는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지만 당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이 대표의 빈자리는 여러 정치적 해석으로 채워졌다. 전날 세종·대전·충남 지역 경선에서 이 대표가 축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서자 계란과 물병이 날아드는 불상사가 발생했고 경선 관리 실패 책임론에 따른 '이해찬-박지원' 2선 후퇴론까지 불거진 터였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 "(각 후보 측에서) 어딘가 화풀이는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넘긴 이 대표로서도 만만치 않은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해찬 없는 최고위에서 당 쇄신론 분출

대선 100일을 앞둔 민주당이 쇄신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해찬 대표 없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당 쇄신론이 쏟아졌다. 김한길 최고위원은 "그동안 부단히 당의 변화와 쇄신을 요구해왔지만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결과적으로 쇄신을 이끌어야 할 지도부가 오히려 우리 당의 후보들로부터 쇄신의 대상이 된 것 같아서 자괴감을 지우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고통스럽더라도 민주당이 변하지 않고는 이길 수 없다"며 "우리 지도부는 자신까지를 쇄신 대상으로 삼는 것을 감수하고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기정 최고위원도 "지난 광주·전남 경선에서 나온, 4명 후보와 당 대표가 만나자는 김두관 후보의 제안을 당장 성사시켜 당의 단합 방안을 찾고 쇄신 방안을 논의해나갈 때"라고 말했다.

당내 의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해찬-박지원 2선 후퇴를 포함해 비대위 구성, 친노 패권주의 해체, 당 대선 후보 선출 후 초계파 선대위 구성 등 당 쇄신의 구체적 방법론까지 논의가 분출하고 있다.

4선 이상 중진 의원 11명은 이날 오찬 회동을 통해 당 쇄신과 통합, 계파 기득권 해체 필요성 등에 뜻을 모았다. 또 경선 현장에서 일부 당원들이 과열된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자제를 촉구하기로 했다.

박병석 국회 부의장은 이날 회동이 끝난 후 "당에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과 쇄신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고 당 지도부에게 당원과 국민에게 더 낮은 자세로, 진지한 소통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며 "계파의 기득권을 해체해야 한다는데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공개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이날 모임에서 이해찬-박지원 사퇴 요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박지원 퇴진론은 숨고르기... '지켜보자' 기류도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가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가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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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의총 소집을 요구한 39명의 의원들도 11일 쇄신 의총 직전 조찬 회동을 통해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모임 내부에서는 이미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2선 후퇴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룬 의원들이 여럿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 지도부 사퇴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다. 아직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 중인데다 충분한 당내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쇄신 의총 소집을 주도한 한 핵심 의원은 "11일 의원총회가 사실상 처음 당 쇄신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인데 처음부터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게 효과적인 문제해결 방식은 아닌 것 같다"며 "128명 의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당이 처한 위기의 원인과 해결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쇄신 방안이 도출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현재 당 지도부에서는 대선 후보 확정 후 후보에게 당 운영의 전권을 넘겨 후보 중심의 당 쇄신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9월 중순 경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자연스럽게 이해찬-박지원 지도부가 뒤로 물러나고, 후보가 초계파 선대위를 꾸려 단합과 쇄신에 나서는 게 모양새가 좋다는 것이다.

비주류 측의 한 의원은 "당 지도부가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당 운영과 선대위 구성의 전권을 위임하는 내용을 포함한 당 쇄신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쇄신안 발표를 지켜보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 측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11일 쇄신 의총에서 지도부 퇴진론을 둘러싼 정면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 "박지원 원내대표 측에서도 의원들 입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11일 의원총회는 지도부에 당 수습책 마련을 촉구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위 구성에서 친노색 빼야"... 선대위 구성이 당내 갈등 분수령

하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비주류 측은 대선후보 확정 후 선대위 구성에 대해서 팽팽한 기싸움을 예고했다. 이들은 당내 경선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경우 선대위 핵심에 '친노(친노무현)계' 배제를 약속해야 한다는 요구를 내놓고 있다.

쇄신 의총 소집을 요구한 한 재선 의원은 "만약 문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경우 당이 화합하기 위해서는 문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내놓은 '민주당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기득권 정치를 깨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선대위 구성부터 '친노' 색을 빼고 고르게 인재를 배치해야 당이 화합의 길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의 한 관계자도 "이대로 가면 문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되더라도 '낮에는 문재인 편, 밤에는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 편' 하게 될 의원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 쇄신 드라이브가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쇄신 방향에 대해 당 지도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는데다 당 쇄신 흐름이 친노 대 비노의 권력 게임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비주류 입장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고 당 운영의 전권을 물려받으면 '도로 이해찬 체제'와 다를 바가 없는 셈"이라며 "결국 선대위 구성이 당내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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