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남 나주시 어린이 납치 성폭행사건 피의자 고모(23)씨가 1일 오전 피해자 A(7)양의 집에서 A양을 이불째 납치하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이날 피해자 집 내부의 현장검증 장면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채 진행했으며, 이 사진은 전남지방경찰청이 제공했다.
▲ 이불째 납치 재연하는 피의자 전남 나주시 어린이 납치 성폭행사건 피의자 고모(23)씨가 1일 오전 피해자 A(7)양의 집에서 A양을 이불째 납치하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이날 피해자 집 내부의 현장검증 장면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채 진행했으며, 이 사진은 전남지방경찰청이 제공했다.
ⓒ 연합뉴스/전남지방경찰청 제공

관련사진보기


혼자 배곯던 통영의 11살 여아는 성범죄 전과가 있던 동네 아저씨 트럭에 올랐다가 영영 돌아올 수 없게 됐다. 아빠는 술에 취해 잠들어 있었고, 엄마는 외출 중이던 밤, 거실에서 잠자던 나주 초등생은 이불째 납치돼 성폭행을 당했다. 두 아이 모두 누군가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보건복지부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한국 아동청소년실태조사>(2009)에 따르면, 거의 매일 방과 후에 혼자 있거나 형제·자매끼리 있는 빈곤 아동·청소년은 9만9087명이다.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계산하면 110만여 명에 달한다. 가정 형편 등의 이유로 부모와 아이가 떨어져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돌봄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돌봄서비스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졌다. <한국 아동청소년실태조사>상 방과 후 거의 혼자 있는 초등생은 31만8647명이었다. 올해의 경우 15만8000명이 방과 후 학교(초등 돌봄교실)을, 10만7000명이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나머지 5만3000여 명은 방과 후에 그 어떤 돌봄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형제도 없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따로 사는 아이들이 많아져 돌봄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읍면동당 지역아동센터를 1개씩만 세워도 돌봄사각지대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아동복지에는 아무도 관심 없다가, 사건이 터져야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2007년 기준 경제개발협력국가(OECD) 회원국들의 아동복지 예산 평균은 국내총생산(GDP)의 2%인데, 우리는 0.5%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마저도 가족 분야 예산을 합친 숫자다.

"아동복지, 사건 터져야 관심... 예산도 OECD 평균 1/4에 불과"

공급이 부족한 돌봄서비스를 보건복지부와 교육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등 세 부처가 쪼개어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부처별로 사업을 지원·관리하고 있어 체계적이지 않고,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다"며 "사회 변화나 아동 보호 등을 고려해 볼 때 돌봄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여성가족부는 현재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채 일하는 부모 대신 집이나 보육시설에서 아이를 보살펴주는 시간제 '아이 돌보미' 서비스와 맞벌이·한부모·취약계층 가정 청소년 대상의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교과부는 초등 돌봄교실과 엄마품 온종일 돌봄교실로 방과 후 아이들에게 사회적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엄마품 온종일 돌봄교실은 초등 돌봄교실보다 좀 더 '보육'에 방점을 찍은 제도다.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부모가 아침 일찍 또는 밤 늦은 시각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이 제도는 이용자의 90%가량이 초등학교 1~3학년이다.

교과부는 또 돌봄이 취약한 농산어촌지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289개교를 전원학교로 지정, 교육·돌봄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복지부의 경우 지역사회 저소득층 아동을 보호하고 교육지도하며 급식도 지원하는 지역아동센터를 소외계층 아동청소년에 대한 사회안전망으로 구축하고 있다. 2012년 현재 전국의 지역아동센터는 모두 4003개소다. 빈곤아동에게 가난이 대물림되는 일을 막기 위해 건강·복지·보육을 통합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드림스타트' 사업 역시 돌봄서비스의 일종이다.

돌봄서비스, 부처마다 제각각... "소통은 기본, 체계 정비도"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는 "돌봄서비스는 세 개 부처로 쪼개져 있는데도 부족하다"며 "부처 간 의사소통이라도 열심히 해서 사각지대를 줄여야 하는데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요즘은 학교가 끝난 시간부터 부모가 돌아오는 시간까지의 (돌봄) 공백이 너무 크다"며 "한국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사회인만큼, 그 안을 채우는 걸 개별부모나 아동에게만 맡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아동 대상 범죄 예방을 위해선 "누가 몇 시에 어디에 있는지를 바로 찾을 수 있어야 한다"며 "지역사회와 부처가 모여 돌봄 안전망을 다시 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5일 국회인권포럼과 국회입법조사처가 공동주최한 '아동대상 성범죄 및 방임아동의 실태와 대책' 간담회에 참석한 이여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방과 후 아동 돌봄 서비스는 세 부처로 나뉘어 개별 사업에 따라 이뤄져 아동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지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을 찾아내 안전망 안에서 보호하려는 노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부처에서도 "돌봄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부처 간 연계와 조정은 분명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돌봄 서비스가 굉장히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확대하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저희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교과부 관계자도 "부처 간 통합 여부를 떠나서 취약계층 아동의 돌봄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시스템 마련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와 교과부는 올 2학기 중에 학교를 중심으로 돌봄 서비스 현황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태그:#아동성폭력, #아동, #돌봄, #복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