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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의 비밀과 새엄마 등을 소재로 한 성장 드라마
▲ 드라마 메이퀸의 주인공 천 해주 출생의 비밀과 새엄마 등을 소재로 한 성장 드라마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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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 드라마는 시간을 거스르고, 시공을 초월하는 등의 판타지 액션 로맨스 사극이라는 획기적인 장르가 대세다. 화려한 액션과 연기력, 외모를 갖춘 등장인물, 드라마에 한 번 빠지면 끝을 보게 만드는 스토리 전개 등으로 시청자들을 꽉 잡아서 TV 앞에 앉혀놓는다. 그 속에서 MBC 주말 드라마 '메이퀸'은 소재의 참신함도 카리스마 있는 제목도 없이 시청자들 앞에 섰다.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고 잔잔한 감동이 있는 드라마라고 여겼던 그 드라마를 보는 동안 내 화두는 막장 계모와 나약한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는 주인공 천해주(김유정 분)가 현실에서라면 과연 정상적인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였다.

신데렐라와 캔디를 섞어 놓은 전형적인 주인공에게 분노에 가득 찬 새 엄마는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부르기는커녕 항상 '야, 지지배야, ~~년'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부른다. 막 사춘기에 접어드는 나이인 주인공 천해주는 이유 없이 새 엄마에게 날마다 욕을 먹는 일상에, 힘에 겨운 가사 노동까지 떠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머리를 쥐어 박히고 따귀까지 맞는 아동학대까지 당하는 등, 12살 소녀가 겪어야 하는 운명치고는 너무 가혹한 운명에 처해 있다.

공교롭게도 드라마 속의 그 아이, 천해주가 처한 상황과 요즘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나주 성폭행 사건의 범인 고아무개가 성장한 가정환경이 닮지 않았는가?

여섯 살 무렵 엄마를 잃은 고씨에게 밥을 많이 먹는다고 밥상을 발로 차버리고 학교에 갈 차비는 물론 용돈도 주지 않았다는 새 엄마와 천해주의 새 엄마는 닮아도 너무 닮았다. 즉, 천해주와 고씨의 성장 배경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7세 아이를 성폭행한 고씨를 언론에서는 '파렴치한, 인면수심'으로도 부족해서 '괴물'이라고 표현을 해가며 그의 23년 인생을 파헤치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처음에는 '그가 누구냐'에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어떤 사람이냐'로 관심사가 옮겨가고 있으며 최근 올라 온 뉴스는 그도 왜곡된 가정 환경의 희생양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씨를 동정하거나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 아니다. 그가 저지른 범죄의 대가는 엄격히 치러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어린 고씨와 천해주가 많다. 충동을 조절하고 도덕적 가치관을 형성해가는 시기인 십대 시절을 부모 또는 누군가에게 구박을 받으며 자존감에 상처만 입은 채 성장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상처 투성이의 짐승처럼 사회의 관심으로부터 방치되어 잠재적 범죄자로 성장하고 있는 그 아이들을 더 이상 모른 척 하지 말자는 뜻이다. 

엄마들이 강력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촛불 시위를 하고 인터넷 서명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아이' 뿐만 아니라 '이웃의 아이'까지 잘 돌보는 마음 자세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사형 제도를 존속시키고 강력 범죄에 대한 처벌법을 강화하겠다는 후천적 조치를 통해 범죄자를 막을 것이 아니라 사회 복지제도와 이웃의 관심, 부모 교육 등을 통해 잠재적 범죄자들의 범죄를 예방하자는 것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항상 씩씩하고 지혜롭기까지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주변 사람들까지 밝게 해준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인물을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엄마에게 항상 머리를 얻어맞고 욕을 먹으며 성장했던 기억 때문에 시집을 간 후로는 친정과 발길을 끊고 사는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사람도 있다.

가난하고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 속에서도 성공한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가족 중에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다독여준 사람과 유혹에 빠질 때마다 손을 잡아주는 사람과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2천 년 전 부터 예수가 '네 이웃을 사랑하라' 고 역설했던 까닭이 요즘 '이웃 사람'이 범죄자의 대명사로 전락할 것을 예견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그 동안 내 고통에만 집중하느라 이웃의 아픔을 외면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내 이웃에 어린 천 해주와 고씨가 없는지 살핀 다음에  범죄자로 성장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이는 '참다운 이웃사람'으로 거듭나기를 해야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지난 4년 동안 사회복지학에 이어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 문제가 된 묻지마 폭행, 어린이 성폭행 등의 사건들을 보면서 범죄를 일으킨 사람들의 성장 과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태그:#메이퀸, #고종석, #자존감, #성폭행, #이웃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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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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