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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딱 세 번(아침·점심·저녁) 버스가 오가는 안성 신촌마을(미양면 고지리). 마을 인구가 거의 대부분 노인들인 이 마을에도 지역아동센터(이하 센터)가 있다. 이 센터는 2006년에 마을의 교회(새생명교회)에서 세운 곳. 당시 교회에서 사비를 털어 마을의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김진영교사와 아이들이 해맑은 표정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제각기 다른 표정에서 그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엿본다.
▲ 해말은 아이들 지금은 김진영교사와 아이들이 해맑은 표정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제각기 다른 표정에서 그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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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편견과 싸워야 하는 이중고

여기에 오는 아이들의 가정은 형편이 그리 좋지 못하다. 센터에 오는 아이들은 이 마을 아이들뿐만 아니다. 인근 마을에서도 온다. 한마디로 돈이 최고인 세상으로부터 외면한 가정의 아이들인 셈이다.

설상가상이라고 해야 하나. 이곳에 오는 아이 중 일부는 학교·마을 등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주변 친구들은 '센터 아이들'이라고 소외시키기도 한단다. 아이들의 고통을 치유하기도 벅찬데, 세상의 편견과 싸워야 하는 이중고가 여기에 있다.

그러다 보니 센터 측에서는 고민이 생기기 마련. 세상으로부터 상처를 입은 아이들을 보듬어 당당한 아이로 키우고자 하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센터의 재정은 재정대로 힘들다.

솔직히 센터의 문을 닫을까 고민도 했었다고. 당시 최윤정 센터장(비전슐레지역아동센터)과 교사들은 아이들이 눈에 밟혀 그렇게 하지 못했단다. 지난 8월 30일에 만난 최 센터장은 "세상이 아이들을 외면해도 우리마저 그러면 이 아이들을 어디에서 받아주겠느냐"고 회상했다.

"뭐라도 배워 자신감이 회복되기를"

센터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성적이 뒤처진다. 머리가 따라주지 않거나 환경이 좋지 않아서 그렇다. 그런 아이들에게 마냥 공부하라고는 할 수 없다. 어떻게 하든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을 꾸려 아이들을 집중시킨다. 눈높이에 맞춘 맞춤형 교육이다. 종이접기·중국어교실·오카리나 교실·독서지도·각종 체험 등을 운영한다고 한다.

지금은 김진영 교사와 아이들이 한 자리에 앉아 수업을 하고 있다. 바로 앞에서 한 아동이 해맑게 웃고 있다.
▲ 수업시간 지금은 김진영 교사와 아이들이 한 자리에 앉아 수업을 하고 있다. 바로 앞에서 한 아동이 해맑게 웃고 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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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아이들의 자신감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학교 성적 때문에 잃은 자신감을 회복시켜주기 위함이다. 뭐라도 한 가지를 잘하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도 있다.

그래도 센터는 늘 아쉽다. 하루에 세 번 버스가 오는 마을 이다 보니 외부에서 강사를 초청하는 것도, 자원봉사자를 섭외하는 것도 어렵다. 좀 더 다양한 기회를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가 차량을 가진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지원해주기를 바랄 뿐.

"오히려 아이들에게 배워요."

"사실, 제가 아이들에게 많이 배워요."

무슨 말일까. 최 센터장이 처음 센터에 왔을 땐, 아이들의 유별남을 보고 놀랐다. 무질서하고, 산만하고, 돌발 행동을 잘하고.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할까 난감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아이들의 아름다운 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센터의 아이들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들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컨대, 장애를 가진 친구와 계속 생활하다 보니, 서로가 자연스럽다. 장애에 대한 편견이 자리 잡을 곳은 없다. 이런 모습들이 최 센터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척박한 황무지에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을 발견한 셈이다.

정신지체 아동은 남다른 운동 신경이 발달돼 있다. 센터는 그런 부분을 키워주고 싶다고 한다. 마음에 상처가 있는 아이는 어떻게 해서든 전문가의 상담을 받게 한다. 때론 부모가 반대하면 부모를 설득을 해서라도 말이다. 장애등급 판정이 필요한 아이는 어떻게든 판정을 받아 교육 혜택을 누리게끔 한다. 센터에서 정돈된 생활을 하다가도 집에 가면 흐트러지는 아이들, 비록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도 최선을 다한다. 밑 빠진 독에 있는 콩나물이 조금씩 쑥쑥 자란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랄까.

때론 아이들의 아빠가 되기도 하고, 엄마가 되기도 하는 최윤정 센터장. 아이들을 품어주기에 넉넉하게 생겼다. 이 사무실 공간은 아이들이 배우는 곳과 이어져 있어 구분이 없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오히려 배운다는 그녀는 오늘도 아이들과 티격태격 말싸움을 하고 있을 게다.
▲ 최윤정 센터장 때론 아이들의 아빠가 되기도 하고, 엄마가 되기도 하는 최윤정 센터장. 아이들을 품어주기에 넉넉하게 생겼다. 이 사무실 공간은 아이들이 배우는 곳과 이어져 있어 구분이 없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오히려 배운다는 그녀는 오늘도 아이들과 티격태격 말싸움을 하고 있을 게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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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듯한 시설 없어도, 번듯한 사랑이 있다 

이 센터, 가만히 보니 시대가 외면한 아이들을 부둥켜안고 사랑에 빠졌다. 세상이 모두 고액과외, 고급 학원, 개인 교습 등 자신의 자녀 투자에 총력을 기울일 때가 아닌가. 우리가 놓치기 쉬운 이웃의 아이들, 다양한 기회에서조차 소외된 아이들, 출발선에서부터 뒤처진 아이들, 교육적 여건을 갖출 수 없는 아이들,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아이들... 그 아이들은 훗날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될 것이다.

'하루에 3번 버스가 다니는 마을. 논바닥에 세워진 교회당 옆 센터. 사무실 공간 하나 없어 아이들과 같이 쓰는 곳.'

이런 열악함이 여기에서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곳에는 번듯한 시설을 갖추고 있진 않지만, 번듯한 사랑이 있다. 소외에 파묻히지 않고 센터네 나와 장난을 치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고마움이 있다. 이 아이들이 커서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 센터가 있기에, 그 속에 이런 아이들이 있기에 신촌마을은 복 받은 곳이다.


태그:#지역아동센터, #비젼슐레지역아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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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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