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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중 '예술무대 산'이 거리공연으로 준비한 '선녀의 날개를 찾아서'가 공연되고 있다
 2012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중 '예술무대 산'이 거리공연으로 준비한 '선녀의 날개를 찾아서'가 공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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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부터 9월 2일까지 8일간 수원은 시끌벅적하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여 박수를 치기도 하고, 환호를 지르기도 한다. '2012 수원화성 국제연극제'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진주', 다국적 연극단의 '나비의 꿈', 호주의 아크로바트 공연인 '낙하프로젝트'와 일본의 '서커스 퍼포먼스', 중국의 '인어공주'와 러시아의 '러시아 카바레' 등 해외 참가작과 우리나라의 극단들이 참여를 해서 화성행궁광장, 수원천 길거리 공연장, 장안공원 등 여러 곳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국내공연작 중 예술무대 '산'의 길거리 인형극인 선녀와 나무꾼의 뒷 이야기인 '선녀의 날개를 찾아서'가, 29일 수원천 거리공연으로 오후 7시부터 화성 남수문 앞 지동교에서 펼쳐졌다.

나무꾼을 사슴이 조종을 하고 있다. 극에서는 나무꾼은 자아가 없이 사슴이 시키는대로 살아가는 인형으로 표현을 했다
 나무꾼을 사슴이 조종을 하고 있다. 극에서는 나무꾼은 자아가 없이 사슴이 시키는대로 살아가는 인형으로 표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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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만 슬픈 나무꾼과 선녀의 이야기

초등학교에서 배운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나무꾼의 이야기가 주가 된다. 선녀는 그저 인간세계로 내려와 날개옷을 빼앗기고, 아이를 셋이나 낳은 후에 날개옷을 입고 다시 하늘로 돌아간다. 그런데 이런 모든 상황을 조종하는 것이 바로 나무꾼으로 인해 목숨을 건진 사슴의 배후조종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조현산 구성 연출로 극으로 꾸며진 '선녀의 날개를 찾아서'에서는 5m의 대형 인형으로 관람객들을 만나게 되는 나무꾼과, 선녀의 슬픔을 확장된 커다란 얼굴을 가진 선녀, 자신의 의사대로 선녀와 나무꾼의 일생을 좌지우지하는 사슴 무리들이 출연을 한다.

'선녀의 날개를 찾아서'를 연출한 조현산
 '선녀의 날개를 찾아서'를 연출한 조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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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인형극에 푹 빠져 있었다는 연출자 조현산은 연출의 변을 이렇게 말한다.

"선녀와 나무꾼에서 미쳐 모르고 지나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선녀와 나무꾼은 선녀의 마음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이, 사슴이 시키는 대로 따라한 나무꾼의 이야기가 주가 됩니다. 하지만 과연 날개옷을 빼앗기고 아이를 낳고 살았다고 해서 선녀가 행복했을까요? 아이를 셋이나 낳은 선녀가 날개옷을 찾아 입고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갔다는 것은, 선녀는 행복하지 않았다는 뜻도 됩니다. 날개옷은 선녀의 자유의지입니다. 그 옷을 빼앗긴 순간 선녀는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죠. 그런 점들을 인형극으로 구성을 해, 수원천에서 사람들과 조우를 하는 것이죠."
       
사슴들의 조종을 받는 나무꾼의 머리는 창살에 갇혀

5m 높이의 큰 머리를 가진 나무꾼은 인형으로 대신했다. 그 인형의 뒤에는 조종석이 있다. 사슴들이 그곳으로 올라가 나무꾼을 조종한다. 나무꾼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사슴들이 번갈아 조종하는 대로 움직인다. 나무꾼의 머릿속에는 선녀의 날개가 있다. 그리고 나무꾼의 머리는 창살로 옭매어있다. 늘 갇혀있는 사고로 인해 자신이 아닌 사슴의 머리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사고는 창살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슬픈 얼굴을 하고 눈물을 흘리는 큰 머리의 선녀가 등장한다. 선녀는 나무꾼에게 날개를 빼앗기고 슬픈 표정으로 나무꾼과 만난다. 그 뒤로는 사슴들이 쫒아 다니면서 선녀와 나무꾼에게 강요를 한다. 자유롭게 날기를 원하는 선녀는 객석 밖으로 나가, 자신이 추구하는 자유를 갈망한다.

날개옷을 잃은 선녀는 내내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다. 날개옷은 선녀의 자유를 뜻한다
 날개옷을 잃은 선녀는 내내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다. 날개옷은 선녀의 자유를 뜻한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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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도끼를 손에 쥔 나무꾼은 이미 자아(自我)가 없다. 뒤에서 조종하는 사슴들의 의지대로 움직일 뿐이다. 이 모든 것은 상징적으로 표현이 되었다. 그리고 자유를 찾아 공연장을 떠났던 선녀가 다시 돌아왔다. 사슴들은 갖은 회유를 하다가 선녀에게 날개를 갖다 준다. 그러나 선녀는 이곳에서는 하늘로 올라가질 않는다. 날개옷 그 자체가 바로 자유로의 갈망이기 때문이다.

500여 명의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30분 동안 펼쳐진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선녀는 얼굴에 흐르던 눈물을 닦고, 나무꾼에게도 돌아갔다. 공연 내내 슬프던 선녀의 얼굴에 모처럼 환한 미소가 보인다. 자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진정한 자유는 환경 등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드는 것임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선녀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나무꾼의 머리에 있는 날개를 꺼내고 있는 사슴들
 선녀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나무꾼의 머리에 있는 날개를 꺼내고 있는 사슴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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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와 나무꾼, 선녀는 정말 행복했을까요?"

극중에서 선녀 역을 맡은 김양희(여, 36세)씨와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 연극을 하신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바로 연극무대에 올랐으니 한 13~4년 정도 된 듯하네요."

- 이 극에서 선녀 역을 맡아하셨는데, 선녀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를 하셨는지?
"우리가 극중에서 만나게 되는 선녀는 행복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나무꾼과 살아야했고, 아이를 낳기도 했으니까요. 날개를 다시 찾고는 바로 하늘로 올랐다는 것은, 나무꾼과의 생활이 행복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뜻하죠. 아마도 이 극중에서 선녀는 쉴 새 없이 자유를 갈망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선녀가 다시 날개를 찾았다.
 선녀가 다시 날개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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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를 찾고도 하늘로 올라가질 않았는데?
"예, 아마도 극중에서 선녀가 느끼는 감정은 다양한 것 같아요. 슬픔과 기쁨, 그런가하면 어두움과 밝음, 그런 것들이 교차하니까요. 이 극에서 저희가 관객들에게 들려주고자 한 목소리는 인간의 자유에 대한 갈망은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이라는 것이죠. 하늘에 올라가지 않아도 날개를 찾았다는 것은 갈망하던 자유를 찾았기 때문이란 생각입니다."

- 공연은 어느 정도나 하시나요?
"저희 극단은 해외공연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한 달이면 한 일주일 정도만 쉬고 20일 이상을 공연을 합니다."

날개옷을 입고 마음의 자유를 찾은 선녀의 웃음
 날개옷을 입고 마음의 자유를 찾은 선녀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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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꼭 맡아서 하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이상하게 저는 독한 역을 한 번도 해보질 못했어요. 그래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독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극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예,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뷰와 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원화성국제연극제, #선녀의 날개를 찾아서, #산, #날개옷, #선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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