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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디바' 이은미의 열창이 토요일 밤 이태원 게이 클럽을 뜨겁게 달궜다. 이태원의 클럽인 펄스는 토요일 밤이면 언제나 트렌디한 패션으로 무장한 게이들이 몰려드는 서울의 대표적인 게이 클럽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소수자의 게토에 지난 토요일 밤 평소와는 다른 행사가 펼쳐졌다. 지난 26일 새벽 2시부터 3시까지 가수 이은미의 미니콘서트가 열린 것이다. 이은미는 펄스를 찾은 게이 클러버들과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온 팬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열정적인 공연을 펼쳤다.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후원콘서트, 이은미 무지개 위를 걷다'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공연에서 이은미는 출연료 전액을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동성애자인권연대, 군인권센터, 게이유권자파티에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일주일 전부터 종로와 이태원, 홍대의 이반업소에 이번 공연에 관한 홍보포스터가 배포되었고, 각종 성소수자 사이트에 적극적으로 공연이 홍보가 되었던 영향으로 평소보다도 더 많은 게이들이 클럽을 채웠다. 여기에 더하여 이은미의 공연을 보기위해 찾아온 레즈비언이나 트랜스젠더, 이성애자들까지 합세하여 클럽 안은 공연 시작전부터 천 여명의 관객들로 이미 입추의 여지가 없이 꽉 채워졌다. 클럽 음악 속에서 리듬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의 열기는 일찍부터 달아올랐다.

2시 30분 홍석천의 사회로 이은미 미니콘서트는 시작되었다. 본 공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민주통합당 진선미 국회의원의 축하인사가 있었다. 진선미 의원은 홍석천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 게이들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앞으로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국회에서 열심히 일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서 자신이 국회에서 노력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소수자 스스로 자신들의 인권과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라며 이번 콘서트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사회적으로 많은 목소리를 내줄 것을 당부했다.

민주통합당 진선미 국회의원이 이은미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 공연 전 축하인사 민주통합당 진선미 국회의원이 이은미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 박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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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 의원의 인사가 끝나고 홍석천은 원래도 펄스를 자주 찾는다는 언급으로 분위기를 풀면서, 본인의 웃옷을 벗어던지며 열정적으로 공연을 즐길 것을 유도했다. 이윽고 클러버들의 사이를 뚫고 하얀 무대의상을 갖춰 입은 이은미가 무대에 오르고 클럽안은 기대감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진선미 의원이 건넨 축하 꽃다발을 든 이은미는 "사회적 약자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 언니라고 생각하고 공연을 즐겨주길 바란다"는 말로 첫인사를 하면서 공연을 시작했다.

공연에서 이은미는 "서른 즈음에", "녹턴", "좋은 사람", "아웃사이더", "너는 아름답다"를 불렀는데, "녹턴"의 경우 서정적인 가사가 많은 성소수자들의 공감을 샀다는 것을 게이 친구에게 들은 바가 있다며 함께 부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에서 공연한 바 있는 "좋은 사람", "아웃사이더"를 열창하면서 적극적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절친한 게이 친구들로 인해 이미 익숙한 듯 여유있게 게이 관객들과 호흡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여주며 공연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마지막 앵콜곡은 이은미의 대표적인 히트곡인 "애인있어요"였다. 이 노래는 좋아하는 마음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가사로 인해 많은 성소수자들이 애창곡으로 꼽는 노래이다. 클럽 안의 모든 관객들이 앵콜곡인 "애인있어요"를 다같이 따라 부르며 공연은 마무리되었다.

이태원 게이 클럽에서 열정적으로 공연하고 있는 모습
▲ 열창하는 이은미 이태원 게이 클럽에서 열정적으로 공연하고 있는 모습
ⓒ 임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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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만난 Y(21)군은 "게이 클럽에서 이은미가 노래를 한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았는데, 실제로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것을 보니 감동이었다"며 공연에서 느낀 감동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대구에서 공연을 보러 온 J(22)군은 "한국 동성애자 역사에 남을 한 장면에 함께 한 것 같은 기분이다"라며 이번 공연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8월 27일 월요일 저녁 이은미의 절친한 게이 친구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공연을 주최했던 클럽 펄스 관계자와 이은미, 그리고 후원을 받기로 한 단체의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이은미는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동성애자인권연대, 군인권센터, 게이유권자파티 등 4개 단체에 출연료 전액을 전달하였다. 또한 각 단체는 자신들의 활동 내용을 알리는 브로슈어 및 선물을 이은미에게 전달하며 앞으로도 각 단체의 활동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다.

이 자리에서 이은미는 "새벽 2시에 노래를 하는 것은 가수로서 원래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조건이지만 가족처럼 생각하는 게이 친구의 부탁으로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앞으로 성소수자들이 더욱 더 자신을 많이 드러내고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당부를 남겼다.


태그:#이은미, #이태원, #성소수자, #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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