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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는 김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했다.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는 김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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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올 것이 온 것이지, 뭐"

16일 4대 그룹 고위 임원인 A씨의 말이다. 이날 오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1심 판결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답은 간단했다. 그는 "판결문을 보지 않아서 뭐라 말하긴 그렇지만..."이라면서도 "요즘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실형 선고는) 예상할 수 있는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를 염두에 둔 판단이라는 것인가'라고 묻자, 그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될 일"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꺼렸다.

김 회장이 이날 횡령과 배임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한화그룹을 비롯해 재계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화 쪽에선 "구속까지 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한화 관계자는 "법원에서 김 회장에 대해 공동 정범으로 유죄를 인정한 것에 대해선 법률적으로 다툼의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판결문이 정식으로 들어오면, 빠른 시일안에 검토를 거쳐 항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화 "빠른 시일 내 항소"... 재계 "경제 민주화 분위기에 재벌총수 옥죄기"

재계에선 이번 판결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재벌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 쪽은 반응 자체를 꺼렸다. 전경련 한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사안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에 뭐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특성상 총수의 역할이 매우 큰 점을 감안할 때, 기업 경영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 김 회장의 법정 구속이 결정되자, 주식시장에서는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지난 4월 총선 이후, 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 걸쳐 대기업에 비판적인 정서가 깔려 있지 않은가"라며 "이번 판결 역시 이같은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법부 역시 이같은 사회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기업인으로서 경제발전 등 기여한 부분이 양형에 참작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수 재판 진행 중인 SK그룹 비롯 태광, LIG 등도 전전긍긍

최태원 SK 회장
 최태원 SK 회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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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가 재판을 받고 있는 다른 재벌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회사 돈을 빼돌려 주식시장에서 선물 투자에 썼다는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동생인 최재원 수석 부회장은 구속됐다. 최씨 형제에 대한 1심 판결도 빠르면 이달 말께 나올 예정이다.

300억 원대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난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은 대법원의 최종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작년 10월 1심서 징역 3년에 법정구속됐다가 올 1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역시 1400억 원대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4년6월에 벌금 20억 원을 선고 받은 후 현재는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2심이 진행중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마찬가지로 300억 원 가량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밖에 300억 원대 기업 어음을 부정 발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구자원 LIG 회장과 아들 구본상 부회장 등도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동안 재벌 개혁이 미진했던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수백억 원대의 횡령 등 엄중한 경제 범죄에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이었다"면서 "(사법부의) 엄정한 법 집행이 선행돼야 경제민주화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그:#김승연, #재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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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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