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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대구 신천 둔치에서 열린 '제3회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 걷기대회'에서 일제시대 위안부로 끌려가셨던 이용수 할머니를 태운 자전거를 필두로 학생과 심ㄴ 1000여 명이 걷기에 나서고 있다.
 11일 오후 대구 신천 둔치에서 열린 '제3회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 걷기대회'에서 일제시대 위안부로 끌려가셨던 이용수 할머니를 태운 자전거를 필두로 학생과 심ㄴ 1000여 명이 걷기에 나서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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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아픔, 잊을 수도 없고 치욕을 씻을 수도 없겠지만, 저희가 있잖아요. 힘내세요."
"진실은 늙어도 죽지 않습니다. 위안부 할머니에게 명예와 인권을."
"할머니 힘내세요, 저희가 지켜드릴께요.♡"

광복절인 15일 1035회 수요집회를 앞두고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제3회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 걷기대회'를 열었다. 11일 오후 대구 신천 동신교 밑 둔치에서 열린 걷기대회에는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은 "할머니 사랑해요. 오래오래 사세요", "저희가 할머니의 힘이 되어드릴게요" 등의 응원메시지를 통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애정을 보냈다.

걷기대회에는 위안부 피해자 이선옥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참가했고 이용수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참가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손자, 손녀 같은 어린 학생들이 많이 와줘서 고맙다"며 손을 들어 하트 모양을 그리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위안부할머니들과 함께 한 '제3회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 걷기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일본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배상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위안부할머니들과 함께 한 '제3회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 걷기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일본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배상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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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대회에는 중고등학생들이 특히 많이 참여했다. 163명의 학생을 데리고 왔다는 하양여고 정재준 교사는 "역사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며 "근현대사에 대해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역사의식을 가지도록 수업을 한다"고 말했다.

외교관이 꿈이라는 정호정(하양여고) 학생은 "외교관이 되면 우리나라를 강점했던 일본인들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바로잡고 사죄를 받아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이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커피 프렌차이즈인 '카페베네' 청년봉사단 100여 명도 걷기대회에 참가해 할머니들과 손을 잡았다. 경기도 안산에서 왔다는 오은애(23, 서울예대)씨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나눔의 집'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며 "할머니들의 피맺힌 절규가 역사에 묻히지 않도록 청년들이 앞장서고 아픔도 함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많은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오른 이용수 할머니는 "내가 왜 이렇게 많은 손녀, 손자 같은 젊은이들이 눈물짓도록 해야 하는지 역사가 원망스럽다"며 "지금 여러분들의 눈물이 다음에는 더 큰 기쁨의 눈물로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또 "내 나이 85세인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1965년 한일협정 당시 문서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올해 9월에 동경에 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생 자원봉사 사이트를 통해 행사의 운영위원으로 참가한 김원영(영남대 3학년)씨는 "일본이 잘못을 사과하지 않는 것에 화가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구 신천 둔치에서 11일 오후 열린 '제3회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 거디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진실은 늘어도 죽지 않는다"등의 손피켓을 들고 있다.
 대구 신천 둔치에서 11일 오후 열린 '제3회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 거디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진실은 늘어도 죽지 않는다"등의 손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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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대구 신천 둔체에서 열린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 걷기대회'에 자원봉사를 하러 온 한 학생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보내는 위문편지를 매달고 있다.
 11일 오후 대구 신천 둔체에서 열린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 걷기대회'에 자원봉사를 하러 온 한 학생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보내는 위문편지를 매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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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에 말뚝테러... 일본 정부는 위안부 책임 인정하라"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안경욱 대표는 "우리의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위안부 역사관을 대구에 건립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며 "오늘 이 행사는 우리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고통받는 여성들을 생각하는 행사"라고 말했다.

이들은 걷기대회에 앞서 '제3회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 걷기대회 선언문'을 통해 "일본 우익은 미국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를 검은 로비로 철거하려 했고 소녀상 평화비에 말뚝테러를 감행했다"고 비난하고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는 커녕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을 체결하려 하고 있다"고 비나했다.

선언문은 또 3년째 맞고 있는 대구시민 걷기대회의 슬로건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이었다며, 대구시가 앞장서 역사관을 건립해야 하는 이유로 "현재 동촌비행장 옆인 대구 동구 검사동에 일제의 전투비행대가 주둔하면서 위안소가 있었고 당시 대구경북이 전국에서 피해가 가장 많았음"을 지적했다.

이들은 ▲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법적 책임 인정과 공식 사죄 ▲ 한국 정부는 한일청구권 협정과 관련한 중재위원회 진행 ▲ 이명박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즉각 철회 ▲ 대구시는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에 앞장설 것 등을 요구했다.

이날 걷기대회는 오후 5시 퍼포먼스, 풍물놀이, 거리역사교실 등의 식전행사로 시작했다. 6시 30분부터 9시까지 길놀이패가 앞장서고 이용수, 이선옥 할머니와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신천 희망교를 돌아오는 약 3km 거리의 걷기행사로 진행했다.

제3회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 걷기대회'에 참가한 참가자가 '할머니의 수호천사가 되어드릴께요'라고 쓰인 날개를 달고 서 있다.
 제3회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 걷기대회'에 참가한 참가자가 '할머니의 수호천사가 되어드릴께요'라고 쓰인 날개를 달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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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지난 10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범일 대구시장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009년 7월 대구시의회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같은해 12월 역사관 건립추진위원회가 결성됐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시의회 정순천 시의원도 지난 4월 대구시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부지를 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대구시 일본군 위안부 역사기념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할 예정이었지만 대구시의 "예산문제와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일"이라는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난 5월 일본 전범기업의 일제 강제징용자에 대한 피해배상 책임 판결을 끌어낸 최봉태 변호사는 "3년 전에 대구시의회가 결의안을 채택했으니 대구시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건립하는 것은 대구시민의 의지를 실천하는 것"이라며 "법적, 정치적 배경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 만큼 대구시가 제대로 마음먹고 건립을 추진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3회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 걷기대회'가 지난 11일 오후5시부터 대구 동신교 밑 신천 둔치에서 1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제3회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 걷기대회'가 지난 11일 오후5시부터 대구 동신교 밑 신천 둔치에서 1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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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대구시민 걷기대회, #평화, #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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