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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사다>를 시작하기 전 스튜디오의 풍경. 왼쪽부터 명승권 의학박사, 양광모 <청년의사>편집국장, 신재원 전 MBC 의학전문기자.
 <나는 의사다>를 시작하기 전 스튜디오의 풍경. 왼쪽부터 명승권 의학박사, 양광모 <청년의사>편집국장, 신재원 전 MBC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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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팟캐스트 시대다. '나는 꼼수다'가 전 세계 1위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여러 국내 팟캐스트들이 국내뿐만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도 돌풍이다. 많은 팟캐스트들이 정제되지 않거나 자극적인 내용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지만, 비교적 '점잖은' 내용으로도 건강 및 의학 팟캐스트 분야에서 아이튠즈 다운로드 1~2위를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의사다>(이하 <나의사>)가 보여주고 있다.

<나의사>는 지난 1월 '한미FTA와 보건의료'라는 주제로 처음 방송을 시작한 뒤로, 현재까지 총 16회 방송됐다. <나의사>는 매달 약 2회 가량 팟캐스트에 업로드되는데, 업로드 후 1주 내에 다운로드 5만~6만 회, 한 회당 누적 다운로드는 최대 약 20만 회 정도다.

지난 10일 오후 7시가 넘은 시간. <나의사> 진행자들이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청년의사> 사무실로 모여들었다. 3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가진 파워 트위터리안 명승권 박사(이하 '명박', 가정의학과 전문의), 전 MBC 의학전문기자 신재원 아폴로 M 대표이사(이하 '신박', 가정의학과 전문의), <나의사>의 편집을 맡고 있는 양광모 <청년의사> 편집국장(이하 '광박', 비뇨기과 전문의)이 주요 진행자이다. 이들은 팟캐스트 진행 중 자신의 이름 대신 명박, 신박, 광박 등으로 서로를 부른다.

신경과학자인 다니엘 레비틴은 '대가'가 되기 위해 1만 시간의 연습 필요하다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10년 이상의 의사 경력을 가지고 해당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나의사>의 진행자들의 면면 앞에서 지금까지 6년차 의사생활을 하고 있는 기자는 '햇병아리'에 불과했다.

오후 7시 30분. <나의사> 녹음은 3명의 진행자가 모이자마자 별 다른 준비 없이 시작했다. 광박과 명박의 책상 앞에는 노트북이 놓여 있었고, 신박 앞에는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와 신박이 같이 쓴 책인 <병원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이 놓여 있었다. 방송에서는 듣기 힘든 진행자들의 마음속 대화들이 잠시 오고간다. 하지만 일반적인 신변잡기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특별히 시작 전에 만나서 대화를 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이 하는 대화들은 각자가 모두 처음 듣는 내용들이다.

팟캐스트 건강의학분야 1위, <나의사>가 만들어지는 곳

명박(명승권 의학박사)이 '리뷰 리뷰'코너에서 아이튠즈에 올라온 댓글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명박(명승권 의학박사)이 '리뷰 리뷰'코너에서 아이튠즈에 올라온 댓글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엄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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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간 동안 뭐하고 지냈어요?"

명박이 말을 잇는다. 

"지난주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갔는데, 열대야에 대한 질문을 받았어요. 그런데 방법이 있겠습니까? 제일 좋은 방법은 열대야가 사라지는 거죠."(웃음)

명박은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나올 수 있는 웃음의 코드를 사용하였다. 그렇게 진행자들의 잡담이 계속되는 사이에 초대 손님인 대한성형외과학회 대외협력이사인 권장덕 박사(이하 권박, 성형외과 전문의)가 들어왔고, 오래지 않아 첫 번째 코너인 '리뷰 리뷰'로 들어간다. '리뷰 리뷰'는 애플의 아이튠즈에 올라오는 청취자들의 댓글을 읽어주는 코너다.

"(청취자 한 분이) 혈뇨에 대해서 설명을 해달라고 하셨는데, 일단 제가 설명하기 전에 광박이 설명을 해주시죠?"

명박이 청취자의 댓글을 읽다가 비뇨기과 전문의인 광박에게 질문을 돌렸다.

"혈뇨에 대한 내용은 책 한 권이 될 만큼 많은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대부분은 양성질환 또는 염증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략) 세뇨관을 확인하라고 그러셨어요. 왜냐하면 암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광박이 대답하는 중에 권박이 질문을 한다.

"혈뇨가 있을 때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죠?"
"그렇죠. 대부분 염증이나 외상 등이죠. (중략) 육안적 혈뇨가 대부분 하부요관의 문제죠. (중략) 요관이나 신우에서도 종양이 생기는데, 이런 경우에도 혈뇨가 나올 수 있습니다."

기자가 듣기에는 일반인들이 들으면 조금은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은 내용이었다. 그때 신박이 다시 말을 잇는다.

"혈뇨가 한 번 나왔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괜찮은 경우가 많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PD의 역할도 겸하고 있는 광박(양광모 <청년의사> 편집국장)
 PD의 역할도 겸하고 있는 광박(양광모 <청년의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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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뷰' 코너는 단순하게 청취자들의 반응을 읽어주다가 코너가 진행되면서 청취자들이 올리는 의학적 질문에 대해 즉석에서 답을 해주는 등 마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듣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대화의 분위기는 편했다. 명박은 권박이 사온 커피를 마셨고, 광박은 앞에 놓인 과자를 먹으면서 커피전문점에서 친구들끼리 모여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 청취자가 하지 정맥류에 대한 질문을 하자 진행자들은 전문가를 모셔서 답변을 하겠다고 하는 등 해당 전문의들의 답변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시간은 어느덧 1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진행자들 사이에서도 본론에 들어가기 전까지 너무 서론이 길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진행자들은 이것이 <나의사>의 매력이라며 웃어넘긴다. 마지막 댓글을 읽은 후 진행자들은 누구에게 책을 선물하느냐에 대해 토론한다. 결국 이들의 결론은 <나의사>에 쓴소리를 한 청취자에게 책을 선물하기로 결정하며 기나긴 '리뷰 리뷰'는 끝난다.

커피 마시고 과자 먹으며, 커피전문점 같은 분위기

'뉴스 내시경' 코너를 진행중인 신박(신재원 전 MBC 의학전문기자)
 '뉴스 내시경' 코너를 진행중인 신박(신재원 전 MBC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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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쉬는 시간은 약 10분 정도. 이 짧은 시간 동안 진행자들은 간단한 간식을 즐기며 휴식을 취한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나갔죠?"
"'리뷰 리뷰' 시간을 좀 줄여야 하는 것 아냐?"

앞서 한 내용들의 시간 배분에 대해 아쉬움이 남은 것 같다.

"다음 시간에는 질문한 분들에 대해서만 답변을 해드리는 것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의견들이 오고가다가 다음 코너인 '뉴스 내시경'과 '의사학 개론'은 누가 진행할 것인가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 후 다음 코너로 들어간다.

"안녕하십니까! 부지런한 자들만이 볼 수 있는 새벽 3시에 진행하는 '뉴스 책상' 앵커 명승권입니다. 요즘 문제가 되는 것이 '응급실 당직법'이죠? 현장에 나가 있는 신재원 의학전문기자를 불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재원 기자 나와주세요."
"아, 네 신재원입니다. (침묵) 앵커, 질문 안 하세요?"
"쳐줘야죠!"(웃음)
"아 그런 것 없어요. 대본이 없어서."(웃음)

웃으면서 시작한 코너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열띤 토론으로 변한다. 마치 'PD수첩'을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최대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내용을 풀어주면서도 문제가 될 것 같은 내용들을 꼼꼼히 짚어주고 있었다.

'의사학 개론'은 마치 의학드라마 <골든 타임> <뉴하트>를 보는 것과 유사하다. 각 진행자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의사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얘기해주는 코너다. 얘기가 진행될수록 의사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무용담(?)들이 오고간다.

"제 응급실 환자 기록은 하루에 123명입니다."
"어린이날 하루에 60명을 꿰맨 적도 있죠. 오전에는 어린이들이 오다가 오후가 될수록 어른들의 숫자가 늘어납니다."(웃음)

그렇더라도 '응급실의 추억'에 대한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들이라도 병원과 질환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다.

"민감한 질문인데, 성형외과 선생님이 응급실에서 꿰매주는 것이랑 응급진료를 보는 의사가 꿰매주는 것이랑 어떤 차이가 있나요?"

광박의 질문이다. 성형외과 전문의인 권박이 질문을 받는다.

"(성형외과나 응급의학과와 같은) 과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죠. (중략) 결론을 말하면 상처가 나면 흉터는 남습니다. 아무리 15년 된 전문의인 제가 꿰매도 흉터는 남습니다. 우리 아들 얼굴에도 흉터가 많습니다."(웃음)

기자를 포함한 나머지 진행자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아내 생일에 10시 넘게 퇴근 못하지만... "그래도 보람 있으니까!"

이날 게스트로 초청된 권박(권장덕 의학박사)
 이날 게스트로 초청된 권박(권장덕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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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벌써 2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진행자들은 2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지친 것 같았다. 그들은 이 자리에 모이기 전까지 현장에서 하루의 일을 끝내고 먼 길을 찾아와 집중하면서 <나의사>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코너인 '깨알의학상식'이 시작되자 다시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깨알의학상식'은 각자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의학상식을 알려주는 코너다. 각 진행자들은 '쓰린 속에 우유를 먹으면 정말 좋을까?', '탄산음료를 마시면 소화가 더 잘 될까?', '저타르 저니코틴 담배와 같은 순한 담배가 건강에 덜 해로울까?' 그리고 심지어 '음경이 한 쪽으로 심하게 휘어 있는 '페이로니병(Peyronie disease)'은 뭐?'와 같이, 궁금하지만 의사들에게서 쉽게 답변을 얻기 힘든 의학적 내용에 대해서 해당 내용을 책임지는 진행자들이 설명을 하고 있었다.

광박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보인다. <나의사> 17회를 녹음하는 이날, 광박의 첫째 아들이 편도선 절제술 받고 병원에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날은 아내의 생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10시가 넘게 집에 도착하기는커녕 직장에서 퇴근조차 못하고 있다.

각 진행자들은 각자 맡은 주제에 대한 설명에 열을 올렸다. 최대한 많은 내용들을 청취자들에게 전해주려는 듯 설명은 계속되었고, 결국 '깨알의학상식'은 명박의 설명을 끝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2시간 이상 달려왔기 때문일까? 모든 진행자들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묻어난다.

"광박, 빨리 가!"

신박이 광박의 현재 상황이 걱정이 되는 듯 재촉한다. 마지막까지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에서 팟캐스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서로 간의 끈끈함이 보였다. 기자는 자신의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까지 뺏겨가며 팟캐스트를 만드는 것이 궁금했다. 길을 재촉하는 광박을 붙잡고 왜 개인 시간을 빼앗기면서도 팟캐스트를 올리는가 질문했다.

"솔직히 힘들죠. 그러나 <나는 의사다>에 보내주시는 청취자들의 반응도 좋고, 호응도 많기 때문에 힘들지만 보람을 많이 느끼고 책임감도 갈수록 커집니다. 많이 들어주신다면 우리에게는 더없는 힘이 될 것입니다."

그는 내일부터 다시 <나의사> 17회를 올리기 위한 편집 작업을 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에 웃으며 듣는 팟캐스트들이 수많은 노력과 여러 사람들의 수고에 의해 함께 만들어진 멋진 합작품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취재에 협조해주신 <나는 의사다> 진행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태그:#나는 의사다, #나의사, #신재원, #양광모, #명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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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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