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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 (자료사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 (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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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광복절을 맞아 '한국독립기념관'을 방문하려던 일본인 모녀가 입국금지 조처가 풀리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해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했다는 게 한국정부가 밝힌 '입국금지' 사유다.

해당 일본인 모녀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입국금지 조치를 해제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현 키타큐슈시에 거주하는 일본인 교사들은 오는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충남 천안에 있는 한국독립기념관을 관람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행 중 모녀인 나카무라 스가에(54·일본 소학교 교사)씨와 그의 딸 나카무라 하루카(22·한국 유학 준비 중)씨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국금지 조치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일본인 모녀는 이번 한국방문 계획과 관련 "여러 차례 독립 기념관을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독도영유권 문제에 대한 한국 측 입장을 알게 된 뒤 이를 많은 일본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일행들과 재차 독립 기념관 관람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제주 강정마을 방문이 입국금지 사유... 개인 생각마저 통제?"

이 모녀는 독립기념관을 미리 방문하고, 협의하기 위해 지난 3월 27일 오후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으나 입국이 거부돼, 이날 오후 같은 배편으로 후쿠오카로 되돌아가야했다. 당시 부산국제터미널 출입국심사 관계자는 입국거부 사유를 묻는 모녀의 질문에 '제주 강정마을 해군 기지 건설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한 전력이 입국금지 사유가 된 것이다. 이후 입국금지 조처가 풀리지 않고 있는 것.

정부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칠 수 있는 자'는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 따라 한국방문을 막고 있다. 강정마을 방문 전력이 '공공의 안전을 해친다'고 판단한 것이다.    

모녀는 지난달 말 한국영사관을 통해 보낸 호소문을 통해 "한국정부가 우리 모녀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왜 반대하는지, 얼마나 반대하는지 알고 있느냐"며 "단지 지난 해 8월에 강정마을을 방문했다는 이유만으로 입국금지 시킬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제주 강정마을에서 구럼비 바위에 쓰레기 하나 버리지 않았고, 단지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왔을 뿐"이라며 "개인의 생각을 추측하고 단정해 (입국금지라는) 압력을 가한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나카무라 나카무라 스가에씨는 "특히 딸은 지난 2월 초에 한국에서 1년 간 유학을 마치고 일본으로 귀국했다"며 "한국에서 더 배우려하는 딸이 한국의 젊은이들과 쌓아 온 우호의 정마저 '입국금지'라는 난폭한 조치로 끊어 버리려는 한국정부의 조치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모녀는 "이번에 한국에 가면 독립기념관에서 역사 학습을 한 후 서울에서 유적지 견학 및 쇼핑만 한 뒤 귀국할 예정"이라며 "절대 제주도에는 가지 않을 예정이니, 입국금지 조처를 해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모녀가 한국을 방문 예정일을 13일 앞둔 9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태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출입국심사과 관계자는 "입국금지 규제가 자체 판단으로 내려지기도 하지만, 유관 중앙 행정기관의 요청에 의해 내려지기도 한다"며 "일본인 모녀에 대해서는 입국금지 만료기간이 아직 지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음은 모녀가 대한민국 총 영사관에 지난달 31일자로 보낸 호소문을 번역한 전문이다.

<호 소 문>

한국 영사관 님. 저희들은 한국을 아주 좋아하고, 지금까지 수차례 한국 여행을 즐기며 다양한 입장의 분들과 교류하고 우호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특히 한국 독립기념관에서 배운 일본의 침략의 역사와 이에 맞서 독립하기 위한 한국민의 투쟁의 모습은 귀중한 사실로 내 마음에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 후에도 몇 차례 독립기념관을 방문, '일본군 위안부'문제와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배웠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많은 일본인이 배우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올 여름 여러 동료교사들의 독립기념관 스터디 투어를 계획하고 그 준비를 위해 지난 3월 독립 기념관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취지에 찬동해준 교사 친구와 한국에 1 년간 유학하고 돌아온 딸을 통역으로 지난 3 월 27 일 배를 타고 부산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려고 하니 저와 딸을 별실로 데리고 가더니, 급기야 다음 배편으로 후쿠오카 항으로 되돌려 보내 버렸습니다. 이유를 묻자 '제주 강정마을 해군 기지 건설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되돌아 왔습니다.

종군위안부-독도 문제, 한국 입장 알리려 했는데...

하지만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것이 입국 거부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왜, 얼마나 반대하는지 알리 없는 한국정부가 나의 사상에 대해 '입국 금지'라는 심판을 내릴 수 있을까요? 이같은 부당함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지난 해 8 월에 제주도의 강정에 간 바 있습니다. 저희들이 강정에서 무엇을 했다는 것인지요? 거대한 구럼비 바위에 쓰레기 한 점 버린 바 없고, 동물을 데려 가지도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가 자신들을 속이고 해군 기지 건설을 강행하려 한다며 싸우고 있는 주민 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헌법 9 조를 가진 나라의 국민으로서, 또 같이 주민의 생각을 무시하고 미군 기지를 증강시킬 수 있는 나라의 사람으로서 '군사 기지를 건설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돌아 왔을 뿐입니다.

한국정부는 한 사람의 일본인이 생각을 국가의 권위로 통제하자는 것인지요?  개인이 품은 생각까지 추측하고 단정해 (입국금지라는) 압력을 가한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입니다.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한국을 배워야한다는 생각에서 강정 여행에 초대한 딸에게 까지 입국 금지가 내려진 것입니다. 딸은 지난 2 월초에 1 년간 유학을 마치고 일본으로 귀국했습니다.

"구럼비 바위에 쓰레기 한 점 버린 적 없다"

지난 3월, 딸은 우리 일행을 위해 한국어 통역을 한 후, 한국의 친구들과 열흘 정도 함께 지내다 귀국할 예정이었습니다. 저는 일본의 시골 출신으로 조부모 · 부모 세대에 '조선인'에 대한 차별을 느끼면서 자랐던 터라 딸이 한국의 친구와 대등하게 지내는 것이 기뻤습니다. 당시 딸은 한국에서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한일 젊은이들이 쌓아온 우호의 정마저 입국 금지라는 난폭한 조치로 끊어 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권 침해가 또 있을까요?

또 하나,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저희 모녀는 지난 해 12 월말에 가족들과 경주 등 한국 여행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때는 제주도를 방문한 이후였는데도 입국 거부되지 않았습니다. 일관성 없는 일에 신기하고 다른 한편 참을 수 없습니다. 왜 지난 해 12 월에는 괜찮다가 지난 3 월에는 입국금지가 된 것인지 알려주십시오.

"입국금지 조처 풀어달라"

오는 8월말에는 한국 독립기념관에 학습을 위해 방문하는 것입니다. 22 일 인천공항을 통해 독립기념관으로 갈 예정입니다. 독립기념관에서 역사 학습을 한 후 서울로 이동, 유적지 견학한 후 쇼핑하고 귀국할 예정입니다. 독립기념관의 학습 일정은 독립기념관 모 선생님과 상담한 다음 결정했습니다. 제주도에 가는 가지 않을 것입니다. 꼭 입국 금지 조치를 해제해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2012 년 7 월 31 일 나카무라 스가에,  나카무라 하루카
                                    


태그:#제주 강정마을, #독립기념관, #일본인 모녀, #입국금지,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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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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