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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신임대표 체제 아래에서 야심차게 출발한 통합진보당의 혁신이 좌초 위기에 빠졌다. 지난 26일 의원 총회에 이어 진행된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재적의원 13명 중 7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7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6표, 무효 1표가 나와 결국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당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 두 의원의 거취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분명했고, 표결에 앞서 지난 23일 열린 의원 총회에서 두 의원에 대한 제명에 의원들 간에 사실상 합의를 이룬 상황이었기 때문에 부결의 충격은 더욱 크다. 이 상황에서 신당권파 6명, 구당권파 6명의 원내 지형에서 무효표의 주인공으로 지목된 이는 '중립' 성향 김제남 의원. 김 의원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은) 이석기 의원에 승리를 안겨준 것이 아니고 강기갑 대표 체제에 봉사할 수 있도록 주문한 것"이라는 모호한 발언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정치권과 언론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반응까지도 매우 거세다. 지난 26일 부결 이후 통합진보당의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당원들의 탈당이 이어졌다. 27일 하루에만 1000여 명 이상의 당원들이 탈당 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당의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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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김재연 제명 확신했는데... 백지 나와서 놀랐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안을 처리하기 위해 지난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의원총회에서 구당권파측 의원인 김선동, 이상규, 이석기, 오병윤, 김재연, 김미희 의원이 나란히 앉아 있다. 이날 오후 실시된 표결에서 구당권파측에서는 이상규 의원이 다른 일정을 이유 불참했으며, 나머지 5명은 투표에 불참했다. 투표 결과 찬성 6표, 무효 1표가 나와 의원 1/2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제명안은 부결되었다.
▲ 나란히 앉은 통합진보당 구당권파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안을 처리하기 위해 지난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의원총회에서 구당권파측 의원인 김선동, 이상규, 이석기, 오병윤, 김재연, 김미희 의원이 나란히 앉아 있다. 이날 오후 실시된 표결에서 구당권파측에서는 이상규 의원이 다른 일정을 이유 불참했으며, 나머지 5명은 투표에 불참했다. 투표 결과 찬성 6표, 무효 1표가 나와 의원 1/2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제명안은 부결되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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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당권파이자 국민참여당 계열로 분류되는 강동원 통합진보당 의원은 30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해 "(의총 당시) 투표함을 개봉하는 감표의원을 맡았는데, 거기서 백지 한 장이 나오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애시당초 부결을 어느 정도 예상했었더라면 이렇게 여파가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강 의원은 "(김제남 의원이) 이석기 의원더러 '당신이 사퇴를 했으면 이런 일들이 오지 않았을 것인데 아쉽다'는 발언을 했다"며 "또 '당원들의 입장을 고려할 때 징계 처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순간에 왔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밝혔다. 표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을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강 의원은 "비공식적으로 (신당권파 의원 6명과 김제남 의원) 7명이 진솔한 대화를 했고, 결의문이라는 형태를 빌려서 서명까지 했다"며 "이것은 개인 간의 약속이 아니고 중앙당에서 의원단 총회에 회부한 중대한 안건"이라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분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정서 공유 있어"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안을 처리하기 위해 지난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의원총회에서 강동원 의원이 자리에 앉고 있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안을 처리하기 위해 지난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의원총회에서 강동원 의원이 자리에 앉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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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29일 대전에서 국민참여당 계열 통합진보당원들이 모임을 열였다. 더 이상 현재의 통합진보당으로는 대중적 진보정당의 창당 정신을 구현할 수 없다는 공통의 의견을 가지고 당원 간 논의를 벌인 것이다. 이에 대해 강동원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대중적 진보정당을 자력으로 만드는 것은 물 건너갔다"며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의 논의가 시작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통합진보당이 사실상 깨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을 회생시킬 현실적인 의결기구를 구당권파가 전부 손에 쥐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을 하려고 해도 지도부에서 힘을 쓸 동력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정서는 공유한 상태에서 각 계파 간의 내부 조율에서 얻어지는 결과를 가지고, 당 혁신 지도부가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권파만 하더라도 국민참여당 계열, 진보신당 탈당파 계열, 인천연합 등 다양한 계파가 존재하기 때문에 분당 혹은 당 해산이 이뤄지더라도 계파 간 충분한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강 의원은 "당이 갈라지더라도 국민참여당 계열만 뛰쳐나가는 것은 가정해서도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는 일"이라며 "현재로서는 최소한의 뜻을 같이하는 세력의 화합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탈당이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지도부의 논의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가시적으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때까지 탈당 등 개별행동을 자제해 줄 것을 당원들에게도 부탁했다"고 밝혔다.


태그:#이털남,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부결, #김제남, #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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