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가 여수시민들에게 1인 2매씩 총 58만장의 공짜표를 돌렸습니다.
▲ 공짜표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가 여수시민들에게 1인 2매씩 총 58만장의 공짜표를 돌렸습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여수세계박람회에 공짜표는 없다. 대통령도 입장권 사서 들어와야 한다."

2012년 4월 24일, 여수세계박람회 개막 14일을 남겨두고 조직위원회가 지역 언론인을 불러 모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조직위원회 조용환 부대변인이 "이번 박람회를 통해 '공짜표 제로'를 만들겠다. 대한민국 행사의 모범을 만들겠다. 이는 조직위원장과 위원회의 철칙이다"며 던진 말입니다.

"무료입장 없다"고 공언한 조직위가 지난 29일 여수시민에게 무료 관람을 허용했습니다. 지난 23일 조직위는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여수시민 감사의 날'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약 30만 여수시민에게 1인 2매씩 총 58만 장의 초청권을 보냈죠. 조직위 정찬균 협력지원부장은 "이번 초청은 지난 15년간 고생한 여수시민의 노고를 위로하고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기획했다"고 말했습니다.

고마운 일인데 썩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닙니다.

초청권을 소지한 여수시민은 누구나 행사기간 중 하루를 택해 박람회장을 구경하면 됩니다.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 박람회 입장객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여유로운 관람은 포기해야 합니다. 19일 이후 관람객이 10만 명을 연일 넘고 있거든요. 이곳에 하루 19만 명의 여수시민이 보태집니다.

여수세계박람회장입니다. 지난 29일 이곳에 27만명이 모였습니다.
▲ 박람회장 여수세계박람회장입니다. 지난 29일 이곳에 27만명이 모였습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초청권 딱 3일 유효, 하루 19만 명 더 박람회장 찾는다

초청권은 딱 3일 동안만 유효합니다. 약 58만 장의 초청권이 살포됐으니 단순히 계산하면 하루 19만 명이 박람회장을 찾아야 합니다. 이 때문에 박람회장에는 29만 명이 모이게 됩니다. 여유 있는 관람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박람회장은 하루 10만 명만 들어와도 사람들로 붐빕니다. 전시관을 구경하려고 입구에는 가마솥더위에도 불구하고 하염없이 줄이 이어지고 있죠. 하물며 그 두 배 넘는 사람들이 모이니 매우 복잡할 겁니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조직위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과거 다른 엑스포에서도 지역민을 위한 무료입장 행사는 있었다. 이미 여수시민 상당수가 박람회장을 방문했기 때문에 행사기간 중 관람 인원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특별한 준비는 없군요. 제발 관계자 말이 사실이길 간절히 바랄뿐입니다.

한편, 입장권 가격과 관련된 소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달 말부터 조직위가 20만 원인 전기간권(성인 기준)을 50% 할인 판매하기로 결정하자 앞선 구매자들이 크게 반발하기도 했죠. 또, 7월 22일부터 '지자체 방문의 날'을 만들어 가격을 3000원으로 대폭 낮추기도 했습니다.

7월 29일, 구름처럼 몰려든 사람들입니다. 더운 날씨에 고생입니다.
▲ 사람들 7월 29일, 구름처럼 몰려든 사람들입니다. 더운 날씨에 고생입니다.
ⓒ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제공

관련사진보기


굳이 여수시민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요

3000원이라는 입장권 가격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사실상 무료입장"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기대하고 예상했던(?) 무료입장권이 등장한 겁니다. 여수시민들에게 나눠준 초청권은 입장객 수에도 포함된다고 하니 성공박람회 위해 신경 쓰는 관람객 동원에도 큰 힘이 되겠군요.

특별히 이번 초청권은 굳이 여수시민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이 때문에 초청권 받은 여수시민은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분들에게 초청권 나눠주며 넓게 인심 한번 쓰셔도 됩니다. 조직위도 그러라고 1인 2매를 줬다네요. 하기야 조직위는 박람회장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인원을 집어넣을지 고민뿐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이 때문에 여수시민 아닌데 입장 거부당하면 어쩌나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단, 여수시민으로부터 초청권을 받았으면 꼭 박람회장 들러서 입장객 수 늘리는데 한몫(?)하셔야 합니다. 불볕더위에 고생하시더라도 국가가 준비한 행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국민으로서 제 임무(?)를 충실히 담당해야죠.

그야말로 '여수시민초청권'은 표현만 초청권이지요. 따지고 보면 전 국민에게 공짜표 58만장을 살포했다고 말해야 합니다. 대놓고 전 국민을 공짜로 모시겠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뭔가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여수시민이 또 한 번 큰 역할을 맡았습니다.

여수세계박람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입니다.
▲ 관람객 여수세계박람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입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정가에서 공짜까지... 이러면 누가 제값 내고 볼까 

그동안 고생한 보답으로 공짜표를 살포하니 여수시민은 성공박람회를 위해 관람객 수를 채우는 데 한 번 더 고생해야 하지요. 그럼 왜 이렇게 초기 강경한 철칙이 바뀌었을까요? 많은 사람이 "성공박람회 조건인 800만 명 입장객 달성을 위해 동원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이쯤해서 입장권 액수 변화에 따른 관람객 입장객 수 변화를 살펴봐야겠습니다. 다른 가격대는 복잡하게 따지는 일 접고 보통권(성인 33,000원)만 들여다보겠습니다. 5월 12일 개장일부터 6월까지는 입장객이 6만 명이 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조직위는 7월 22일부터 '지자체의 날'을 만들어 3000원에 관람객을 입장시켰습니다.

이후, 입장객 수는 연일 10만 명을 넘었습니다. 물론,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각급 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갔고 직장인들의 하계휴가까지 겹치면서 박람회장에 많은 인파가 몰린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최초 박람회 목표치인 800만 관중몰이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조직위로서는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급기야 7월 20일 로세스 탈레스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총장은 애초 계획보다 100만 명 적은 700만 관람객이 찾아도 성공 박람회라고 규정합니다. 7월 27일 현재 500만 명을 넘긴 박람회 입장객 수는 폐막이 14일 남은 기간 나머지 200만 명을 채울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 됐습니다.

4월 24일,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때만 해도 박람회 공짜표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더군요.
▲ 기자회견 4월 24일,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때만 해도 박람회 공짜표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더군요.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여수시민에게'라는 초청권, 실은 국민에게 공짜표 던져 주는 일

이런 상황이니 조직위는 기존 입장권 가격만 손에 쥐고 옹고집을 부릴 상황이 안 된 거죠. 급기야 구원병 역할을 할 사람들이 필요해졌습니다. 그 몫으로 여수시민들이 다시 거론됐습니다. 이미 역할을 다한 시민들에게 또 다른 명분을 내세워 박람회장을 찾게 만들어야합니다.

머리 싸맨 조직위가 꺼내든 묘수는 여수시민에게 감사를 표하는 방법입니다. '여수시민에게'라는 제한된 초청권을 내놓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한민국 국민들을 공짜표라는 달콤함으로 유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국, 성공박람회 기준인 800만 입장객 수를 위해 여수시민과 국민들이 동원됐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성공박람회 위해 공짜표 나눠주는 일이 뭐 그리 잘못된 일이냐고요. 그러나 이번 공짜표 등장이 크게 잘못된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 일을 경험한 국민들은 앞으로 국가가 준비하는 모든 행사에 공짜표를 기대할 겁니다. 돈 내고 행사장에 들어가면 바보가 되겠죠? 또 한 가지, 10만 명만 찾아와도 박람회장은 복잡합니다. 그곳에 두 배의 인원을 넣는다면 전시관 관람이 아니라 모여든 사람구경을 해야겠죠.

하나 더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사람 모아 성공박람회라 칭한다면 앞으로도 시민은 국가 행사에 동원돼야 합니까? 그 일이 대한민국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까요? 58만 장의 초청권이 살포된 지금, 성공박람회가 무엇인지 근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람회 특수를 잔뜩 기대했던 지역 상인들은 예상을 한참 빗나간 지역분위기에 불만이 가득합니다. 여름 휴가철을 기대하고 많은 준비를 했는데 시민들조차 박람회장으로 몰리기 때문이죠. 이 상황에서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가 공짜표로 시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습니다. 일요일인 7월 29일 박람회장에는 여수시 인구에 버금가는 27만 2000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수세계박람회, #여수시민초청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