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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 아나운서
 박은지 아나운서
ⓒ 싸이더스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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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선수의 실격 소식은 분명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시간 전 받았던 충격보다는 더하지 않았다. 이 말 때문이었다.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수영복을 입고 방송을 진행하겠습니다."

28일 오후 MBC가 방영한 올림픽 하이라이트 시간, 이 프로그램을 서경석 MC와 함께 진행하던 박은지 아나운서의 말이었다.

농담인 줄 알았다.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면 농담이길 바랐다. 박태환의 금메달 획득과 여성 아나운서의 수영복 '공약'이 대체 무슨 상관 관계가 있나. 여성의 몸을 저렇게 노골적으로 상품화하는 말이 어떻게 버젓이 방송에서 흘러나올 수 있다는 말인가.

백 번 양보해서 케이블이나 '탈'많은 종편이라면 또 몰라도, 공중파 방송에서 그것도 그것도 MBC에서. 아무리 방송 재미 때문이라고 해도, 공중파 보도 프로그램이라면 최소한의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그래서 농담이길 바랐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않았다. 서경석 MC는 정말이냐고 물었고, 박은지 아나운서는 재차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딴다면 뭐든 못하겠습니까"란 말로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리고 이는 숱한 언론의 '재생산' 과정을 거쳐 기정사실화됐다.

녹화방송, '필터링' 할 수도 있었는데

더구나 문제의 올림픽 하이라이트는 생방송도 아니고 녹화방송이었다. 박은지 아나운서의 '발언'이 전혀 '필터링'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공영방송으로서 최소한의 문제의식이나 책임감이 발동할 시간이 충분했음을 뜻한다. 이 사실에 허탈함마저 느낀다.

만약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여성 아나운서가 공약이 실행에 옮겨졌다면, 그 기괴한 광경을 지켜보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는 박은지 아나운서의 개인 문제가 결코 아니다. MBC 파업도 핑계가 될 수 없다. 프리랜서 방송인이나 계열사 아나운서들에게, 마땅히, 공영방송에 걸 맞는 책임감과 최소한의 소양을 갖추도록 해야 했다. 그 책임은 분명 '대체 중계' 결정권자들에게 있다. 그들이 이 사건의 책임자다.

이 사건으로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올림픽 중계를 할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MBC의 '言격'이 어디까지 추락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제부터 MBC의 런던 올림픽 중계는 결코 보지 않을 것이다.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MBC 올림픽 중계 시청을 거부한다.


태그:#MBC, #런던올림픽, #박태환, #박은지, #올림픽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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