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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지난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통합당 예비후보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선전을 다짐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지난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통합당 예비후보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선전을 다짐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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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이 당 안팎의 악재에 시름하고 있다. 당 밖에서는 장외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범야권의 경선판을 흔들고 있는 데다, 당 내에서는 박지원 원내대표의 '방탄 국회' 논란까지 겹쳤다.

결선투표를 도입하는 등 역동성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한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안철수 원장의 재등장으로 흥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대선 주자들이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모든 후보들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경선 시작 후 도리어 지지율 하락... 마이너리그 전락 우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6일 실시한 대선주자 다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은 32.6%로 29.6%를 기록한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을 앞섰다. 지지율 차가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안 원장은 전날에 비해 0.9%포인트 오르는 등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은 9.2%를 기록해 한자리수로 떨어졌다. 안 원장이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하고 <힐링캠프>에 출연하기 전보다 안 원장의 지지율은 13%포인트 이상 상승한 반면 문 의원의 지지율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출연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출연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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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안 원장 지지층 중 문 의원 쪽으로 이탈했던 일부 진보성향층이 대담집 출간을 계기로 다시 복귀했다"며 "안 원장이 야권 지지층 상당 부분을 끌어안고 가는 바람에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율의 전체 합이 20%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실장은 "문재인 후보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된 것은 틀림 없지만 김두관·손학규 후보도 안 원장에 막혀 추격의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의 재등장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마이너리그'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에게 악재는 또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검찰 소환 거부와 8월 임시국회 소집을 둘러싼 '방탄 국회' 논란이다.

방탄 국회 논란 대선 주자에 악재... 민주당 대책 마련 부심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원내대표가 27일 3차 소환에도 불응하자 검찰은 체포영장 청구 수순을 밟고 있다. 박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 공작', '야당 탄압'으로 규정한 민주당은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돼도 부결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민주당은 또 8월 임시국회 소집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이 8월 임시국회 소집에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국민들의 눈에는 박 원내대표의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을 위한 '방탄 국회'로 비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27일 검찰의 3차소환에 불응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27일 검찰의 3차소환에 불응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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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가 벌어졌을 때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았던 새누리당이 모처럼의 반전 기회를 그냥 넘길 가능성도 없다. 정두언 의원은 이미 검찰 조사를 받았고 자진 출두 의사를 밝혔지만 박 원내대표의 경우 아예 검찰 소환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공격 포인트도 비교적 쉽다. 새누리당은 김병화 대법관 후보의 자진 사퇴로 사전 정지 작업도 마친 상태다.

새누리당 쇄신파의 한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잠깐 출두를 했다면 모양이 나쁘지 않았을 텐데 출두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며 "야당 원내대표 체포동의안을 가결하면 국회 의사일정 자체가 정지될 우려가 있지만 원칙적으로 체포동의안이 처리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 '때리기'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강기정 최고위원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박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오지 않았는데 박근혜 의원이 표결에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때는 참석도 안하고 관심도 없던 분이 제 1야당의 원내대표를 구속하자는 데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고 비판했다.

밖에는 안철수가 버티고 있는데... 민주당 대선주자들 '한숨'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이다. 방탄 국회 논란이 커질 경우 그 부담은 대선 주자들이 고스란히 질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이미 여의도 정치를 '구체제'로 규정하고 이번 대선을 과거 대 미래 가치의 대결 구도로 끌고가려는 안철수 원장이 장외에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박 원내대표의 검찰 소환 거부가 특권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은 민주당 대선 주자들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의 한 대선 후보 측 관계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박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와 8월 임시국회 소집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일 경우 대선의 주도권을 안철수 원장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며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안 원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이 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새누리당에서도 민주당 대선주자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를 정면으로 치고 나왔다. 신의진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박지원 대표는 특권을 포기하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방탄 국회를 열어서라도 국회의원으로서 특권을 누리겠다는 특권대표"라며 "문재인 후보는 방탄국회를 조장하려는 박지원 특권대표의 행동에 찬성하는지, 아니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떳떳하게 검찰수사에 응하는 것에 찬성하는지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신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후보는 이해찬-박지원 담합과도 연관돼 있고 민주당 초선의원들도 방탄국회에 엮이게 된 상황"이라며 "대선 주자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 측은 이 같은 공세에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대선 캠프에 몸담고 있는 수도권 지역의 한 의원은 "박지원 원내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며 "하지만 명쾌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태그:#문재인, #박지원, #방탄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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