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 위치한 꽃지해수욕장(사진은 지난해 모습)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 위치한 꽃지해수욕장(사진은 지난해 모습)
ⓒ 정대희

관련사진보기


충남 태안군 소재 꽃지해수욕장에서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일 해안가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주민 간에 주먹이 오갔고 야구방망이도 등장했다. 이들이 서로 뒤엉켜 모래사장을 뒹구는 모습에 해안가를 찾은 관광객들이 얼굴을 찌푸리기도 했다.

이날 발생한 폭행사건으로 해안가서 노점상을 운영하던 5명이 모두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병원서 발급된 진단서에는 '2~5주 정도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피해자들은 폭행을 가한 4명을 폭행 등의 혐의로 지난 3일 서산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건의 발단은 해마다 여름철이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해수욕장 안에서의 불법행위와 이권다툼이 원인이다.

노점상을 운영하는 정아무개(52)씨. 그는 몇 년전부터 여름철에 한해서 'A 번영회' 소속 전아무개씨에게 2000만 원의 임대료를 지급하고 샤워장을 운영했다. 그는 임대료 이외에도 전씨에게 샤워장 운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 중 절반을 지급했다.

정씨의 부인 왕아무개(54)씨도 해안가에서 갯고동과 쥐포, 번데기 등 좌판을 펴고 노점상을 하고 있다. 불법인 줄 알지만 어려운 형편에 그만 둘 수도 없는 처지다. 수시로 단속에 걸려 벌금을 내면서도 장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다. 그는 'A 번영회'에 청소비 명목으로 여름철 50~100만 원 정도를 주고 장사를 한다.

이들 부부는 "수년간 번영회서 (공유수면 및 도유지) 허가권을 독차지 하고 있다. 그러나 번영회에 가입하려고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며 "노점상을 하는 몇 사람이 모여 번영회를 만들자 그 사람들(A 번영회)이 찾아와 말다툼을 하다가 싸움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휴가철 앞두고 불법 전대행위 기승... 단속 쉽지 않아

지난 1일 충남 태안군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에서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해마다 반복되는 해수욕장 불법 전대행위와 이권다툼으로 빚어진 일이다.
 지난 1일 충남 태안군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에서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해마다 반복되는 해수욕장 불법 전대행위와 이권다툼으로 빚어진 일이다.
ⓒ 정대희

관련사진보기


피서지 바가지요금을 부추기는 불법 전대행위가 올해도 휴가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충남도와 태안군이 불법 전대행위 근절을 위해 정책과 단속을 펼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충남도휴양관리사업소는 올해 피서철을 앞두고 꽃지해수욕장을 포함한 해수욕장 주변 도유지 명의의 토지를 대상으로 일시 점·사용허가를 신청·접수받았다. 접수결과 'A 번영회'를 비롯 총 9건, 5만 2252㎡(1만 5806평)의 면적이 허가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A 번영회 소속 전씨는 이렇게 여름철 한시적으로 도유지를 임대받아 샤워장을 운영하면서 정씨에게 매년
2000만 원의 임대료와 수익 중 절반을 챙겼다. 재임대는 관련법을 위반한 불법 행위다.

지난해 한 차례 안면해수욕장에서 샤워장과 음식점 등을 불법 전대행위한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B 번영회도 올해 허가권을 얻었다.

올해 B 번영회로부터 샤워장 임대를 제안 받은 C씨는 "임대료로 2000만 원을 내라고 해 생각을 해보니 그만한 수익을 얻기 힘들 것 같아 포기했다"며 "지금은 임대를 포기하자 번영회에서 갖은 협박성 전화가 걸려와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충남도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대부받은 도유지를 재임대할 경우 발견 즉시 대부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단속결과는 '0'건을 기록했다.

도휴양림관리사업소 관계자는 "(불법) 전대행위에 대해 매년 단속을 실시하고 있지만 번영회 명의로 허가권을 신청해 실제 단속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현실적인 단속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이 아직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일부 번영회서 공유수면 임대해 상인들에게 되팔아"

정씨가 전씨와 맺은 불법 전대 계약서.
 정씨가 전씨와 맺은 불법 전대 계약서.
ⓒ 정대희

관련사진보기


해안가 공유수면 일시 점·사용허가도 마찬가지. 매년 각 해수욕장 번영회는 상인과 자체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임대받은 공유수면을 되팔아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해마다 고질적인 바가지요금의 근원으로 손꼽히지만 단속은 유명무실하다.

D 번영회 관계자는 "일부 번영회서 해안가 공유수면을 임대해 상인들에게 파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격은 보통 300~500만 원 정도"라며 "솔직히 바가지요금은 지역주민들과 번영회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태안군에 따르면 올해 공유수면 일시 점·사용허가 신청 건수는 총 43건에 면적은 2만 862㎡(6310평)이다. 이중 지난 17일까지 허가가 미뤄진 곳은 최근에 문제가 불거진 꽃지해수욕장뿐 단속 실적은 없다.

군 관계자는 "전대행위가 적발될 경우 여러 가지 불이익이 되돌아가도록 정책을 펴고 있지만 전대행위가 워낙 은밀하게 이뤄져 사실상 단속이 어렵다"며 "보완점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숙박업소의 바가지요금도 임대업의 성행 때문이다. 숙박업계에 따르면 해안가 주변 숙박업소의 경우 일명 '깍새'로 불리는 숙박업 임대업자로 인해 숙박료의 거품이 심하다는 것.

안면도지역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E씨는 "(해수욕장서) 펜션을 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원주민들은 없고 거의 다 임대를 해서 운영하는 일명 '깍새'들이 많다"며 "이들이 일 년에 2000~3000만 원을 주고 펜션을 임대하다보니 성수기에 요즘이 비싸진다"고 말했다.

수년간 뿌리 뽑히지 않고 있는 불법 전대행위가 소액의 임대료로 고수익을 벌어들이려는 일부 비양심 주민들의 '황금알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불법 전대행위, #태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