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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익었습니다...
▲ 내가 키운 방울토마토... 빨갛게 익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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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아 은구슬같은 물방울이 송글송글...
▲ 방울토마토... 비를 맞아 은구슬같은 물방울이 송글송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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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변화와 그 흐름을 나는 이웃 텃밭들에서 계절을 읽고 사는 것 같다. 이곳 반 시골로 이사 온 지도 어느덧 만 2년이 넘었다. 시나브로 시절을 좇아 꽃피고 과실을 맺는 식물들을 보며 사노라니 내게도 손바닥만 한 작은 땅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문 밖에만 나서면 늘상 보는 밭들과 거기서 자라는 식물들을 보다보니 마음속에 작은 소망이 싹이 튼 까닭이다. 손바닥만 한 땅이라도 있으면 상추랑 배추랑 파랑 손쉽게 키울 수 있는 채소라도 키우고 싶다고.

아쉬운대로 몇 달 전엔 시장에서 고추 모종 몇 개 방울토마토 모종 몇 개를 사서 알로에 화분 옆에다 심었다. 버리지도 못하고 한쪽에 처박아 둔 헌 화분에다.

싱싱 자라고 있네요...
▲ 고추도 ... 싱싱 자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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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시들시들했던 것이 다음날에는 꼿꼿하게 허리를 폈고 제법 화분 속에서 적응을 잘 하면서 자랐다. 그리고 한참 뒤 하얀 고추 꽃을 피우고 고추가 열리고 방울토마토 나무에선 작고 앙증스런 샛노란 꽃을 피우더니 물방울만한 방울토마토가 하나둘 열렸다. 자고 나면 좀 더 커졌고 또 다시 물방울만한 방울토마토가 한두 개씩 새로 달리는 것을 보면서 참 신기했다. 점점 개체수가 늘어가고 하루가 다르게 알이 굵어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직접 손으로 심었던 식물이 매일 매일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것을 보는 것은 신비 그 자체였다. 하루가 다르게 줄기가 자라고 잎이 무성해지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시나브로 변해갔다. 생명의 경이를 이 작은 것들을 통해 실감하고 감동했다. 가슴 뛰게 하는 일이 어떤 위대한 일이나 큰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의외로 아주 가까운 곳에, 사소해 보이고 작아 보이는 것들 속에 풍성하게 숨어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꽃시계 식물시계를 통해 성경말씀에 있는 그리고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깨닫는다. '무엇을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는 평범하고도 비범한 진리를.

은구슬같은 물방울 조롱조올...
▲ 방울토마토... 은구슬같은 물방울 조롱조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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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노랗게 꽃이 피고...꽃진 자리에 진주알 같은 방울토마토가 달렸네요...
▲ 방울 토마토... 샛노랗게 꽃이 피고...꽃진 자리에 진주알 같은 방울토마토가 달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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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웃 텃밭들에선 샛노란 오이꽃이 피고 오이꽃 핀 자리에 오이가 커가고, 가지나무엔 가지꽃 피고 짙은 보랏빛 가지가 주렁주렁 열리고, 토마토나무엔 알알이 굵어지는 토마토가 튼실해지고 윤기가 잘잘 흐르고 제법 꼴을 갖추고 익어간다. 호박넝쿨은 점점이 번져가더니 노란호박꽃 피우더니 호박이 조랑조랑 달려서 점점 굵어지고 있다. 고춧대에도 하얀 고추꽃 피고지고 초록빛 고추가 주렁주렁 달렸다. 콩 꽃도 노랗게 피어 지천이더니 콩깍지가 생기고 콩이 여문다. 옥수수 대는 하얗고 노란 수염을 내밀고 있더니 따가운 햇볕에 붉은 빛으로 변해갔고 옥수수는 알알이 굵어가고 있다.

장마가 시작된 후로 걸핏하면 비가 오다가다 한다. 바깥에 내놓은 화분들에서는 방울토마토, 알로에, 고추가 나날이 커가고 있다. 현관문 밖을 들락거리다가 빨갛게 익어가는 방울토마토를 발견했다. 조롱조롱 달려서 나날이 굵어져가는 방울토마토들, 그 옆에 노란 꽃이 피고 또 그 옆에는 새로 열린 물방울만한 방울토마토가 새로 달렸다. 빗물을 한껏 머금고 있는 방울토마토들은 맑은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났다. 방울토마토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니었는데 키우는 재미는 사람을 감동과 감격으로 벅차오르게 한다. 그 작은 것들이 말이다.

오이꽃이 피고...오이가 커가요...
▲ 이웃 텉밭에서... 오이꽃이 피고...오이가 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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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보잘것없는 것 같아 보이는 것들 가운데 생명의 경이와 신비가 살아 숨 쉰다. 또한 매일 반복되는 틀에 박힌 듯한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면 그 속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그 어느 것도 보잘 것 없는 것이 없다.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본다고 했는데 꽃이며 식물이랴. 경직성은 시체의 특징이다. 살아 있는 것은 생기가 있다. 살아 있다. 경이롭고 아름답다. 누가 그랬던가. 땅이 화수분이라고. 과연 그렇다. 심으면 심은 대로 땅은 내어준다. 풍성하게.

하지만 땅에 심기운 것들 그 어느 것도 그저 되는 일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무엇을 심든지 그대로 거둔다. 그리고 땅에 심겨진 것은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재촉하지도 않고 조급증 내지 않고 의연하게 인내하며 자기 때를 기다리고 자기 때에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그리고 겨울 속으로 침잠하는 그 평범한 순리를 오며 가며 바라보는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나를 일깨운다.

내가 심은 방울토마토와 고춧대를 통해 또 가까운 산과 들에서, 내 이웃 텃밭들에서 계절을 읽고 그것이 내게 주는 신비와 교훈과 생명의 경이를 느끼며 나의 나날들도 흐른다.

물기 머금고...
▲ 방울토마토... 물기 머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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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심은대로, #방울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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