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국계 할인점 코스트코 홀세일 영업매장 모습. (자료사진)
 미국계 할인점 코스트코 홀세일 영업매장 모습. (자료사진)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그가 만약 대형마트를 허가했다면, 주민들에게 기소되었을 것이다."

미국계 대형 할인점 코스트코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당해 지난 6월 27일 불구속 기소(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 된 윤종오 울산 북구청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윤 구청장에 대한 첫 공판은 7월 말 쯤 열릴 예정으로, 일부에서는 실형 선고 후 구청장직 박탈을 거론하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울산 시민들이 나섰다.

현재 윤 구청장이 소속한 통합진보당은 물론 중소상인, 보수단체 등은 '윤종오 구하기'에 나섰다. 북구주민대책위를 꾸린 이들은 현재 서명운동을 하고 있으며, 지난 17일 오후 2시 코스트코 입점을 추진하는 조합 측을 찾아가 고발과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할 것으로 요구했다.

대형마트 허가 불허 했다가 기소된 구청장

대형 할인점을 허가하지 않았다가 기소된 구청장. 그리고 그를 구하기 위해 나선 주민들. 도대체 울산 북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윤종오 북구청장은 북구의회 의원과 울산시의원을 거쳐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북구청장에 당선했다. 그는 구청장 당선 직전인 시의원 시절, 북구에 들어선 농수산물유통센터에서 농산물 외 일반 상품을 판매하자 "중소 상가가 무너진다"며 반대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윤 구청장이 당선된 지 2개월 후인 2010년 8월 24일, 코스트코를 유치하려는 진장유통단지조합 측은 관할 울산 북구청에 코스트코 건축허가 심의신청서를 접수했다. 이후 윤 구청장은 2011년 8월까지 3차례에 걸쳐 이를 반려했다. 이어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 재결 요구도 두 차례에 걸쳐 반려했다.

윤종오 울산 북구청장이 북구 진장동 진장유통단지에 입점 예정인 미국계 대형 할인점 코스트코의 건축허가를 허가내주지 않은 것과 관련해 피고소인 자격으로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2012년 5월 9일 울산지검에 출석했다.
 윤종오 울산 북구청장이 북구 진장동 진장유통단지에 입점 예정인 미국계 대형 할인점 코스트코의 건축허가를 허가내주지 않은 것과 관련해 피고소인 자격으로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2012년 5월 9일 울산지검에 출석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윤 구청장은 북구의 대형마트 입점 비율이 다른 자치단체보다 높다고 판단했다. 대형마트가 더 늘어나면 중소납품업체와 중소제조업 경영이 악화돼 결국 지역 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히 윤 구청장은 코스트코를 허가하면 영세상인과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을 것이라 우려했다.

실제로 인구 18여만 명인 울산 북구에는 이미 홈프러스, 롯데마트 등 4개의 대형마트가 입점해 있다. 인구 4만5000명 당 한 개꼴이다. 이는 울산시 전체 7만5000명 당 한 개, 전국 평균 15만 명 당 1개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북구청의 허가 반려에 조합 측은 2011년 8월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고, 위원회는 8월 30일 코스트코 건축을 허가하는 직접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 울산시 한 간부 공무원은 "지자체가 민간이 신청한 적법한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직접처분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조합 측은 "윤종오 북구청장의 건축 허가 반려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2011년 12월 14일 북구청을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울산지법에 냈다. 이어 검찰에는 윤 구청장의 형사상 책임을 묻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올해 5월 9일 윤 구청장을 소환 조사한 뒤 6월 27일 기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윤 구청장이 지난해 5월과 8월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건축허가 의무를 이행하라는 요구를 받았는데도 허가하지 않아 직권을 남용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지난해 6월 21일 북구청의 불허가 처분은 고소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코스트코 울산점은 북구 진장유통단지 안에 전체면적 3만1098.6㎡ 규모로 지어져 올해 8월 중순께 준공검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10년 8월 울산 북구청에 건축허가 심의신청서를 접수한 이후 2011년 8월 마침내 울산시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직권 허가를 받아낸 코스트코는 전 세계 545개 지점에 약 5300만 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는 미국 최대 회원제 창고형 할인유통업체다. 8월 북구 개점을 앞두고 기존 대형마트조차 긴장하고 있다.

보수단체까지 '구청장 구하기'에 나서

이번 '북구청장 기소 사태'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지자체장이 펼치는 친서민정책이 상급기관의 결정 한 번으로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이 그중 하나다. 무엇보다 진보구청장으로 구분되는 그를 두고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앞장서 구명운동을 벌이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 7월 3일 통합진보당 울산시당은 소속 지자체장을 구명하기 위해 대책위를 꾸렸다. 그러자 이번 사태의 직접 당사자인 중소상인들이 대책위에 가세했다. 7월 12일에는 북구지역 141개 단체와 전·현직 지방의원이 참여하는 '윤종오 구청장 구명, 지역상권 살리기 북구주민대책위'가 발족했다. 

북구주민대책위에는 그동안 지역에서 보수성향 단체로 알려진 6·25참전전우회, 울산공수특전동지회, 월남전참전자회, 새마을북구지회 등도 참여해 윤 구청장 구명에 나서고 있다.

북구주민대책위는 "윤 구청장은 개인 영달을 위해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고, 중소상인의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해 대형마트를 허가해 주지 않았다"며 "이런 이유로 검찰이 불구속 기소 처분을 내린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사태 배경에는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의 건축 허가도 있다.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는 이름 그대로 지역에서 벌어지는 행정 사안을 심판하고 결정하는 울산시 산하 위원회다.

지난 7월 12일 울산 북구청 청사앞에서 북구주민대책위 발족식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는 주민대표들
 지난 7월 12일 울산 북구청 청사앞에서 북구주민대책위 발족식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는 주민대표들
ⓒ 박석철

관련사진보기


울산시 법무담당관실에 따르면 행정심판위원회는 전·현직 울산시 고위공무원, 변호사, 교수 등 30명 내외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위원장은 울산시 행정부시장이다.

울산 북구 "중소상인 보호하려는 공익적 판단"

야권과 노동계, 시민사회 측은 이번 사태를 그동안 울산시가 강행한 토목공사와 대기업 위주 정책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울산시와 박맹우 시장은 야권, 시민사회 측과 여러 정책에서 마찰을 겪었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그동안 무상급식을 표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이에 야당 여성 시의원이 20일간 단식농성을 벌이며 항의하기도 했다. 또 박 시장은 울산의 공기오염 원인으로 지목돼 10년 전 금지된 석유화학업계의 가동연료 고황유 사용을 허용해 야권 및 환경시민단체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역 노동계는 "주민보다 기업을 더 사랑하는 시장"이라며 박맹우 시장을 비판해왔다. 결국 이번 사태도 울산시의 대기업 편의주의에서 비롯됐다는 게 지역 정가와 시민들의 중론이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배문석 정책국장은 "박맹우 울산시장은 집권 3기동안 대기업 편향의 정책을 입안하고 강행해 왔다"며 "그동안 진보 구청장이 추진하는 서민과 약자에 대한 정책을 찍어누르는 행정을 보여왔는데, 이번 북구청장 사태 역시 이런 지역 분위기 속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민연대 김지훈 부장은 "우리 사회에는 지역 상권과 중소상인 생존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다"며 "국내 대기업과 외국기업 역시 이런 합의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울산 북구청장 비서실 측은 이번 일과 관련 17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코스트코 허가 반려 당시에는 중소상인을 보호할 장치가 없었다"며 "중소상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익적 판단에 따라 코스트코 허가를 반려했다"고 설명했다.

북구는 울산에서 처음으로 올해 5월 1일부터 대형마트 영업 규제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 북구 대형마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