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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해' 2012년의 대미를 장식할 대선이 약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이 곧 시작되고, 이어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대선 경선과 범야권 후보들의 후보 단일화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주목받고 있다.

 

여당 후보로는 박근혜 의원이 가장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다. 야권은 여러 명의 후보에게 지지가 나뉘어져 있지만, 올가을 전까지는 어떻게든 후보 단일화를 마쳐서 진영을 대표하는 한 명의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것이 야권 후보들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보수 대 진보의 진영 구도가 여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이에 따라 한국 보수, 한국 진보의 실상을 알아보고 그 수준을 재는 일 역시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은 7월 13일 방송에서 김성식 전 의원,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함께 한국 보수의 실체와 그 문제점을 짚어보는 '전방위 토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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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국가의 관계 설정... 보수-진보 가르는 지점

 

사람들이 흔히 보수 진영을 비하할 때 '수구꼴통보수'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꼴통'이라는 표현에 대해 김성식 전 의원은 "(실제로) 그런 측면이 있다"며 "한국 보수는 빈곤의 극복이라는 차원에서 나름의 역할이 있었지만, 근대의 핵심이라고 하는 민주주의의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은커녕 스스로 민주화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보수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담론의 깊이가 없는데다가 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좌빨' 낙인찍기에만 치중하는 등 '꼴통' 소리를 들어도 족한 행태를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진중권 교수는 한국의 보수가 "보수주의의 핵심인 애국주의 문제, 가족주의, 전통주의, 공동체에 대한 봉사 등 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며 "이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그 자체에 내용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공산주의가 아닌 것' 정도"라고 주장했다. 한국 보수의 주장대로라면 히틀러 같은 전체주의자도 자유민주주의자의 구획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한국의 보수가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변하기 시작했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의 진보주의자들이 이야기하던 복지 강화, 경제 민주화 담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김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대선출마 선언문을 예로 들며, 그동안 신자유주의로 치달았던 보수의 흐름에 대해 이제 한국의 보수도 바뀌어야 된다는 나름의 문제 의식을 반영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진 교수는 실천 가능성과 진정성의 문제에 주목했다. 박근혜는 5년 전 이른바 '줄푸세' 공약을 주장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진 교수는 "'줄푸세'가 이명박 정권의 정책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며 "갑자기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략적인 측면이 강하고, 아직 의구심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경제철학이 그렇게 쉽게 바뀌어서 실천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김 전 의원과 진 교수는 역사적 차원에서 시장과 국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중요한 지점이라는 사실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김 전 의원은 "보수 역시 내부적으로는 양극화가 심해졌고,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며 신자유주의의 한계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 하게 됐기 때문에, 복지·경제 민주화 담론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기에서 공정, 정의, 책임성 등 자유주의적 개혁 단계에서 이미 보완했어야 하는 사회적 자산의 축적을 숙제로 놓고,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경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남북관계, 적대성 보다는 현실적 대안 나와야"

 

한편으로는 남북 관계에 관한 보수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이 과거 냉전시대로 비유될 만큼 역사의 퇴보라는 것이 여론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기 때문이다.

 

진 교수는 "지금 색깔론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들이 어떤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과잉 대표된 듯한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주사파와 극우파가 인구비중에서 그리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는 않을 것인데, 미디어를 보면 대한민국 전체가 마치 주사파와 극우파로 나뉘어서 싸우는 듯하다는 뜻이다.

 

진 교수는 "이러한 적대성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며 "그 누구도 남북 관계가 필요 없다고 할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옛 냉전적 자태로 남북 문제를 대하려고 하는 것은 이제 약발도 안 먹힌다"며 "보수가 남북 문제를 국정수행의 차원, 동북아 외교적인 안보의 차원으로 봐야지, 냉전적 구도로 회귀해서 풀려고 하면 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안보 차원을 챙기더라도 남북 관계에서 최소한의 관계 규정과 화합은 필요하다는 것.

 

김성식 "권력 이용해 잘해보겠다는 생각, 위험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됐던 '소통의 부재'에 대해서도 진 교수와 김 전 의원은 입을 모았다. 국민의 저항에 부딪혔을 때 정치적 리더십을 어떻게 구사하느냐는 민주주의와도 직접 맞닿아 있는 사안이다.

 

김 전 의원은 "시민권을 바탕으로 국정을 고민하는 입장이 아닌, 권력을 '이용'해서 나름 자기가 잘해보겠다는 인식 자체가 위험하다"며 "국민의 일정한 반대가 생기면 권위주의로 다시 돌아갈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좋게 봐도, 대통령으로서 힘을 이용해서 복지도 베풀면서 선정을 베풀겠다고 하는 정치의 포지션이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진 교수 역시 "선정의 미화가 너무 많다"며 "경제 성장도 국민들이 열심히 일했던 것이고 민주주의도 국민들이 싸워서 얻은 것인데, (그게 정치인의 공으로 가면) 국민들이 마땅히 누려야할 자부심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지도자 하나가 뭘 해야 된다라기 보다도, 상호 수평적인 네트워크가 구성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박근혜 의원의 용인술이 상당히 '3김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1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수직적 소통이라는 것이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김 전 의원과 진 교수는 '국가와 시장과의 관계에 있어서 보수가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남북 문제나 정치적 리더십의 방법 문제는 불투명'하며, 또 '시장과 국가가 만나는 지점에서 보수가 변하는 데에 어느 정도 진정성이 담겨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함께 했다. 

 

덧붙여 김 전 의원은 "보수는 뭔가 지킨다는 것인데, 한국의 보수는 지켜야 할 게 없어서 새로 만들고 바꾸면서 지킬 것을 만들어야 하는 처지에 있다"며 보수 진영의 치열한 자기 혁신을 요구했다. 진 교수 역시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를 지니지 못하면 존경 받을 수 없다"며 "애국주의·가족주의·공동체에 대한 노블리스 오블리주 등 보수만의 에토스(기풍)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이털남, #보수, #새누리당, #진중권, #김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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