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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윤금순 비례대표 의원의 사퇴 건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다음 순번인 서기호 전 북부지법 판사가 의원직을 승계하게 됐다. 지난해 12월 트위터에 '가카 빅엿' 글을 올린 뒤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한 서기호 전 판사는 올해 3월 통합진보당에 입당했다.
 통합진보당 윤금순 비례대표 의원의 사퇴 건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다음 순번인 서기호 전 북부지법 판사가 의원직을 승계하게 됐다. 지난해 12월 트위터에 '가카 빅엿' 글을 올린 뒤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한 서기호 전 판사는 올해 3월 통합진보당에 입당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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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당한 것은 이정희 대표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진보의 아이콘으로 보여준 모습에 희망을 갖고 입당했다. 심상정, 유시민 대표도 함께 하니 명실상부 진보정당의 대중화 발판이 마련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비례대표 경선부정 이후 폭력사태… 승계 가능성이 나오면서 오히려 나는 더 무기력해졌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선거 문제로 당이 존폐기로에 섰을 때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정희가 왜 그래?" 했었다. 평소 젊은 정치인으로 '진보 아이돌'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가 폭력 앞에 침묵하는 대목에선 다들 아연실색했다.

트위터에 '가카 빅엿'을 날리고 판사복을 벗은 뒤 윤금순 통합진보당 의원의 사퇴로 의원직을 승계하게 된 서기호 '국민판사'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물론 그는 이정희 대표의 추천으로 통합진보당에 입당했고 정치인이 됐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지점과는 타협할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서 의원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국회의원이 된 첫 심경을 토로했다. 기쁘다거나 즐겁다는 게 아니라 "무겁다". 이것이 그의 첫번째 소감이었다.

그는 "윤금순 전 의원을 비롯한 후보들과 마음 아프게 출당 조치된 조윤숙 후보에 대해서도 미안한 마음"이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사퇴를 권고 받았으나 불복한 경쟁명부 비례대표 의원·후보자에 대한 제명은 "불가피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제명당한 분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지만 법적 책임을 지자는 게 아니고 정치적 책임을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거부하니 당도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혁신파와 당권파가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을 두고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파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혁신파와 당권파의 조정자 역할 하고 싶다"

그는 "혁신파와 당권파의 조정자 역할을 하고 싶다"며 "어느 정파에도 소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대표가 되든 활발한 소통이 가능하다, 적당히 중간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결론 도출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 의원의 국회 입성은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추천으로 가능했다. 통합진보당에 입당한 것 자체가 이 전 대표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 신뢰는 길게 유지되지 못했다. 서 의원은 "이 전 대표가 한 정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학을 하는 걸 보며 실망했다"라며 "이정희 대표를 믿고 지지한 국민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관악에서 발생한 여론조사 조작 사건 당시 이 전 대표를 옹호한 것에 대해서도 "구 당권파의 문제에 대해 그 때는 정확히 몰랐다"라며 "당시에는 곽노현 교육감 사건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잘못 판단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정희 대표가 지난 4년 동안 보여준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쇄신해 향후에 재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제 의원이 된 그는 대법원장제도 혁신을 준비할 예정이다. 서 의원은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선출하는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니 정치 권력의 영향을 받고, 법원장은 대법원장 눈치를 보고 판사들은 법원장 눈치를 본다"며 "대법원장 선거를 직선제 또는 간접선거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 의원은 <오마이뉴스>가 처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메인부터 한다'고 얘기했던 것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면서 "방송사나 일간지에서 요청이 오면 우선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원론적 차원이었지 매체를 차별하거나 폄하할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판사 재임용 탈락, 개인 문제뿐 아니라 법원 구조적 문제"

다음은 서기호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 오늘(9일)로서 국회의원이 됐다, 소감이 어떤가.
"지난주에 트위터,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처럼 기쁘지만은 않고 앞에 사퇴했던 윤금순을 비롯한 후보들과 마음 아프게 출당 조치된 조윤숙 후보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 판사에서 정치인으로의 변신한 계기는 무엇인가.
"판사 재임용 탈락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법원의 구조적 문제이고 판사들의 소신 판결을 가로막는 측면이 있다. 내 재임용 탈락으로 다른 판사들의 소신 발언을 규제하는 효과가 있다. 사법개혁 관점에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회운동 차원은 한계가 있다. 입법활동을 통해 구체화 될 수 있고 힘을 가질 수 있다. 마침 이정희 대표의 제안이 있었고, 총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 법사위에서 활동하게 될 텐데, 가장 먼저 뭘 하고 싶나.
"법원개혁이나 검찰 개혁이 중요하게 추진돼야 하는데, 이 부분은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개혁 추진 기구를 만들어서 충실하게 논의돼야 한다. 이는 정권교체와도 맞물려 있다. 국회 자체가 여소야대이거나 대통령이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에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당장의 성과 내기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준비하려고 한다."

- 사법개혁의 가장 큰 주안점은 어디에 있나.
"제왕적 대법원장제를 개혁해야 한다. 일단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 선출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다보니 정치 권력에 영향을 받게 된다. 법원장은 대법원장 눈치보고, 판사들은 법원장 눈치를 본다. 대법원장 선거를 직선제 또는 간접선거로 실시해 국민들에 의해 선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판사회의를 강화해야 한다. 내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이후 판사회의가 열려 제도 개선안이 나왔다. 판사들의 자율적인 결정을 이끌 수 있는 판사회의가 실질화 될 수 있도록 하면 소장 판사들에게 힘이 실리고 영향력도 커질 것이다."

- '국민판사'로 불렸다. 부담스럽진 않았나.
"사람들이 나에게 원하는 역할의 모델이 국민 판사다. 잘려도 걱정말고 실망마라, 국민들 편에 선 판사로 역할해달라는 격려 차원이다. 처음에는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제 전관예우 받는 변호사로서도 활동을 못하게 돼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됐다. 평범하게 살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나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니 열심히 해야 겠다 생각했다."

- 입당을 결심했을 때와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다르다. 당의 현 상황 어떻게 보나.
"내가 입당한 것은 이정희 전 대표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됐다. 이 전 대표가 4년 의정활동에서 보여준 진성정과 헌신, 진보의 아이콘으로서 모습을 높이 샀고 희망을 갖고 당에 들어갔다. 마침 심상정, 유시민 대표도 함께 하며 명실상부하게 진보 정당이 대중화될 발판이 마련됐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힘을 보태려고 들어왔는데 들어갈 때부터 삐끗했다. 비례대표 순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부터 계파별 이해관계가 부딪혔다. 당 내부 상황이 생각한 것과 달랐다. 그럼에도 당시엔 희망이 있었고, 비례대표 순번을 14번 받았지만 자부심을 갖고 총선에 임했다. 그런데 비례대표 선거를 두고 폭력 등의 사건이 발생하고 내가 승계될 가능성이 나오며 오히려 더 무기력해졌다."

- 당장 이번 주에 원내대표 및 당 대표가 선출되게 된다.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야 한다고 보나. 혁신을 강조하는 측과 화합을 강조하는 측, 어느 쪽이 더 맞다고 보나.
"양쪽 대표 후보자의 방점이 다르긴 한데 선거 국면이니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어느 쪽 후보가 되더라도 충분히 대화로 합의점이 도출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재창당 수준의 쇄신도 필요하다. 한편으로 당이 분열되는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다. 적당히 봉합하는 수준의 통합이 아니라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와 타협으로 통합되는 과정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현재는 당 내부 상황에 대해 이렇다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됐고 진보정당에서 몸담아 온 사람도 아니고 당 내부의 정파에 소속된 것도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지켜보는 단계이고 배우는 단계다."

- 강기갑, 강병기 후보자들의 의견이 나뉘는 가장 첨예한 부분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이다. 이 부분에 대한 합의는 도출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제명 당한 분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지만 법적 책임을 지자는 게 아니고 정치적 책임에서 총사퇴 결의가 나온 것이다. 그 부분을 위반하는 것에 대한 제명 조치 불가피했다. 의원 총회에서 또 제명을 결정해야 하는데, 제명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의총 내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결론이 나야 할 것이다. 강병기 후보가 대표가 되면 복당 논의가 될 텐데, 성급하게 제명 논의를 해야 하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복당은 제명 논의를 마무리 짓고 나중에 얘기할 부분이다."

- 제명 등에 대한 입장을 보면, 혁신파 쪽에 가까운 것 같다.
"내 의견은 그렇다. 그러나 나는 조정자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 적당히 중간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합당한 결론 도출을 위해 의견 교환을 해보려고 한다. 나는 어느 정파에도 소속되지 않았다. 때문에 당 대표가 누가 되든 당 대표, 최고위원, 당직자와 활발한 소통을 할 수 있다."

- 당 밖에서 통합진보당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던가.
"답답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정파성이 두드러지다 보니 유연성 있는 결정이 안 되고, 정파의 입장에 따라서 대결 국면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였다. 폭력사태가 가장 정점이었다. 대화와 타협이 이뤄지지 못하고 물리적으로 막는 과정들이 국민들에게 이해되지 못했다. 폭력 사태는 너무 심했다."

- 애국가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애국가가 국가라는 건 국민들 사이에서 당연한 것으로 인식된다.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라는 발언은 일반 국민과의 인식 차가 너무 크다. 이석기 의원이 그런 취지가 아니라고 해명했는데, 그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종북 문제가 논란되는데 왜 하필이면 그 시점에 그런 얘기를 했나 아쉬움이 든다."

"이정희, 정파 대변에 실망... 지금이라도 쇄신해 재기하길"

-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추천으로 비례대표를 받았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나.
"부담이 있다. 그러나 한 정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걸 보며 실망했다. 그 분이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에 일면 이해는 된다. 이 대표가 조직의 지원을 받아 정치에 입문했고, 또 당 대표가 됐다. 정파 사람을 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정희 대표를 믿고 지지한 국민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들은 이정희 대표를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굉장히 아쉽다."

- 관악에서 발생한 여론조사 조작 사건 당시에 서 의원은 이정희 대표를 옹호했었다. 지금은 어떻게 보나.
"관악 사건 당시에는 이정희 대표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컸다. 구 당권파의 문제에 대해서 정확히 몰랐다. 그 때는 총선 자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했고 곽노현 교육감 사건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이켜 보니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인정한다. 이정희 대표가 당권파의 지원 하에 당 대표가 된 건 알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의 문제이고 어느 정도의 관계인 줄 몰랐다. 이정희 대표가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음을 많이 느꼈다. 다만, 이정희 대표가 지난 4년 동안 보여준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쇄신해 향후에 재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재기에는 관악 사건과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태에서 보인 문제들을 극복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할 것이다."

- 진상조사 보고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것 같다. 1차 보고서의 경우 구 당권파가 조사에 참여하지 않아 신빙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지만 2차 보고서는 서로가 합의한 외부위원들이 다 합류했다. 2차 보고서도 믿기 어렵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 대선 국면에서 야권연대는 필수적이라고 보나.
"야권연대는 당연히 필수적이다. 다만 지분 싸움으로 가면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야권연대의 기본은 서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부터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어느 후보가 당선돼도 그런 요청을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다."


태그:#서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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