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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해서 의무 휴업과 심야 영업 제한을 강제한 조치에 대해 잇따라 효력 정지 결정을 내리고 있다. 동해·속초·밀양·군포 등 많은 지역에서 효력 정지 판결로 인해 다시 휴일 영업을 재개하는 마트가 늘고 있다.

 

법원 판결의 요지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로는 조례를 만들 때 지방자치단체장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과 둘째로는 행정 처분을 할 때 이해관계자인 대형마트 쪽에 사전에 통보를 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종합해 법원은 '법률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차원이 아니라 일종의 절차상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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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는 7월 9일 대형마트 영업 규제 문제와 관련해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변호사는 "효력 정지 결정이 내려졌지만 문제는 간단하다"며 "조례를 개정해서 지자체장의 재량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고, 행정 처분을 내릴 때 대형마트에 사전 통지를 통해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의회가 열리는 대로 조례만 개정하면 다시 대형마트에 영업 규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재래시장 인근 대형마트 입점 규제를 포함해서 지난 몇 년간 대형마트 규제의 입법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도 많은 논의가 오갔다. 대형마트 서비스 영업의 총량을 제한하는 것이 WTO 서비스 무역 협정(GATS)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문제 제기를 비롯해 규제가 헌법에 명시된 경제 행위 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등 많은 반론이 제기됐다. 이런 논란 때문에 몇 년간 미뤄졌던 입법이 지난해 말이 돼서야 급하게 통과됐고, 때문에 이 과정이 졸속이라는 문제 제기도 많았다.

 

"서구 사회, 예외적·제한적으로 대형마트 휴일 영업"


김 변호사는 "이 문제를 오래 끌고 또 논란이 많아지다 보니, 결국 법안이 타협적으로 만들어졌다"며 "서구 유럽 같은 경우는 원칙적으로 일단 의무적으로 일요일에는 휴무를 하고, 예외적으로 식품에 한해서 오전 시간 혹은 6시간 범위 내에서 허가를 받아서 판매를 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원칙적으로 대형마트의 휴일 영업을 허가하되, 그 중 얼마간의 휴무를 강제하는 것과 달리, 서구 사회는 원칙적으로 대형마트의 휴일 영업이 불가능하고 예외적이고 제한적인 영업만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김 변호사는 서구 유럽과 미국의 사례를 들며 "(여러 서구 국가에서는) 원칙적으로 도시 계획적 차원에서 주거 지역과 공업지역에는 대형마트가 진출 못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월마트도 뉴욕에 진입을 못하고 있다"며 "대형 마트들이 도심에 진출을 못하게 해 중소상인들에게 영향을 못 미치도록 하는 것은 세계적인 입법 형식"이라고 주장했다.


WTO 규정 위반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지금까지 WTO가 중소상인 보호라던가 내부 산업보호를 위해서 규제하는 것을 문제 삼은 적은 없었다"며 "부정확한 사실을 통해 정부가 여론을 혼란스럽게 하여 입법이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김 변호사는 "대개 어느 나라 헌법이나 시장원리에 의해서만 국가를 운영한다고 돼 있는 헌법은 없다"며 "중소상인과 같은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헌법 119조 2항에도 있고, 세계 어느 헌법에나 있는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권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것이지, 마치 대형마트의 영업권은 신성불가침의 천부인권이고 중소상인의 생존권은 그 하위에 있는 기본권인 것처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김 변호사는 재래시장 인프라의 부족으로 이용이 어렵다는 일반 시민들의 지적에 대해 "일리가 있지만, 앞으로는 중소상인들에게 보호정책 만으론 한계가 있으니 육성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중소상인 보호정책이 없이 육성정책만 하다 보면, 육성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육성 되기도 전에 대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중소상인들이 다 사라져버릴 상황"이라며 "일정 기간 보호와 육성의 병행을 통해 중소상인들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이털남, #김남근, #대형마트 강제휴무, #경제민주화,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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