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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우단체가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테러를 저지를 가운데, 6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028차 수요집회'에서 일본 나고야 '평화의 여행'소속 평화 활동가와 참가자들이 위안부 범죄의 진상규명과 공식 사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일본 극우단체가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테러를 저지를 가운데, 6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028차 수요집회'에서 일본 나고야 '평화의 여행'소속 평화 활동가와 참가자들이 위안부 범죄의 진상규명과 공식 사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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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매춘부상'이라고 하고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을 설치해 논란을 일으킨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47)에 대해 '위안부' 할머니들이 4일 입국 금지를 신청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순옥·배춘희·이용녀·강일출 할머니 등은 4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를 방문해 스즈키에 대한 입국금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또한 할머니들은 스즈키를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한·미·일 공조를 외쳐온 현 정부에서 지난달 26일 국무회의를 열고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체결(안)을 몰래 통과시킨 가운데,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검찰이 이를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와 관련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뤄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는 4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개개인에게 입국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나고, 일본 우익의 영향력만 키워 득세하게 만들 수 있다"며 "개인에 대한 대응으로는 일본인들의 장단에 놀아날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분단으로 인해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친일문제와 친일 성향의 정부 태도가 문제이다, 입국 조치는 오히려 일본 우익 인사들의 테러만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의 책임있는 태도를 주문했다.

반전활동가는 못 들어오고, 우익인사는 들어오고

일본 오키나와 반전 평화 활동가인 토미야마상이 지난 해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해 입국이 거부됐다.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현장을 방문한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올해 들어 대거 입국이 거부되고 있다. (부평신문 자료사진)
 일본 오키나와 반전 평화 활동가인 토미야마상이 지난 해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해 입국이 거부됐다.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현장을 방문한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올해 들어 대거 입국이 거부되고 있다. (부평신문 자료사진)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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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본 우익 인사들이 방한해 테러를 일삼은 것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반전평화활동가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6일에는 일본 반전평화 활동가 토미야마씨가 인천공항에서 입국이 불허됐다. (관련기사 : "여유없는 이명박... 나는 한국에 가고 싶다") 지난달 29일에는 일본인 3세 오오우치 테루오씨가 제주국제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돼 30일 일본으로 돌아갔다. 테루오씨는 아시아공동행동일본연락회의(AWC: Asian Wide Campaign) 회원으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항의하려고 방문했다가 입국이 거부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5일에는 일본 '오키나와 한국 민중연대'에서 일하고 있는 아리메 유우리(25)씨의 입국이 불허됐다. 유우리씨는 오키나와 미군기지가 있는 '후텐마 폭음 소송단' 사무국에서도 일하고 있다. 유우리씨는 몇 차례 걸쳐 한국을 방문해 주한미군기지와 관련한 토론회 등에 참석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도 방문했다.

유우리씨는 이번에 한국 프로야구도 구경하고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관광 차원으로 방문했지만 입국이 불허돼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메일을 통해 유우리씨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면 인터뷰에서 유우리씨는 "대학생 때부터 비무장지대(DMZ) 지뢰 문제를 배우는 스터디투어(StudyTour)나 미군기지 문제에 관한 심포지엄에 참석했지만 문제가 없었다"며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오는 것은 주변에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그 다음엔 전쟁으로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파괴한다"고 주장했다.

입국 불허에 대해선 "한 시민의 행동을 제한하면, 한국은 국민과 외국에서 신뢰라는 진정한 국익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충고했다. 또한 "겉으로는 민주주의라 해도 불편한 진실을 숨기려고 개인적인 행동까지 제한하려고 하는 국가권력은 참 무섭다"며 "이 문제에 대해 일본과 한국, 일본 사람, 오키나와 사람 모두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아리메 유우리씨와 이메일로 한 서면 인터뷰 전문이다.

"'불편한 진실' 숨기려 개인 행동 제한하는 국가권력 무섭다"

- 언제, 왜 한국을 방문하려 했는가.
"지난 6월 5일 오후 2시 50분께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장에서 여권과 얼굴, 지문 확인 후 직원 지시를 받고 어떤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친구 둘이서 서울과 인천 등을 여행할 계획이었다."

- 입국이 거부된 이유를 알고 있는가?
"어떤 활동이 문제가 된 건지, 구체적으로는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래도 폭력적인 말이나 행동은 없었고, 끝까지 예의를 갖추고 대해준 것은 다행이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아리메 유우리는 출입국관리법에 있는 규제 사항에 걸리고 있기 때문에 입국을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 결정은 관리국이 아니라 위에서 요청이 있어서 하는 것이라 우리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으며, '국익에 반하는 활동을 할 우려가 있는 사람이라고 돼있는 모양이다'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 왜 입국이 불허됐다고 생각하는가.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르겠다. 아마 지난해 12월 제주도 강정마을에 다녀온 것이 그 이유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올해 한국에서 입국 거부를 당한 일본 활동가가 10명 정도 된다. 대부분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활동에 참가한 분들이다.

겉으로는 민주주의라 해도, 불편한 진실을 숨기려고 개인적인 행동까지 제한하려고 하는 국가권력은 참 무섭다고 느꼈다. 그것은 일본이라는 국가도 다름없다. 한국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 오키나와 사람과 일본 사람도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제주 강정마을은 언제 방문했는가.
"지난해 12월 18일부터 20일까지 오키나와 친구 둘이서 방문했다. 촛불집회 등에 참석했다. 오키나와와 연대 활동을 한 분을 찾아가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땐 대규모 시위도 없었는데, 저에 관한 정보가 어디서 나와서 출입국관리사무소까지 올라갔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10여 차례 한국을 방문했지만, 제주도를 간 것은 한 번뿐이다. 대학생 때부터 비무장지대 지뢰 문제를 배우는 스터디 투어나, 미군기지 문제에 관한 심포지엄에 참석했는데,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

- 제주도 해군기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군기지 문제, 그리고 전쟁의 기억을 가진 오키나와 사람으로서 제주도 강정마을 주민들의 아픔을 잘 알 것 같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제주도, 그 안에 있는 '강정'이라는 작은 마을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맑은 물, 비옥한 땅, 구럼비 바위, 예쁜 바다가 있는 아름다운 마을에서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에 있는 사람들… 친척끼리 싸우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마을공동체가 파괴되었다고 들었다.

여기에 군항이 생기면, 다음엔 미군도 들어오고 완전한 군사거점이 된다고 들었다. 군사거점이 되면 그 주변에는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거고 그 다음엔 전쟁이 들어올 것이다. 군사 기지 건설은 사람들의 생활도 문화도, 귀중한 자연도 파괴하는 것이다. 그것은 평화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파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 정부가 입국을 불허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 정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강정마을 주민을 더 고립시키기 위해 이런 외국 활동가의 입국 불허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본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다.

정부 정책에 반대해도, 시민은 백성의 목숨을 소중히 생각하길 원하고 있다. 해군기지 문제에 관해서도 다른 문제에 관해서도, 한국에서도 오키나와에서도, 저는 폭력적인 행동을 해본 적은 없다.

그것은 제가 선배들에게서 배운 반(反)기지 활동의 자세이다. 이번에 출입국관리소는 제가 '국익에 반하는' 사람이라서 입국을 못한다고 설명했는데, 이유도 정확히 말하지 않은 채 한 시민의 행동을 제한했다. 이는 한국에서나 외국에서 신뢰라는 '진정한 국익'을 잃게 된다고 생각한다.

활동가 하나하나를 붙잡으려고 하는 한국 정부의 자세를 보면, 정부도 시민 활동의 영향력을 두려워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번에 입국을 불허당한 것은 정말 억울했지만, 지금 한국에서 이 입국 불허 문제를 해결하려고 많은 분들이 지속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국제연대 활동의 성과 중 하나이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향하는 희망이라고 여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비롯해 국가권력의 폭력성이나 권력에 저항하는 민중의 힘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위안부 소녀상, #오키나와, #강정마을, #위안부, #아리메 유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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