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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에 연루됐던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19대 국회 전반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문방위) 위원장에 내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 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에 연루됐던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19대 국회 전반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문방위) 위원장에 내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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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작은 한 건의 문건에서 비롯됐다.

2011년 6월 24일 한선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회의에서 "이것은 최고위원의 녹취록이다, 거짓이면 책임지겠다"며 종이를 흔들었다. 문방위 간사였던 한 의원이 읽어 내려간 문건에는 민주당의 비공개 회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곧장 '불법도청' 논란으로 번졌다. 문제가 커지자 한 의원은 한동안 잠행을 거듭했다.

그런 그가 화려한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간사에서 위원장으로 격도 높였다. 19대 문방위 위원장에 한 의원이 유력시되고 있는 것이다. 문방위원장을 희망하는 의원들이 다수 있었음에도 새누리당은 단독으로 문방위원장에 한 의원을 내정했다. 민주통합당이 "문방위를 파행으로 이끌겠다는 것이냐"며 결사반대에 나선 이유다.

홍영표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5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야당 대표실을 도청한 사건에 연루된 직접 당사자가 한선교 의원"이라며 "새누리당이 한 의원을 문방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문방위를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민주당과 한선교 의원의 '갈등', 문방위원장 내정으로 재점화

민주당과 한 의원 그리고 KBS가 얽힌 사건은 지난 해 6월부터, 경찰이 수사를 종결한 11월까지 지루하게 이어졌다. 한 의원이 공개한 회의는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두고 민주당 방침을 정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당시 회의가 끝난 후 KBS 기자가 회의실에 드나들었다는 목격담이 제기됐고, 사건은 '민주당-한선교-KBS 기자'가 얽힌 구도로 진행됐다. KBS기자가 도청을 했고, 이 문건을 한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불거진 직후, 한 의원은 "최고위 회의 참석자 중 메모를 잘한 분이 있었고 그 사람과 내 측근이 아는 사이다,  내 측근이 그 메모를 입수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 자체 조사 결과 '민주당 내에서의 유출은 없었다'고 결론 내려졌다.

그러자 한 의원의 '해명'은 결이 달라졌다. 이제 그는 면책특권을 들고 나왔다. 한 의원은 "설령 도청이라고 하더라도 국회의원 면책특권 때문에 조사 대상이 안 된다, 민주당은 엉뚱한 짓 하지 말고 KBS랑 진실게임이나 잘하라, 나는 거기에 조연도 안 된다"고 일갈했다. 도청을 한 당사자로 지목된 KBS와 민주당이 해결할 문제지 본인은 관계없다는 것이다. "KBS가 버거우니 민주당이 나만 잡고 늘어진다, 치사하다"는 그는 시종일관 당당했다.

이후 경찰이 수사에 돌입해 녹취록을 공개한 당일(2011년 6월 24일) KBS 정치부 기자들과 한 의원 보좌진이 수 차례 전화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사건의 실마리가 잡히는 듯했다. 그러나 결론은 무혐의였다. 경찰은 소환조사를 거부한 한 의원을 상대로 한 차례 서면 조사를 벌인 채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결국, 민주당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한 의원을 고발한 건은 '도청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리했다.

민주당은 당 대표실 불법도청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을 제출했지만 흐지부지 됐다. 사건은 그렇게 묻히는 듯 했다. 그러나 한 의원의 문방위원장 내정으로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민주당, 불법도청 사건 특검 법안 제출로 맞불

민주당은 '불법도청 사건 특검 법안'을 다시 들고나왔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은 19대 국회에 불법 도청 사건 특검 법안을 제출하는 것을 검토중"이라며 "새누리당에서 한선교를 내세운 건 불법도청을 합리화 시키고 앞으로도 계속 하겠다는 것이다, 한 의원이 결코 문방위원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언론정상화 특별위원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의 의도는 문방위를 파행시켜 이명박 정권이 저질러 온 방송장악, 언론인 탄압의 수치스러운 만행을 숨기려는 것"이라며 "한 의원의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특위 소속 최민희 의원은 "새누리당에 그렇게 인물이 없느냐"며 "불법이 부처님 말씀인 줄 아느냐"고 맹비난했다. 신경민 의원은 "문방위원장 내정은, 실질적인 인사권을 지닌 박근혜 의원의 인사관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며 "성추행 의혹을 받는 의원을 여성가족위원장으로 내정한 것과 다름없다, 청문회 방해 의도가 아니면 인사를 다시 해달라"고 요구했다.

문방위에서 MBC 파업 청문회와 정수장학회를 핵심 의제로 끌고 갈 계획인 민주당으로서는 한 의원의 문방위원장 내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 의원과 민주당의 2차전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제기된다.

한선교 "문방위원장 내정 반대는 정치공세, 내가 도청의 최대 피해자"

전국언론노동조와 시민단체도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장물아비 한선교 의원, 문방위원장 거론은 국민 모욕"이라며 "한 의원은 미디어렙법 제정과정에서 문방위 간사로서의 책무를 망각하고 특정 사업자들을 편들면서 '미디어렙법 입법을 안 하면 모두가 좋은 것 아니냐'는 망언을 내뱉으며 입법을 지연시킨 장본인이었다"고 꼬집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 나라 의정이 제대로 돌아갔다면 한 의원은 이미 국회에서 제명됐어야 할 사람"이라며 "그런 그가 문방위원장으로 내정된 사태는 어처구니 없고 수치스러운 작태"라고 힐난했다.

회견 자리에 함께한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한 의원의 문방위원장 내정은 19대 국회에서 언론 청문회, 언론 자유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한 의원의 문방위원장 내정은 2007년 대선캠프에 한 의원이 참여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정치권 안팎에서 쏟아지는 문방위원장 내정 반발에 대해 한선교 의원은 "정치 공세"라며 위원장직 수행을 강행하겠다는 태도다.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그는 "내가 도청 사건의 최대 피해자다, 아무 죄 없이 정치 공세에 말려든 것"이라며 "민주당이 (위원장 내정 반발이라는) 상투적인 일을 또 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태그:#한선교, #불법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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