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남 순천에 있는 선암사 화장실
 전남 순천에 있는 선암사 화장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똥은 싫어도 똥의 가치는 중요하였다. 더욱이 과거에는 논과 밭에 심은 작물에 필요한 거름원으로서 똥보다 더 좋은 것이 없었다. 특히 똥을 대신할 비료가 마땅치 않은 우리의 농경문화에서 똥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비료원이었다. 그래서 똥은 싫지만 똥을 밭에다 주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즉 똥은 '자연→음식→똥→거름→자연'으로 순환하는 자원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었고 최근까지도 도시민의 똥은 주변 농촌 지역의 비료로서 그 기능을 담당하고 있었다. - 본문 36쪽 -

똥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얼마만큼은 항상 뱃속에 들어있는 내용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똥을 제대로 알고 있거나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똥은 배변을 통해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우리 몸속에 있는 내용물이었고, 뱃속의 똥이 되기 전에는 맛난 음식이었다는 건 다 압니다. 결국 똥과 맛난 음식은 시간차만 있을 뿐 같은 것이란 얘기가 될 것입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게 '잘 사는 것'

<똥이 밥이다> 표지
 <똥이 밥이다> 표지
ⓒ 이학사

관련사진보기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며 사는 게 잘 사는 거라고 합니다. 잘 먹고, 잘 자는 게 잘 사는 거란 말에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잘 싸는 게 잘 사는 거란 말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인상을 찡끗할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주 잠시만 생각해 보면 잘 싼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이삼 일을 굶으면 배고픈 고통은 있지만 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삼 일 동안 마려운 똥을 참아야 하거나 이삼일 내내 설사가 난다면 그 고통은 배고픈 고통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괴로울 것입니다. 심하면 사람이 상할 수도 있을 겁니다.

똥은 우리의 속을 채우고 있는 내용물이기도 하지만 일상에서도 분리될 수 없는 것이기에 생활과 문화에 불가분으로 투영되어 있습니다.

김성균·최광수·최훈근·이해일·김재일 지음, 이학사 출판의 <똥이 밥이다>는 똥의 실체는 물론 똥의 순환구조, 사회·문화적 변천사에 투영되어 있는 똥간의 역사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똥 버리면 곤장 50대

옛 기록에 보면 기회자 장삼십(棄灰者 杖三十) 기분자 장오십(棄糞者 杖五十)이람 말이 있다. 이것은 재(灰)를 버리는 사람은 곤장 30대 똥(분)을 버리는 사람은 곤장 50대를 친다는 뜻인데, 백성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유일한 비료이자 귀중한 자원이었던 똥을 함부로 버려 자원을 낭비하는 것을 엄금했던 것이다.- 본문 37쪽 -

선암사 해우소 내부
 선암사 해우소 내부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전북 남원에 있는 실상사 생태 뒷간
 전북 남원에 있는 실상사 생태 뒷간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기피대상 1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게 똥인데 그런 똥을 버리면 장 50대로 다스리던 시대가 있었다고 합니다. 똥의 무엇이 장 50대로 다스려야 할 만큼 중요하게 인식되었는지가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사찰에서 뒷간을 이르는 '해우소'의 유래를 읽을 때는 머리를 끄덕이게 되고, 천진난만하게 밥솥 크기에 이어 화장실 크기를 자랑하는 스님들 이야기에서는 미숫가루 같은 미소를 저절로 짓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어렴풋하게 더럽다고만 생각하고 있는 똥이 자연생태계에서의 역할을 보다 또렷하게 알게 된다면 똥이 더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선암사, 실상사 등에 현존하고 있는 생태뒷간을 통해 똥과 밥, 밥과 생태계가 자연계에서 어떻게 돌고 돌며 생존 사슬의 구조를 형성하는 지를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똥이 밥이다>┃지은이 김성균·최광수·최훈근·이해일·김재일┃펴낸곳 이학사┃2012. 6. 15┃값 9,000원┃



똥이 밥이다

김성균 외 지음, 이학사(2012)


태그:#똥이 밥이다, #이학사, #실상사, #선암사, #해우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