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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그림같은 선착장의 모습
▲ 선착장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그림같은 선착장의 모습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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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를 가건 그곳을 즐길 수 있는 투어 패키지는 여행자가 흔히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혼자서 모든 곳을 일일이 다녀야 하는 노력과 번거로움이 간단하게 해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더욱 그러하다.

부두 근처에서 환영하는 음악을 연주하며 팁을 기다리는 이들.
▲ 환영합니다. 부두 근처에서 환영하는 음악을 연주하며 팁을 기다리는 이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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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투어'라는것이 있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남아공의 여행자들을 위해 만든, 몇 가지 유명한 장소를 모아 짧은 시간에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비교적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라 많은 여행자들의 소비를 꾸준히 불러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한국으로의 출국을 앞두고 어느 정도의 긴장이 풀어져 있는 필자도 기꺼이 선택할 만 하였다. 픽업을 오겠다는 아침 시간이 되니 건물 1층에 차가 기다리고 있다. 봉고차만 한 크기에다 보아 하니 예약을 받은 손님들이 묵고 있는 숙소들을 다니며 픽업을 한 후 출발하는 시스템이다. 남아공에서 어학 공부를 하는 남미의 학생과 아시아인도 있고 유럽이며 캐나다 등에서 여행온 사람들도 있어서 그런지, 출발할 때 보니 구색이 꽤 글로벌하다.

남아공에서꽤 의미 있는 장소인 cape point(희망봉)와 물개섬, 그리고 남아프리카의 펭귄들을 둘러볼 수 있는 이날의 일정은 생각보다는 여유롭게 진행되었다.

잠깐 쉬는 시간은 우리의 놀이터.
▲ 공사중 잠깐 쉬는 시간은 우리의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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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점점 좁아지고 있다. 배 앞에 줄 서 있는 대부분이 단체관광을 온 아시아인인 것이 문득 놀랍다. 단체관광을 온 중국인들을 보니, 이젠 여행문화도 한국과 그다지 다를 바 없이 변한 것 같다. 저마다 목에는 카메라를 걸고 열심히 가이드의 말을 따라 움직인다. 세계가 좁아진다는 것은, 내 땅을 벗어나지 않아도 내 땅을 찾는 사람 또한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글로벌한 매너 또한 필수적인 요소가 되야 할 터.

한가로이 광합성중인 물개들.
▲ 물개섬 한가로이 광합성중인 물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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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 땅에 발 붙이고 사는 것만큼이나 부표 위에서 광합성 하고 있는 물개들이 자연스럽다.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것이라 해도 물 위는 자기들이 주인이라는 듯 태평한 모습이다. 선착장 근처의 한두 마리의 물개들이 신기해서 눈이 동그래진 것도 잠시, 물개섬에 도착하니 백여 마리는 족히 넘을 물개들이 바위섬에 노닐고 있다.

펭귄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그림이 곁들여진 안내판.
▲ 아프리카 펭귄은 이렇답니다. 펭귄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그림이 곁들여진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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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을 볼 때마다 조화를 이뤄 살아야겠다는 경외감이 든다. 펭귄들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에 사는 펭귄'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단은 신기하기부터 한 이곳의 펭귄들. 그래도 사람들과 같은 땅에 살아야 하는 두려움 없이 적당한 울타리를쳐 놓았다. 귀여운 저 모습을 만지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아무 예고 없이 펭귄이 날 만져도 놀라울 터.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떠올리고 그냥 참아야겠다. 어찌됐건 펭귄들과 사람 사이엔 울타리가 존재하니 저들을 위해선 다행한 일이다.

귀여운 자태의 아프리카에 사는 펭귄.
▲ 아프리카 펭귄 귀여운 자태의 아프리카에 사는 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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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봉만을 앞두고 우리를 데려다줬던 차에 오르니 뭔가 다르다. 무엇이 다른가 했더니 지붕에 자전거가 인원 수만큼 얹혀져 있다. 그리고 어느 장소에서 내려주고는 자전거로 오라 한다. 직선으로 쭉 오면 어떤 장소가 있을 것이고 그곳에서 점심식사를 먹는다고 한다. 자전거에 아주 능숙하진 못해도 어차피 아스팔트 길이니 얼마나 어렵겠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갈수록 태산이다. 아예 오르막도 아닌 것이 살짝 오르막 길을 오르려니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기어변속까지 자유자재로 이용하진 못하는 수준이라 만만치 않다.

잘 찍은 재밌는 사진 하나가 열 장의 다큐 사진 안 부럽다.
▲ 펭귄 근처의 관광객들 잘 찍은 재밌는 사진 하나가 열 장의 다큐 사진 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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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꿀맛 같은 식사로 느껴진 점심을 먹고 페달을 밟으니 비까지 올 기세다. 내 눈에 담기는 장면들을 의식하니 차를 타고 지나가며 볼 수 있는 것과는 차원이 있다. 구름과 뻥 뚫린 길과 풀들이 눈을 통해 가슴속에 들어온다. 타조도 한 마리 지나간다.

예상치 못한,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 하는 육체적 노동과는 반대의 느낌이다. 한 방울, 두 방울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고 급기야 온 몸은 흠뻑 젖을 만큼 비가 온다. 앞으로 나가는 속도만큼 빗방울 때문에 눈 뜨기가 힘들지만 신기하게도 상쾌함과 자유로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능숙하지 못한 내 자전거 실력에 괜히 일행이 수고스럽다. "기어를 바꿔서 해보는 게 어때?"라고 한 마디 던지며 내 뒤에서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 "조금 더 힘을 내봐. 거의 다 온 것 같아"라며 힘을 불어넣는다. 괜히 사서 고생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순간순간의 상황에 괜히 감동스럽다. 그 사람이 내 페달을 밟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힘이 난다. 아니, 힘이 난다기보다 나와 맞춰 가려는 그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서 내가 힘을 더 내는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쭉 뻗은 길을 달리자면 더할나위 없는 상쾌함과 자유를 느낄 수 있다.
▲ 길 자전거를 타고 쭉 뻗은 길을 달리자면 더할나위 없는 상쾌함과 자유를 느낄 수 있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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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0년 1월까지의 총 6개월의 여정을 바탕으로 기고합니다. 외래어의 경우, 소리나는 대로 발음 표기하였습니다.



태그:#반도투어, #아프리카 펭귄, #물개섬, #남아프리카 공화국,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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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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