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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외국인교도소에 수감중인 김경준씨는 지난 6월 17일 이른바 'BBK 가짜편지' 사건 수사에 대한 검찰 수사 방향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편지를 지인들에게 보냈다. 편지는 모두 7페이지에 달한다.
 천안 외국인교도소에 수감중인 김경준씨는 지난 6월 17일 이른바 'BBK 가짜편지' 사건 수사에 대한 검찰 수사 방향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편지를 지인들에게 보냈다. 편지는 모두 7페이지에 달한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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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가짜편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가 이달 초로 예상되는 가운데, 김경준(46, 수감중)씨가 지금까지 알려진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장문의 편지를 작성해 지인들에게 보내 주목된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 편지를 보면, 김씨는 현재 검찰의 수사 방향에 대해 격한 표현을 써가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은 이른바 'BBK 가짜편지'의 실체에 대해 김경준씨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구치소 수감 동료인 신경화(54, 수감중)씨가 당시 김씨로부터 들은 내용을 국내에 이송된 후 동생인 신명(51)씨에게 전했고, 신명씨가 이 내용을 대신 적은 '대필편지'로 수사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07년 11월 16일 국내로 송환되면서 당시 대선정국의 핵으로 부각했던 김경준 BBK 전 대표. 천안 외국인교도소에 수감중인 그는 최근 이른바 'BBK 가짜편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1월 16일 국내로 송환되면서 당시 대선정국의 핵으로 부각했던 김경준 BBK 전 대표. 천안 외국인교도소에 수감중인 그는 최근 이른바 'BBK 가짜편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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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지난달(6월) 17일 쓴 7장의 편지에서 "검찰이 또다시 저를 '미친놈'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라면서 "검찰은 지금 이성을 잃어, 전혀 사실이 아니라도 무엇이든 자신들의 잘못된 2008년 수사결과를 뒷받침하는 것들을 모아 내용들을 짜맞춰 놓는식으로 조작된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중간 발표'라는 내용을 받았는데 너무 기가 막히고 분하고 억울하여서 편지 드리니, 저의 분통과 억울함을 좀 알려주십시오"라며 "'검찰 중간 발표' 내용이 사실이라면 저의 목을 베어버리셔요"라고 극단적인 표현까지 썼다.

김경준의 편지는 어떻게 작성되었나

김씨는 편지에서 '검찰 중간 발표'라고 적고 있지만, 정작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중간 발표는 없었다. 그렇다면 김씨는 무엇을 보고 이런 흥분된 편지를 쓰게 된 것일까.

공식적인 중간 발표만 없었을 뿐, 사실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리고 있는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현재 남아있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2007년 대선 당시 '민주당의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핵심 증거로 제시된 가짜 편지를 동생인 신명씨에게 쓰게 만든 배후가 누구냐이다. 자신이 가짜편지 작성자라고 양심 고백한 신명씨는 자기가 쓰기는 했지만 내용은 당시 양승덕(59) 경희대 행정실장을 내세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측에서 프린터 해서 가져온 대로 옮겨 적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배후로 최시중(75, 구속)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이 대통령 손위 동서인 신기옥씨 등을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중희 부장검사)는 문제의 편지는 신명씨가 형인 신경화씨를 면회하는 과정에서 들은 말을 정리해서 썼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즉, 신경화씨가 김경준씨로부터 들은 내용을 동생인 신명씨에게 이야기했고, 신명씨가 이 내용을 마치 신경화씨가 쓴 것처럼 썼기 때문에, 내용 자체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이 설명대로라면, '대필편지'는 있을지언정 '가짜편지'는 없고, 따라서 배후도, 김경준 기획입국설 조작의 기획자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

검찰 주변에서는 6월 중순부터 이런 결론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정점이 지난 6월 14일자 <헤럴드경제>의 보도이다. 이 신문은 "BBK 편지는 김경준에게 전달하려고 신씨 형제가 쓴 것"이라며 검찰발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김(경준)씨는 (미국에 있는) 구치소에서 만난 신(경화)씨 앞에서 여권 사람 및 정부 인사와 면회한 사실을 떠벌렸다. "지금 한국 송환을 거부하고 항소하면 무죄로 만들어주겠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씨는 심씨의 항소장 등도 작성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의 약속과는 달리 신씨는 결국 처벌을 피하지 못하고 1년여간 구치소에서 살다 한국에 인도됐다. 김씨는 2007년 한국에 인도되는 신씨에게 "여당(당시 민주당) 인사들을 만나 이명박 후보의 관련 의혹을 폭로하는 것을 도우면 풀려날 수 있다"며 "내가 한국에 가기 전에 먼저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고 말했고 신씨는 이를 면회온 동생 신명씨에게 전했다. 실제로 신씨가 구치소에 있는 동안 당시 여당측 변호사가 찾아와 "김경준씨에 대한 진술을 해주면 무료변론을 해주겠다"며 무료변론 각서와 명함을 함께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신명씨는 당시 여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고 판단, 형 경화씨와 상의한 뒤 "큰집(당시 청와대)의 말대로 했지만 우리 둘이 이용만 당하는 것 같다"는 요지의 편지를 쓰게 됐다는 것이다.

이 보도를 접한 김경준씨의 지인은 이 기사를 스크랩해서 천안 외국인교도소에 수감중인 김씨에게 보냈다. 감옥에서 보도를 접한 김씨는 상세한 보도 내용으로 인해 검찰의 중간 발표가 있었다고 생각했고, 즉각 반박 편지를 쓰게 된다.

김씨는 먹지를 사용해 두벌의 편지를 작성, 지인들에게 보냈다.

세가지 항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

김경준씨는 편지에서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검찰의 수사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우선, 미국 구치소에서 만난 신경화씨에게 당시 민주당 및 노무현 정부 인사와 면회한 사실을 떠벌렸다는 데 대해, 당시 여권 인사를 만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7년에 '여권 사람 및 정부인사들'과 면회한 사실이 전혀 없기에, 그런 '허위사실'을 신경화에게 자랑한 사실이나 이유조차 없습니다"라며 "검찰도 저의 미국 구치소 접견 내용을 입수하였기에, 제가 여권 사람 및 정부인사와 면회한 사실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제가 면회한 사람은 당시의) '여권 및 정부 인사들'이 아니라, 유영하 전 한나라당 의원과 면회를 하였습니다"라고 강조했다.(기자주: 유영하씨는 변호사로 한나라당 소속으로 총선 후보로 나서긴 했지만 의원은 아니었다.)

두 번째로 김씨가 신씨의 항소장 등도 작성해줬다는 데 대해, 당시 신씨는 항소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항소하지도 않은 사람의 항소장을 제가 작성했다니…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라며 "미국 법원에서 신경화 재판기록을 확인하면 그는 항소 자체를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기본 사실들은 검찰이 미국에서 신경화를 인도받을 때 그의 법정공판 기록을 모두 전달받기에 모를 수가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로 2007년 한국에 인도되는 신씨에게 당시 민주당 인사들을 만나 이명박 후보의 관련 의혹을 폭로하는 것을 도우면 풀려날 수 있다면서 자신이 한국에 가기 전에 분위기 조성을 부탁했다는 데 대해, 김씨는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는 주장했다.

그는 "한국으로 인도되어 국내 구치소에 수감될 신경화에게 무슨 국내 분위기를 조성해달라고 합니까"라고 반문하며 "그 당시 저는 온갖 기자님들이 미국 구치소에 연락하여 KBS 등 인터뷰할 기회들이 충분히 있었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적어도, 강도 상해로 국내로 가면 수감될 사람(신경화)에게 그런 것을 부탁한다는 사실은 정말 어이없는, 오로지 검찰만 믿을 수 있는, 망론입니다"라고 주장했다.

가짜편지로 남을까, 대필편지로 바뀔까

현재 'BBK 가짜편지' 수사는 막바지로 치닫는 모양새다. 그동안 수차례 수감중인 김경준씨와 신경화씨를 불러 조사했고, 2007년 가짜편지를 썼던 신명씨와 그 편지를 잡고 흔들며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증거라고 주장했던 홍준표 전 대표도 소환 조사했다. 지난 6월 26일에는 신경화씨를, 29일에는 김경준씨를 다시 불렀다. 하지만 신명씨가 가짜편지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이상득, 최시중, 신기옥씨 등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준씨는 편지에서 "국정조사가 너무나 필요합니다"라면서 검찰의 수사 방향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또한 신명·신경화 형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도 이 사건의 검찰 발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기획입국설 사건'에서 'BBK 가짜편지 사건'으로 이름이 바뀌며 4년만에 다시 시작된 검찰 수사. 배후 규명에 성공해 'BBK 가짜편지'로 남을까, 아니면 '가짜편지'로 검찰에 들어갔다가 '대필편지'로 바뀌어서 나올까. 최종 수사결과 발표가 임박했다.

아래는 김경준씨가 지인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다.
(* 큰 사진을 보시려면 사진 우측 하단 '자세히보기' 버튼을 클릭하세요.)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김경준씨의 편지 첫 장.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김경준씨의 편지 첫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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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씨의 편지 두번째 장.
 김경준씨의 편지 두번째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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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씨의 편지 세번째 장.
 김경준씨의 편지 세번째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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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씨의 편지 네번째 장.
 김경준씨의 편지 네번째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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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씨의 편지 다섯번째 장.
 김경준씨의 편지 다섯번째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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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씨의 편지 여섯번째 장.
 김경준씨의 편지 여섯번째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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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씨의 편지 마지막 일곱번째 장.
 김경준씨의 편지 마지막 일곱번째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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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경준, #BBK 가짜편지, #신명, #신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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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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