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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군 북내면 상교리에 소재한 도공 김원주의 전시실인 지우재
▲ 지우재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에 소재한 도공 김원주의 전시실인 지우재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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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에 사는 아우는 늘 바쁘다. 사람들이 찾아가면 바쁜 시간에도 반갑게 맞이하고, 그저 막걸리 한 잔이라도 나눠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은 듯하다. 요즈음은 지난 해 심어 놓은 농작물을 수확하느라 땀을 빼고는 한다.

내가 쉬고 싶을 때 언제나 찾아가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기에, 이 집을 가끔 <오마이뉴스>에도 소개한다. 6월에 찾아가는 이 집은 정말 좋다. 말로만 좋은 것이 아니고, 주변의 모습들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넓은 평수에 초호화 주택을 좋다고 하겠지만, 그런 곳은 사람 사는 맛이 없다는 생각이다. 누구는 없는 자의 자기 합리화라고도 하겠지만.

전시실 앞에 마련한 작은 연못에는 어리연이 피었다
▲ 연못 전시실 앞에 마련한 작은 연못에는 어리연이 피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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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오염되지 않은 이 집에는 개구리 등이 살고 있다
▲ 개구리 환경이 오염되지 않은 이 집에는 개구리 등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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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가 살고 어리연이 피는 집

지난 23일 여주 아우네 찾아갔을 때, 전시관 앞에 만들어 놓은 작은 연못에는 어리연이 아침햇살에 활짝 피어 있었다. 그런데 어리연 잎에 무엇인가가 움직인다. 가만히 보니 요즈음 보기 힘든 토종 개구리 몇 마리가 한가롭게 쉬고 있다. 이 녀석들, 사람이 가까이가도 도망갈 생각을 안 한다. 아마 이 집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품성을 다 읽을 듯하다.

작은 연못 주변에는 갖가지 꽃들이 피어있다. 이 집에는 딴 곳에서 보기 힘든 꽃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작은 꽃들이 모여 있는 '한라산수국'은 보는 이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다. 물론 그것을 보고 평안하다고 느끼는 것도, 내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다. 블루베리가 익어가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파랗게 익어가는 블루베리. 익어가는 것만 보아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 블루베리 파랗게 익어가는 블루베리. 익어가는 것만 보아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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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못 옆에는 한라산수국이 피어있다
▲ 한라산수국 작은 연못 옆에는 한라산수국이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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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 백리를 간다는 백리향. 이들 부부는 유난히 꽃을 좋아한다
▲ 백리향 향이 백리를 간다는 백리향. 이들 부부는 유난히 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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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를 몇 개 따먹어 본다. 새콤한 맛이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게 만든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따먹다 보니, 익은 것을 다 따먹은 듯하다. 미안한 김에 곁에 있는 꽃을 손으로 슬쩍 건드려본다. 향내가 코를 간질인다. 백리향이다. 향이 짙어 백 리까지 향기를 보낼 수 있다는 이 꽃.

"마늘이 임신을 했나? 날씨 탓인가?"

아우 부부가 마늘밭으로 올라간단다. 지난해에 심어 놓은 마늘을 수확해야 하는데, 날마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미쳐 수확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헌 장갑 하나를 주워들고 작업실 뒤편, 마늘밭으로 갔다.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심해, 먼지만 풀풀 날리는 마늘밭. 마늘이라고 제대로 자랄 리가 없다.

호미로 먼지가 나는 땅을 파 하나씩 마늘을 캐본다. 잘 자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 마늘은 여느 마늘과는 다르다. 한 마디로 완전 무공해 마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늘대를 자르다가 보니 이상한 점이 있다. 마늘대에 또 마늘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마늘대에 또 다른 마늘들이 자라고 있다
▲ 마늘 마늘대에 또 다른 마늘들이 자라고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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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이 임신을 했냐? 왜 마늘대에 또 마늘이 달렸냐?"
"마늘이 무슨 임신을 해요."
"이것 봐. 마늘대에 또 마늘이 달렸잖아,"
"정말 이상하네. 왜 그러지. 그러고 보니 임신한 마늘이 꽤 있네. 환경이 바뀐 탓은 아닌가 모르겠네요."

무슨 조화인지는 모르겠다. 나야 마늘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 이런 경우를 알 턱이 없다. 그저 마늘이 임신을 했다는 말 밖에는. 그 말에 모두가 자지러지게 웃는다. 좋은 사람들과 만남이란 매사가 즐겁다. 그래서 생활에 활력소를 얻는 것이기도 하지만.

마치 임신을 한 듯한 모습의 마늘대. 왜 이런 기형이 자라는 것일까?
▲ 마늘대 마치 임신을 한 듯한 모습의 마늘대. 왜 이런 기형이 자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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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의 임신사건. 그 하나만으로도 즐거워할 수 있는 사람들. 내가 여주를 자주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곳에서는 잠시나마 세상 모든 시름을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시름을 함께 아파해 줄 사람들이 있는 곳이기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경기리포트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주는 6월 23일에 다녀왔습니다.



태그:#여주 지우재, #마늘, #생태계, #임신, #좋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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