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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3월 29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민주통합당 'MB-새누리 심판 국민위원회' 박영선 위원장이 영화 '브이포벤데타' 가면을 쓰고 있다.
 제19대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3월 29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민주통합당 'MB-새누리 심판 국민위원회' 박영선 위원장이 영화 '브이포벤데타' 가면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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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불법사찰, 디도스 공격사건, BBK 은폐사건, BBK 가짜편지, 내곡동 게이트, 측근·친인척 부패와 비리 등에 MB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 그림자를 걷어내야 한다. 거짓의 가면을 벗겨내야 한다."

2012년 3월 28일. 박영선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은 난데없이 가면을 쓴 채 "MB 가면을 벗기겠다"고 주장해 이목을 끌었다. MB·새누리 심판 국민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박 의원은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며 "MB 심판"을 외쳤다. 그는 "심판해야 승리한다"고 반복했다.

그 후 3개월이 흐른 지금. 달라진 게 뭐가 있을까. 강한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권력형 사건들은 '윗선 없음'으로 슬그머니 종결되고 있다. '정치 검찰'이란 지적에 이어 '무능·무원칙·무소신 검찰'이란 따가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제 국민이 나서서 진실을 외면하는 검찰의 위선의 가면을 벗겨내야 할 차례다. 국민을 속이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제대로 심판하고 행동해야 한다. 행동하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 이를 위해 우선 부패와 비리의 어두운 그림자가 가득 드리운 가면들, 그 속내를 면밀히 들여다보자.

[#가면①] 민간인 불법 사찰, 대통령은 몰랐다?

13일 오후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의 송찬엽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서초동 청사 13층 브리핑실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13일 오후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의 송찬엽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서초동 청사 13층 브리핑실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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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을 불법적으로 사찰한 사건이 발생했다. MBC 'PD수첩'에 보도되면서 전모가 더욱 자세히 밝혀지게 된다. 2010년 6월 29일 'PD수첩'은 영화 <식코>의 패러디인 '쥐코' 동영상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2008년 당시 국무총리실의 조사를 받은 김종익 KB한마음 대표의 이야기를 다뤘다.

파문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국무총리실이 민간인, 정치인, 언론인, 기업인 등을 전방위적으로 미행·사찰한 사실이 드러나고, 검찰이 이를 숨기려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거세졌다. 게다가 이런 내용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몸통 논란은 점점 청와대로 집중됐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몸통은 놔둔 채 관련자들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이 사건이 다시 논란이 된 것은 <오마이뉴스> 팟캐스트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을 통해 공직윤리지원관실 장진수 전 주무관이 불법사찰과 관련 윗선에서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부터였다.

그러던 지난 3월 20일, 불법사찰과 관련 증거인멸과 관련이 있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에 맞서 자신이 증거인멸을 주도한 '몸통'이라고 호통을 치고 나섰다. 이때만 해도 '윗선을 보호하기 위한 꼼수'로 웃어넘기며 많은 사람들은 설마설마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 전 비서관을 비롯해 관련자 몇명만을 처벌하는 데 그쳐 결과적으로 이 전 비서관이 몸통이 돼버렸다.

또 장진수 전 주무관과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 등의 폭로를 막기 위해 여러 차례 돈이 전달된 사실이 확인됐다.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전달돼 가장 관심을 끌었던 관봉 5000만 원의 출처도 검찰은 끝내 밝히지 못했다.

검찰은 특히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사회 각계각층을 사찰한 500건의 문건 중  고작 3건만 범죄 혐의를 인정하고 형사처벌함으로써 몸통은 고사하고 피해자들마저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이 또한 소극적으로 수사를 일관했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수사 과정에서 사찰내용 비선 보고의 종착지를 대통령으로 지목한 문건과 관련자들의 진술이 적지 않게 나왔다. 대통령이 불법사찰과 뒷수습 과정을 어떤 식으로든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수사 초기부터 제기됐다. 그런데도 검찰이 대통령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대통령이 불법사찰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특검이나 국정조사에서 규명할 과제로 남게 됐다.

[#가면②] 100명 동원된 디도스 특검... 건진 게 없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발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을 수사한 '디도스 특검' 박태석 특별검사가 21일 오전 역삼동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결과 발표문 50페이지를 첨부터 끝까지 모두 낭독하며 땀을 흥건히 흘리고 있다. 1시간여에 걸쳐 발표문을 낭독하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였던 박태석 검사가 잠시 쉬었다가 일문일답을 받겠다고 하며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 50쪽 발표문 1시간 낭독, '땀 뻘뻘' 지쳐버린 '디도스 특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발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을 수사한 '디도스 특검' 박태석 특별검사가 21일 오전 역삼동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결과 발표문 50페이지를 첨부터 끝까지 모두 낭독하며 땀을 흥건히 흘리고 있다. 1시간여에 걸쳐 발표문을 낭독하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였던 박태석 검사가 잠시 쉬었다가 일문일답을 받겠다고 하며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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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8일, 경찰은 10·26 서울시장 재·보선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에 대해 발생한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 최구식 전 새누리당 의원실 비서 공아무개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자백을 받았다며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조차 디도스 공격사건이 단독 범행이라고 단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흘러나왔다.

이후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가 개입된 정황이 포착되어 기소되는 등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의혹이 더 커져갔다. 경찰은 최 전 의원의 비서였던 공씨가 고향 후배인 정보기술(IT)업체 대표 강씨 등과 공모해 디도스 공격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 과정에서 배후는 밝히지 못했다. 그래서 '부실수사'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러자 검찰은 추가 수사에 착수해 한 달 동안 수사를 벌인 끝에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비서였던 김씨가 공씨와 사전에 범행을 모의한 사실과 김씨가 디도스 공격자들에게 공씨를 통해 1000만 원을 건넨 사실 등을 추가로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 역시 이들에게 공격을 지시한 윗선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국회는 "검찰 수사도 미흡하다"며 지난 2월 디도스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급기야 지난 3월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 사이버테러 진상규명을 위한 '디도스 특검'이 개소식 현판식을 갖고 본격 출범하기에 이른다. '디도스 특별검사팀'은 90일간의 활동을 마치고 지난 21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많은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배후나 윗선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구식 전 의원의 전 비서 공씨(구속기소)가 디도스 공격 혐의로 체포되자 이를 최 전 의원에게 미리 알려줘 공무상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한 게 고작이었다. 100명이 넘게 동원돼 20억 이상의 예산을 쓴 특검팀이 3개월 만에 내놓은 결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방해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를 공격한 사건은 술자리를 나누던 20대 남성들이 술김에 공격한 행위가 돼버렸다. 소문이 무성했던 '윗선 개입' 의혹은 모두 무혐의로 종결됐다. 자금 출처나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가면③] 내곡동 사저의 불편한 진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대통령실이 공동으로 구입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 일대 저택의 입구.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위해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대통령실이 공동으로 구입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 일대 저택의 입구.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위해 매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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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백방준 부장검사)는 구 민주당·민주노동당이 업무상 배임,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이명박 대통령의 장남 시형씨 등 7명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배임과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수사했지만 대통령은 내란이나 외환죄가 아니어서 공소권이 없고, 아들 이시형씨 등 나머지 6명의 경우엔 처벌할 만한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태산 같았던 국민적 의혹에 견줘 쥐꼬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사'라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지만 검찰의 발표는 면죄부 일색이었다. 검찰은 시형씨가 사저·경호동의 전체 9필지 가운데 사저용 3필지 대금으로 11억2000만 원을 부담해 세무신고 기준으로 6억여 원(감정가나 공시지가로는 6억~8억 원)의 혜택을 얻었는데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내곡동 터를 시형씨 명의로 구입한 것이 명의신탁이 아니라는 결론 역시 봐주기 인상이 짙다.

검찰의 면죄부는 수사 과정에서 이미 제기됐다. 검찰은 의혹의 핵심인 시형씨에 대해 단 한 차례 서면답변서를 받는 것으로 조사를 끝냈다. 검찰이 내곡동 터 의혹을 밝힐 의지가 전혀 없음을 여실히 드러낸 대목이다. 이번 사건의 피고발인은 시형씨 외에 이 대통령 내외,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백준 총무기획비서관, 김종인 전 경호처장 등이다. 그러나 검찰의 직접 조사를 받은 사람은 김 전 처장뿐이다.

검찰은 부지 매입 당사자인 시형씨에 대해 지난 8개월 동안 몇 차례 서면진술서만 냈을 뿐 소환통보도 안했다. 검찰은 이 대통령 내외는 아예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데 이어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은 "부지 매입 뒤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납득이 되지 않는 점은 검찰이 시형씨의 구체적인 이득 금액을 산정해 달라며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했다. 검찰이 해야 할 일을 감사원에 떠넘긴 꼴이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만 봤을 뿐, 소신 있는 수사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비등한 이유는 사건 스토리에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애초부터 수사의 한계는 명확했다.

[#가면④] MB정권 말까지 풀리지 않는 'BBK 수수께끼'

홍준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전 대표.(자료사진)
 홍준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전 대표.(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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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판을 흔들었던 'BBK 가짜편지' 사건이 새로운 대통령을 뽑게 될 올해까지 무려 5년여 동안 세간의 관심사로 계속 이어져 왔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문제의 편지는 가짜편지가 아니며 배후도 없다"는 잠정결론을 일부 언론에 흘리고 있다. 하지만 의심쩍은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사건의 당사자로부터 새로운 주장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를 잠재우기 위한 제스처라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BBK 가짜편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 6월 2일, 검찰에 출두한 홍준표 전 새누리당 의원이 "편지는 은진수 전 감사원 위원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증언하면서 새 전환점을 맞는 듯했지만, 여전히 안개 속이다. 은 전 위원은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BBK대책팀장을 맡고 있었다.

지금까지 편지의 전달 경로는 '신명→ 양승덕 (전 경희대 교직원)→ 김병진(전 한나라당 상임특보) →은진수→ 홍준표'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BBK 가짜편지'의 진상이 규명됐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편지를 실제로 작성토록 지시한 인물, 즉 '윗선'이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김경준씨(수감 중)의 고소로 시작된 'BBK 가짜편지' 사건 수사는 편지 작성을 지시한 배후를 밝히지 못한 채 끝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짜편지는 김경준씨의 감방동료 신경화씨가 2007년 대선 전 김씨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홍준표 전 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발표됐다. 김씨가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BBK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폭로한 게 현 야권에 의해 기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후 신경화씨의 동생 신명씨는 편지를 자신이 가짜로 썼다고 고백했다.

따라서 편지가 작성된 배경이나 이를 폭로한 인물들로 볼 때, 이 편지의 배후에는 당시 대선캠프 측 인사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MB정권 임기가 다 끝나가고 있지만 검찰은 BBK사건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


태그:#민간인 사찰, #정치검찰,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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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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