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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 위로 휴가를 다녀간 지 3개월 만에 지난 6월 셋째 주, 일병 계급장을 달고 다소 여유있는 모습으로 나타난 아들. 나 역시 일병 엄마답게 여유가 생겼다. 지난해 이맘 때는 군 입대를 앞두고 나도 아들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학업의 흐름이 깨짐은  물론, 피부에 좋다는 화장품과 약을 다 발라 보고 치료를 받아보았지만 계속 쏟아나던 여드름, 예민한 아들은 군에 가면 여드름이 더 심해질까 봐 걱정했다. 부모 곁을 떠나 특수 조직인 군에서 2년여를 생활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가득했다.

그 후 9개월 정도가 지났다.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아들은 학업 일시 중단에 따른 우려는커녕 군 생활은 앞으로의 사회생활에 큰 경험이 될 것이라고 한다. 상하 조직 체계의 생활화로 인간관계를 배우는데도 도움이 된다고도 말했다. 눈물을 흘린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병 때는 업무가 복잡해 울고 싶을 때는 있었지만 운 적은 없다"고 말했다.

아들  휴가 기간에 열리고 있어 0순위로 다녀온 여수세계박람회
 아들 휴가 기간에 열리고 있어 0순위로 다녀온 여수세계박람회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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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군과 관련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 말을 입증하듯 일병 엄마라고 하면 여기 저기 상담을 요청한다. 특히 내가 지도하고 있는 학생들은 수업이 시간이 되면 군대 이야기 해달라고 조른다. 이제 이런 물음에 상담해 줄 수 있는 역량도 생겼다. 우리 아파트 도색과 자동문 설치, 우리집의 지문 인식 현관자동문, 쇼파 갈이 등 그동안의 변화를 확인한 아들은 "많아 발전했네"라며 군복을 벗었다. 솔직히 아들 입대 후 9개월 만에 내 통장은 흑자로 돌아와 집 단장을 했다.

아들의 학비와 용돈은 남편이 담당하지만, 아들 때문에 남편 몰래 긁은 카드도 만만찮았다. 여드름 때문에 고민하며 피부과 치료를 요구하면 남편은 "청춘의 심볼은 세월이 지나면 자연히 낫는다"며 허락하지 않았다. "엄마, 엄마" 조르는 아들에게 엄마는 약했다. 175센티미터 키가 로망이라는 아들의 성장에  좋다는 약을 사는 일도 남편은 몰랐다.

"엄마 카드 불쌍하지"라고 하면 아들은 "투자라고 생각해주세요. 나중에 몇 배로 갚아 줄게요" 라고 답하며 모자가 남편 몰래 쏟아 부은 돈이 적잖았다. 그렇게 저지른 돈은 갚느라 낑낑댔는데 아들이 군에 가니 그럴 일이 없어졌다. 별다른 처방을 하지 않아도 아들의 피부는 깨끗해졌다.

군에서 휴가 나온 아들과의 추억을  위해  직장에 휴가를  내 여수행을 결심한  자상한 남편
 군에서 휴가 나온 아들과의 추억을 위해 직장에 휴가를 내 여수행을 결심한 자상한 남편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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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병 아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일병 아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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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아들을 군에 보내고 가장 아쉬울 때는 컴퓨터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다. 지난 번 휴가 나왔을 때 정리해 준 컴퓨터에 또 이상이 생겼다. 가장 먼저 컴퓨터를 손봐 달라고 했다. 컴퓨터를 켜자마자 뜨는 악성코드, 의심파일 등을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리해도 안 되는 것을 아들은 순식간에 해결했다.

"엄마가 뭘 잘못 만졌을 때 생기는 건데 제거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기사쓰기도 한결 편해졌다. 아들이 둘만 있어도 이토록 아쉽지 않을 텐데 외아들인지라... 아들을 군에 보냈지만 그래도 정기휴가가 있어 엄마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휴가 둘째날이던 지난 12일에는 남편과 아들은 아침 8시 KTX 를 타고  여수세계박람회에 갔다. 박람회 티켓이 있으니 열차요금이 30% 할인됐다. 여수까지 오가는데만 6시간 이상 걸리기에 나는 일과 조정이 어려워 함께하지 못했다. 남편은 국제적인 행사가 아들 휴가 기간에 열려 다행이라며 직장에 휴가를 내 아들과의 추억만들기에 나섰다. 아들은 군에서 여수세계박람회에 대해 많이 들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5월부터 열렸지만 아들과 함께 가려고 아껴둔  한국 대중음악 걸그룹 전시회에 다녀왔다.
 5월부터 열렸지만 아들과 함께 가려고 아껴둔 한국 대중음악 걸그룹 전시회에 다녀왔다.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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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주제로 한 박람회에서 본 해중 도시의 모습, 바다 생태, 인류가 바다에 도전한 역사, 문화 공연등을 보고 온 남편과 아들은 한동안 그 신비로움에 빠져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거의 영상으로 이루어진 체험관이라서 영상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도 했다. 그러나 난 여름 휴가 때 가 볼 작정이다. 1993년 이후 대전 엑스포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공인엑스포를 놓치고 싶지 않다.

세 번째 날은 우리집에서 가까운 거리인 부평아트센터에서 5월부터 열렸지만 아들과 함께 가려고 아껴둔 '한국대중 음악 걸그룹사' 전시회에 다녀왔다. 한국 걸그룹의 태동기인 1930년대를 장식했던 저고리시스터부터 한국 최초의  공식걸그룹이 등장한 1950년대의 은방울자매, 1960년대 펄시스터즈, 2000년대 소녀시대까지 걸그룹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음악이 흐르고 걸그룹의 강렬한 인상의 사진이 담긴 역동적인 걸그룹 전시를 보며 남자그룹 전시회도 보고 싶었다.

지난 4월 개관한 한국 최초의 짜장면 테마박물관  내부 모습
 지난 4월 개관한 한국 최초의 짜장면 테마박물관 내부 모습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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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인천에 있는, 지난 4월에 개관한 짜장면 박물관에도 들렀다. 짜장면은 하루에 700만 그릇이 팔리는 국민음식이라고 한다. 1883년 인천개항과 더불어 중국 산동에서 건너온 화교들이 삶은 국수에 된장과 야채를 얹어 비벼먹는 고향의 음식 짜장면을 소개했다. 이것을 계기로 우리나라 짜장면의 역사가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박물관 바로 옆에는 차이나타운이 형성돼 있어 박물관 관람 후 쉽게 짜장면을 먹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식사량이 적어 한 그릇을 시켜 나와 나눠 먹던 아들이 짜장면 한 그릇을 뚝닥 비웠다. 탕수육도 시켜주며 힘을 길러 나라 잘 지키라고 했더니 싱긋 웃었다.

4박 5일의 휴가 일정은 금방 지나갔다. 9월 경에 다시 올 거 갔다고 기약하며 부대로 복귀했다. 부모와 함께했던 추억을 먹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거뜬히 견뎌내는 대한의 아들이 되기를 바라는 일병 엄마 마음이다. 

짜장면 박물관 옆에 있는 차이나타운. 박물관 관람 후 이곳에서 짜장면을 먹을 수 있어 편리했다.
 짜장면 박물관 옆에 있는 차이나타운. 박물관 관람 후 이곳에서 짜장면을 먹을 수 있어 편리했다.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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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병 엄마가 전하는 병영일기 , #여수세계박람회 , #걸그룹 전시회 , #짜장면박물관 , #일병 위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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