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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법제화' 'LPG가격 안정화' '택시연료 다양화' '택시요금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전국의 택시들이 하루동안 파업에 돌입한 2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LPG가격 안정화!"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중교통 법제화' 'LPG가격 안정화' '택시연료 다양화' '택시요금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전국의 택시들이 하루동안 파업에 돌입한 2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LPG가격 안정화!"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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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LPG)값은 턱없이 많이 올랐는데 택시요금은 안 오르고... 요즘 같으면 택시에 불지르고 싶어요. 다른 운전자들도 나랑 같은 심정일 거야. 오죽하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기 나왔겠어요?"

법인택시 15년, 개인택시 15년을 합해 30년째 운전을 하고 있다는 김복남(57)씨는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버스운전을 하다가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는 전정길(61)씨도 "하루 12시간 일해도 버스운전 할 때보다 임금이 3분의 1도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전국의 택시 노동자들이 화났다. 2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의 주최로 열린 '택시생존권사수 결의대회'에는 6만여 명(주최측 추산 8만 명, 경찰 추산 2만8천 명)이 모였다.

이들은 "치솟는 LPG가격 때문에 전국의 택시가족 다 죽는다"며 LPG가격 안정화, 대중교통 법제화, 택시연료 다양화, 택시요금 현실화, 감차보상대책 등 다섯가지 요구조건을 정부와 정치권이 들어줄 것을 요구했다.

택시노동자들은 그동안 자가용이나 버스, 지하철이 늘어나고 대리운전 등 관련업종 수단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선심성 증차로 택시 경쟁력 상실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비난했다.

2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LPG가격 안정화!"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LPG가격 안정화!"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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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택시산업은 공급과다와 승객감소, LPG가격 폭등과 지하철·버스에 대한 편파 지원 등으로 생존권의 벼랑에서 고사 직전에 몰려 있다"며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택시의 목소리를 계속하여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난했다.

박상익 전북개인택시조합이사장은 "지역으로 갈수록 택시운전자들은 더욱 열악하다"며 "여러가지 요구조건이 있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LPG가격의 안정화다. 가격을 낮추고 연료를 다변화하는 정책을 펴달라"고 요구했다.

김해경 충남개인택시조합 이사장은 "정치인들이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편입시키겠다는 약속을 하고도 18대 국회는 물론 17대 때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택시기사들이 울분을 삭이지 못해 이렇게 상경했다"고 말했다.

김택수 법인택시사업조합 부회장은 "2년 전에 비해 30% 가까이 연료비가 올랐다"며 "가장 시급한 것이 LPG가격 안정"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택시 운행을 하지 못할 정도로 힘든데 정부에서는 손발 다 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미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대구본부장은 "건국 이래 처음으로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모두 다 섰다"며 "택시노동자들이 최소한 먹고, 입고 자는데 지장이 없도록 임금과 8시간 운행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가 정당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오는 10월에 2차 대규모 집회를 열고 대선을 앞둔 12월 18일부터는 25만대의 택시를 서울에 집결시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황우여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연단에 오르자 참석자들이 야유를 하며 연단으로 물병을 던지거나 물을 뿌리며 항의했다. 황우여 대표가 발언을 하는 가운데 물병(동그라미 안)이 연단으로 날아들자 옆에 서 있던 의원들이 깜짝 놀라 피하고 있다.
 황우여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연단에 오르자 참석자들이 야유를 하며 연단으로 물병을 던지거나 물을 뿌리며 항의했다. 황우여 대표가 발언을 하는 가운데 물병(동그라미 안)이 연단으로 날아들자 옆에 서 있던 의원들이 깜짝 놀라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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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통합당 의원 17명이 연단에 올라 택시노동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통합당 의원 17명이 연단에 올라 택시노동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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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결의대회에는 정치권의 관심도 높았다. 새누리당에서는 황우여 대표를 비롯해 황영철·이완영·김영우·이현재 의원 등 5명이 참석했고 새누리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출마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택시기사 복장을 하고 나왔다. 민주통합당에서는 박지원 원내대표를 포함해 이석현·전병헌·홍영표·전순옥 의원 등 12명이 나왔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연단에 올라 "이틀 전 이연수 개인택시조합 이사장 등을 만나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며 "CNG(압축천연가스)나 디젤을 연료로 사용하는 택시 도입 등 업게의 현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어떤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에 "정부가 아니니까"라며 말을 흐렸다.

황우여 대표가 마이크를 잡자 물병 두개가 날아와 연단 앞에 떨어지고 한 택시노동자는 물을 뿌리기도 했으나 불상사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황 대표가 연설을 할 때 택시노동자들은 "우~~"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대중교통 법제화' 'LPG가격 안정화' '택시연료 다양화' '택시요금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전국의 택시들이 하루동안 파업에 돌입한 2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택시기사 복장을 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택시노동자들을 향해 "사랑합니다"를 외치며 하트를 만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대중교통 법제화' 'LPG가격 안정화' '택시연료 다양화' '택시요금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전국의 택시들이 하루동안 파업에 돌입한 2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택시기사 복장을 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택시노동자들을 향해 "사랑합니다"를 외치며 하트를 만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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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양 손을 들어올려 하트모양을 만들며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인사했다. 김 지사는 "더운 날씨에 이렇게 많이 모인 적이 택시 역사상 처음"이라며 "택시운전을 해보니 화장실도 가지 않고 하루에 8시간에서 10시간 탔는데 적자가 15번이나 났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살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택시기사들의 근로조건과 생존권 보장을 위해대통령과 정부가 살펴서 종합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18대 국회 때 우리당 이석현 의원이 택시살리기 법안을 대표발의 했으나 당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반대해 만들지 못했다"며 "19대 국회가 열리면 반드시 법안을 만들어 여러분들의 고충을 덜어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택시를 살려내라'는 글씨가 쓰인 빨간 리본을 맨 모자를 쓰기도 했다.

정치인들이 발언을 할 때 "야 집어치워"라는 말이 간혹 들리기도 하는 등 정치권의 발언에 대해서 택시노동자들은 못 믿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택시노동자는 "밥은커녕 빵도 못 먹고 살겠다"며 "이명박 대통령도 선거 때 투표해주면 반드시 법안을 만들어 택시업계를 살리겠다고 했지만 거짓말이 돼 버렸다"고 비난했다.

"택시를 살려내라!"구호가 적힌 모자를 쓴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등 여야 정치인들이 연단에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다.
 "택시를 살려내라!"구호가 적힌 모자를 쓴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등 여야 정치인들이 연단에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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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역, 신촌 홍대입구 등에는 택시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택시가 운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한 시민은 택시승강장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돌아섰다. 쇼핑을 마친 일본관광객들도 서울역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다가 택시가 하룻동안 운행되지 않는다고 설명하자 웃으며 돌아가기도 했다.

택시가 운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시민들은 특별히 불편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시청광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택시기사들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해결책이 빨리 나와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그:#택시 파업, #서울광장, #LPG가격 , #택시 대중교통 편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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