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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육사발전기금 200억원 달성을 기념해 열린 행사에서 사열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육사발전기금 200억원 달성을 기념해 열린 행사에서 사열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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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물 만난 고기마냥 활보하고 있다. 전 재산 29만 원이라는 이가 모교인 육사의 발전기금으로 1000만 원을 내고, 생도들의 사열을 받았다고 하고, 손녀 결혼식을 억대의 비용이 드는 고급호텔에서 치렀다고 한다. 그 밖에 전 재산 29만 원으로는 꿈도 못꿀 호화판 생활을 하는 모양이다.

그가 1672억원의 추징금을 미납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더구나 광주에서 시민을 학살하고 정권을 찬탈하여 내란죄로 한때 사형선고까지 받은 자임을 상기한다면(이 점은 노태우 전 대통령도 대동소이하다), 응당 그의 재산상태를 조사하여 추징금을 완납하도록 함이 정의의 요청에 부합함은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김동철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특정 고위 공직자에 대한 추징 특례법안'(이하 특례법안)의 취지는 120% 공감할 수 있다.

'전두환·노태우 추징 특례법' 환영... 중요한 건 검찰의 의지

하지만, 생각해 볼 것이 있다. 헌법과 법치주의가 두 전 대통령이라고 하여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두 전 대통령에게도 헌법상의 기본권이 보장되고, 헌법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 민주주의 정신이다. 이런 점에서 막상 특례법안을 들여다보니 우려스러운 점이 있었다. 먼저 이 특례법안의 핵심골자를 살펴보자.

1. 불법수익으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가족의 재산에 대해서는 재산 취득에 대한 소명을 요구한다.
2. 소명이 안 되는 재산의 80%는 불법재산으로 간주해 추징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즉 검찰이 보기에 불법수익이라는 개연성이 인정된다면 막강한 수사권한이 있는 검찰이 수사를 통하여 그 불법의 실체를 규명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특히 부동산의 경우 타인 명의의 매매나 등기가 금지되어 있고, 명의신탁의 경우 신탁자나 수탁자나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불법의 실체를 규명한 결과 그 재산이 실은 전두환, 노태우의 것이라면 추징하면 되는 것이다. 굳이 가족들에게 소명을 요구하고 말고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지금 추징이 안되는 것이 이런 특례법안이 없어서인가? 검찰의 의지부족의 문제가 아닌가?

그런 한편에 불법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재산보유에 관하여 수긍할만한 소명을 요구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소명요구 앞에 전두환, 노태우의 가족들이 순순히 소명에 응할 것인가는 차치하고, 이러한 소명요구는 당장 재산권 침해니 하는 위헌논란을 부를 것은 뻔하다.

또한 불법수익 재산의 보유 여부에 관한 소명을 그 보유자인 가족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묵비권 내지 무죄추정원칙에 반할 수도 있다. 요컨대, 지금 전두환, 노태우에 대한 추징은 검찰의 의지 문제이지, 이런 불법재산 형성에 관한 가족들의 소명에 달린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검찰이 과연 정의의 수호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검찰이 공익의 대표자이자,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문제를 풀어왔다면, 굳이 이런 특례법안을 성안해야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특례법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불필요한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부분에 대한 점검과 개선은 필요하다. 앞서 본 우려의 연장선상에서 몇 가지만 짚어보자.

법안의 위헌 요소와 사각지대 없애야... 추징대상 확대도 필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5일 오후 5시 15분께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가족들과 함께 손녀의 결혼식을 지켜봤다.<자료사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5일 오후 5시 15분께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가족들과 함께 손녀의 결혼식을 지켜봤다.<자료사진>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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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앞서 말했듯이 이 특례법안은 가족의 소명이 안 되는 경우 이 재산의 80%를 추징대상으로 삼고 있다. 설령, 가족이 불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이라도 그 불법이 두 전 대통령과 관련이 없는 것이라면, (가령 가족이 타인의 재산을 절취한 것이라면) 이는 이것대로 그 가족의 범죄사실과 관련하여 몰수 내지 추징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 이 불법재산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추징금에 갈음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그 재산취득의 불법성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와 관련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가족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재산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적용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재산이 29만 원이 전부라고 말하는 것이 믿기지 않는 이유는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 소유의 재산이 다른 사람의 명의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둘째, 재산취득의 불법이든, 차명보유이든 가족들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것은 빼야 한다. 이유는 앞서 본대로이고 하나만 덧붙이자면 만일 헌법재판소에서 이 특례법안이 위헌이라도 선고된다면 이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복권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소모적인 사회적 논란도 뒤따를 것이다.

셋째, 두 전 대통령과 관련있는 불법수익 혹은 차명보유라고 볼 수 있는 재산에 대해서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을 명문화하자. 그 전제로써 형사처벌 규정도 필요하다. 추징을 면탈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두 전 대통령과 관련있는 불법수익 내지 타인의 재산을 자기의 명의로 보유 내지 점유하는 경우에 형사처벌하는 것이 어떨까?

넷째, 이러한 추징면탈 목적의 재산 은닉에 관하여 수사기관이 그 사정을 알면서도 직무를 유기하는 경우 그 수사기관을 형사처벌하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 국가보안법 제11조는 특수직무유기라는 표제 하에 "범죄수사 또는 정보의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이 법의 죄를 범한 자라는 정을 알면서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본범과 친족관계가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이 규정을 특례법안에 참고해보자.

다섯째, 두 전 대통령과 관련있는 불법수익 혹은 차명보유라고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재산을 보유한 자이면, 굳이 그 규제를 가족에 국한할 이유가 없다. 두 전 대통령이 특별히 신뢰하는 사람이 가족이 아니라면 이 특례법안은 사각지대를 노정시키는 셈이다. 가족 등 제3자로까지 적용범위를 넓히자. 다만, 개연성 요건을 좀 더 구체화하여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과 부당한 인권침해 소지를 최소화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아울러 이러한 요건들이 충족되는 경우 추징의 대상을 80%로 한정할 이유도 없다. 전액을 추징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례법안은 문제인식이 충만한데, 구체적인 방법론은 아직 정교하지 못하다. 혁명이 아닌 다음에야 충만한 대의명분만으로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 못한다. 이 특례법안이 던져 준 화두에 더하여 정교하고 구체적인 방법들이 왕성하게 제안되길 바란다. 또한 이러한 종류의 법안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도 필수적이다. 모두의 지혜와 바람을 모아보자.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광철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처장을 지냈습니다.



태그:#전두환, #벌금 추징, #김동철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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