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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를 포장마차라 해야 될까. 치킨 집이라 해야 될까. 포장마차라고 하기엔 튀김 치킨만 팔고, 치킨 집이라고 하기엔 천막 노점상이니 말이다. 여기를 운영하는 김종삼·이혜란 부부는 날마다 장사하는 곳을 바꾼다. 오늘은 이 도시의 아파트, 내일은 저 도시의 아파트. 그래서 겨우 부탁해서 안성 오는 날(지난 14일)을 잡아 이들 부부를 만났다.

김종삼 씨가 닭을 튀기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하루에도 수십번을 이렇게 해야 한다. 더운 여름날엔 더위가 만만찮다.
▲ 김종삼 씨 김종삼 씨가 닭을 튀기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하루에도 수십번을 이렇게 해야 한다. 더운 여름날엔 더위가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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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부부는 봄바람이 싫단다

남들이 다 좋아하는 봄바람. 하지만, 이들 부부는 유난히 봄바람이 싫단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이 장사를 하고부터였다.

"바람 때문에 천막이 여러 번 날아갔어요. 덕분에 기름 솥도 2번이나 엎었죠. 바람 중에서도 봄바람이 제일 세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부부는 봄바람을 제일 싫어하게 됐죠."

웃으면서 이야기를 들려줬지만, 가슴 짠한 이야기다. 이들 부부는 비오는 건 어느 정도 용서가 된다고. 바람 부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침부터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은 긴장을 하게 된다. '장사를 시작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저울질 하게 된단다. 심상찮으면 안 하는 게 오히려 도움 되니까.

눈이 많이 오는 날도 문제다. 천막 위에 눈이 수북이 쌓이면 그들의 걱정도 수북이 쌓인다. 언제 눈의 무게로 천막이 무너질까 해서다. 동종의 장사를 하는 한 사람은 눈 무게로 천막이 무너졌다고 했다. 

갓 튀겨낸 치킨이 먹음직스럽다. 이 치킨의 특징은 뼈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그들만이 만들어내는 소스를 입히면 맛있는 닭 강정이 된다.
▲ 막 튀긴 치킨 갓 튀겨낸 치킨이 먹음직스럽다. 이 치킨의 특징은 뼈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그들만이 만들어내는 소스를 입히면 맛있는 닭 강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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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황당한 날도 있었다. 장사하러 현장에 도착했는데, 다른 장사가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을 때였다고. 자릿세를 받던 담당자 왈 "당신들이 미리 이야기 안 해서 다른 사람에게 자릿세 받고 오늘부터 들였다"고. 그때가 추운 겨울이었고, 그 자리는 장사가 아주 잘 되는 곳이어서 이들 부부에겐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 배신감은 한동안 갔단다. 엄동설한에 한마디 예고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방 빼라는 셋방 주인의 처사였다고나 할까.

어떤 아파트에선 주민 등살에 못 이겨 쫓겨난 적도 있다. 닭 튀기는 냄새 때문에 못살겠다며 아파트 관리실에 자꾸 민원을 넣어서였다. 어떤 날은 '이동 치킨'이 아파트에 왔다고 관리사무실에서 방송하면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어 눈치를 받기도 했다. 오산의 어느 아파트는 그 방송만 해주는데 1만5천원을 받는다고 하니 이들 노점상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소자본 창업이라 시작했는데........"

앞의 수많은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과하고 이들 부부가 이 일을 시작한 건 단순한 이유다. 이 일이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점포를 마련하는 값, 점포를 인테리어 하는 값 등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망해도 큰 손해 날 거 없다는 이 시대 서민들의 절박함이 묻어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는 것. 점포가 없어 자본이 덜 들어가지만, 점포가 없어 여러 가지 돌발위험이 늘 대기하고 있다. 그런 것을 감수해야 하는 이 부부는 늘 긴장 속에 장사가 될 수밖에.

김종삼 사장이 갓 튀긴 치킨을 들고 웃고 있다. 아내 이혜란 씨가 한사코 사진을 찍지 않는다고 해서 혼자라도 찍었다.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이혜란 씨는 천생 여자였다.
▲ 김종삼 씨 김종삼 사장이 갓 튀긴 치킨을 들고 웃고 있다. 아내 이혜란 씨가 한사코 사진을 찍지 않는다고 해서 혼자라도 찍었다.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이혜란 씨는 천생 여자였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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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가 엎친데 덮쳤을까. 재작년까지만 해도 장사가 그럭저럭 되었단다. 하지만, 지난 해 가을부터 장사가 급격하게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것. 기름 값의 상승과 경기 악화로 인한 것이라고 남편은 설명한다.

"식품공장을 경영하며 한참 잘나가나 했더니 'IMF 외환위기'가 와서 공장을 그만두었죠. 수입고기 정육점을 해서 돈 좀 버나 했더니, 수입정육점이 많이 생겨 또 그만두었죠. 이번엔 치킨 노점상을 해서 기회를 잡나했는데, 결국........".

이 말을 하는 김종삼 씨의 한숨 소리가 길다.

"돈도 좋지만, 마음이 건너올 땐 감동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안 좋은 일만 있으랴. 이들 부부에게 잊지 못할 손님이 있다. 화성 어느 곳의 한 손님의 이야기다. 그 손님은 갈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치킨을 사가곤 했다. 그의 손에는 음료수 등이 빠진 적이 없었다고. 그 음료수를 건네주면서 "고생하신다."며 위로의 말을 항상 건네 왔단다. 아무리 돈을 통해 사고파는 관계라도, 따스한 마음이 건너올 땐 감동이란다. 세상 살만한 곳이라 느껴진다고.

자신들의 치킨 소스를 직접 개발했다. 그래서 이름 하여 '장돌뱅이 치킨'이다. 이름 그대로 '장돌뱅이'다. 처음엔 아파트의 알뜰 장을 떠돌아다녔고, 지금은 단독으로 아파트와 대형마트 앞을 떠돌아다닌다.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소스로 닭 강정을 해서 팔면 손님들의 반응이 그들에게 힘이 되곤 한다. 유명 메이커 치킨보다 맛있다는 말 때문이다. 치킨 맛에 대한 이들 부부의 자부심은 대단한 듯보였다. 

안성의 한 아파트 앞에 서 있는 이들 부부의 이동 점포. 지금은 저녁 8시라 어둑어둑하다.
▲ 포장마차 안성의 한 아파트 앞에 서 있는 이들 부부의 이동 점포. 지금은 저녁 8시라 어둑어둑하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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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부부의 집은 평택 오승면이다. 이 장사 덕분에 평택 인근 도시는 안 가본 데가 없단다. 평택은 물론이고 천안, 온양, 당진, 발안, 수원, 동탄, 용인, 안성 등. 경기 충청권은 거의 돌아다녀본 셈이다. 음식 장사이니 당일치기라서 더 멀리는 가본 적이 없단다.

아침 6시에 기상해서 밤 12~1시 취침이란다. 하루 4~5시간 자고 장사를 하더라도 밤에 귀가 할 때 장사가 잘 된 날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그날 장사여부에 따라 몸의 피로도가 확연히 다르다는 이들 부부. 오늘은 어느 도시의 아파트 앞에서 장사를 하고 있을까.


태그:#이동 치킨, #치킨 노점상,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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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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