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파로호 뱃길여행
 파로호 뱃길여행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화천이 이렇게 멋진 곳인 줄 몰랐습니다."

지난 10일 화천투어에 참여한 원어민 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미국,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 온 20여 명의 원어민 선생들은 초등학교(15개교), 중학교(4개교), 고등학교(4개교)에 배치되어 외국의 문화와 회화를 지도한다.

1년 단위 계약에 따라 화천에 거주하는 원어민 선생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지역 사람들은 적다. 영어로 소통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들(원어민교사)은 휴일이면 서울이나 대도시로 나가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관람하는 것으로 소일한다.

"1년간 이들이 이곳에 살면서 지역현황이나 관광지 등 아무것도 모른대서야 말이 됩니까!"

김세훈 화천군청 관광정책과장의 말이다. 이에 '원어민 교사 화천 보여주기 행사'를 계획했다. 코스는 칠성전망대 DMZ투어, 산소길 트래킹, 파로호 뱃길 여행, 평화의 종 타종으로 정했다.

DMZ 둘러본 원어민 교사들 "유일한 DMZ 현장에 있다니..."

칠성전망대에서 DMZ현황에 대해 유창한 영어로 설명한 황선혁 일병은 단연 인기 최고였다.
 칠성전망대에서 DMZ현황에 대해 유창한 영어로 설명한 황선혁 일병은 단연 인기 최고였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저쪽에 보이는 곳이 적 GP이고 정면에 위치한 것이 아군 GP(GUARD POST)입니다.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2㎞ 떨어져 동서로 그은 선을 북방한계선, 남쪽으로 2㎞ 떨어져 동서로 그은 선을 남방한계선이라고 합니다."

칠성전망대에 도착한 우리 일행에게 유창한 영어로 설명하는 칠성부대 황선혁 일병도 신났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DMZ 현장에 와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영국출신 아멜리아 로스(Amelia Rose) 선생의 소감이다. 지역현황 및 관광에 대한 통역은 미국출신 백라라(Baek Lara) 선생이 맡았다. 라라선생은 재미교표로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의 한국어 및 한국문화에 대한 열의 덕분에 한국어에 능통한 교사다. 내가 한국말로 설명하면 라라선생이 원어민 선생들에게 영어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 중에 의문 나는 것 있으시면 질문 주시죠?"
"Any questions?"
"Nothing."
"Thank you so much."

'다른 질문 있나요? 없습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박장대소. 외국인들이 이런 종류의 농담을 좋아하는 줄 몰랐다.

산소길은 묘지 가는 길?

산소길 투어 중 기념촬영
 산소길 투어 중 기념촬영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이곳이 산소길이 시작되는 구간입니다. 숲속 1km와 물위 1km 산책을 마치고 중식 장소로 이동 하겠습니다"
"유명한 사람이 살았던 곳인가 봐요?"

아뿔싸! 질문의도로 보아 통역 선생님께서 산소(Oxygen)를 산소(Grave)로 소개를 한 것 같다.

"산소길은 물위와 숲속으로 조성이 되어있기 때문에 많은 산소(O₂) 발생으로 마음이 가벼워지고 정신이 맑아진다는 뜻의 구간입니다"

행여 묘지길로 오해할지 몰라 세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40여 분 정도의 산소길 산책에 이어 도착한 중식장소. 특색있는 음식이 어떤 게 있을까 고민 끝에 결정한 곳이 콩사랑 이란 식당이다. 이 식당은 마을에서 생산한 순수 국산 콩을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식당으로 <오마이뉴스>에 소개가 된 적도 있는 꽤 유명한 곳이다. 중식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라 자시라 포크(잣 껍질로 키운 돼지고기 지역 브랜드)와 콩탕 등 다양한 콩 음식이 등장하자 그들은 '브라보'를 연발한다.

공짜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37.5톤 규모의 평화의 종은 분쟁 30개국에서 보내온 탄피와 한국전쟁 유해발굴시 나온 탄피를 녹여 만든 범종이다.
▲ 세계 평화의 종 37.5톤 규모의 평화의 종은 분쟁 30개국에서 보내온 탄피와 한국전쟁 유해발굴시 나온 탄피를 녹여 만든 범종이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이곳이 산속의 바다라고 불리는 파로호입니다. 이름이 파로호인 것은 한국전쟁 당시 많은 중국군인들이 죽었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실제로 아군의 더 많은 희생이 있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분의 조상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만리 배터에서 평화의 댐까지 가는 배안에서의 파로호 설명에 대해 잠시 분위기가 숙연해 진다.

"이 세계평화의 종을 타종하는 데, 1인당 500원을 받습니다. 그 돈은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지원한 에티오피아 참전 후손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보내집니다. 한국전쟁 이후 에티오피아의 왕조가 몰락하면서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이 왕의 근위대란 명목으로 천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여러분들을 위한 화천 관광투어기 때문에 타종 비용을 화천군에서 부담하도록 하겠습니다."

'무료라니까 좋아할 것이다'라는 생각에 이렇게 말했는데, 이들의 표정이 그다지 기분 좋아 보이지 않는다. 눈치를 챘는지 통역을 맡은 라라 선생께서 '외국인들은 정당하지 않은 특별한 대우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귀뜸한다. 일반 국내 관광객들 기준으로 배려해 말했던 것이 오히려 하지 않으니만 못했다.

비목타워 옆에는 한국전쟁 참전 16개국의 국기가 새겨져있다. 자신의 나라 국기 앞에서 경건해 지다가 어린애들 마냥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오늘 투어는 단순히 화천을 알리는 기능 외에 한국전쟁과 평화의 중요성을 알려준 효과도 있다는 생각이다.

"화천에 1년여 살면서 오늘 참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오늘 투어 내용에 대해 8월에 귀국하면 내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할 것이다. 오늘 투어에 대해 감사한다."

'진즉에 왜 오늘과 같은 원어민을 대상으로 한 투어 생각을 못했을까'라는 생각에 "여러분들이 화천에 계신동안 불편하신 사항이나 궁금하신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제게 전화나 메시지로 알려 주세요. 제 전화번호는 0000입니다" 라고 말했는데, 너무 오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럴 리 없겠지만,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서 이것 좀 해결해 달라, 저것 좀 처리해 달라고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외국인들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것 또한 큰 보람 아니겠는가!


태그:#원어민교사 화천투어, #산소길, #칠성전망대, #파로호, #평화의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밝고 정직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오마이뉴스...10만인 클럽으로 오십시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