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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저도 연세대 백양로에 있었다. 문익환 목사의 절규를 들었다. 백양로에서부터 걸어 시청광장까지. 그 인파가,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그렇게 많이 모인 인파는 없었을 거다. 그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그때 그 기억을 가지고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한열 열사는 결코 죽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 이한열 열사 25주기 추모제에서 연사로 나섰다. 박원순 시장과 고 이한열 열사의 인연은 박 시장이 인권변호사 시절이던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1987년 6월 8일 당시 최루탄 발사를 명령한 경찰들을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박원순 변호사를 비롯한 22명의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나섰다.

 

"김상진 열사 추도식 참석했다 구속...삶이 바뀌었다"

 

8일 이날 강연의 주제는 '박원순, 청춘에 답하다'. 박 시장은 이한열 열사가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숨지기 12년 전으로 시곗바늘을 돌렸다.

 

"1975년, 저는 봄꽃이 만발한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를 거니는 신입생이었다. 배은심 어머니가 이한열 열사에게 '제발 데모는 하지마라'고 하셨다는데, 저희 어머니도 '제발 세 사람 이상 모인데 가지 말라'고 하셨다. 그런데 5월 22일 김상진 열사 추도식에 갔다가 저도 경찰에 잡혀서 학교 잘리고 영등포 구치소에 수감됐다. 당시 저는 신입생으로서 아무런 의식이 없었다. 그날도 신촌에서 이화여대생과 미팅 약속이 있었다. 그런데 경찰이 너무 잔인하게 진압하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데모에 합류했다. 1980년 광주항쟁이 끝날 때까지도 저는 복학을 못했다."

 

박 시장은 "그때의 경험 때문에 제 삶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검사생활을 오래 하지 못하고 변호사가 된 것도 그 80년대의 '찐한 경험' 때문이었다"면서 "이후 인권변호사 조차도 제 길이 아니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시민운동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제가 지금은 서울시장이라고 하는 자리에 와있지만, 이건 제 의지로 온 게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불러주셔서 제가 서울시장이 됐다(웃음). 그 전까지는 저는 평생을 낮은 곳에서 시민들의 권익을 위해서 우리 사회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그런 일을 위해 평생을 바치려고 했다. 그런데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 이렇게 역사가 거꾸로가는 상황 속에서 제 한 몸 건사하려고 이렇게 있어도 되나'. 그런 죄책감 때문에 공직의 자리에 나왔다."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 놓아버리면 세상은 금방 거꾸로 가"

 

이날 강연에서 박 시장은 대학생들에게 '열정'과 '관심'을 주문했다. "지금 상황이 87년 못지 않은 위중한 위기들로 가득차 있다"고 진단한 박 시장은 "오늘날 한국사회에 몰아 닥치고 있는 수많은 위기들로 인한 피해는 청년 여러분들이 가장 많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세상에 눈을 뜨는 일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면서 "저는 우연히 데모를 참여했다가 감옥에 가는 바람에 세상에 눈을 떴다, 어찌보면 제가 꿈꿨던 길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됐지만 저는 그때 너무나 감옥을 잘 갔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때 감옥을 가지 않고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녔다면 저는 아마도 제 일신상의 안녕을 누리기는 했지만 시민들에게 눈총을 받고 때로는 지탄받는 사람이 됐을 것이다. 청년의 나이에 결단할 수 있는 것은 안정된 직장이 아니라 정말 이한열 열사가 걸어가고, 저도 본의아니게 그 뒤를 따라 걸어갔던 그런 길처럼 역사 앞에 떳떳하고 사람들에게 떳떳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어진 연대생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박 시장은 특히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다. "민주주의가 공기나 물과도 같아져서 그 가치를 찾기 힘들다"는 한 대학생의 질문에 박 시장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을 놓아버리면 세상은 금방 거꾸로 간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몇 년 간 그런 것을 경험하시지 않았나"라면서 "시민들이 민주주의라는 새를 다 잡았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 새장의 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그 새는 푸더덕 날아갔다"고 말했다. 

 

"일상의 민주주의, 정말로 가야할 길이 많다. 청년세대들이 그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여러분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세상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1대 99라고 말할 정도로 점점 더 격차가 심해지는 세상인데 99%의 다수를 제대로 대변하는 그런 정당, 정치가 있나. 그런 것을 바꾸기 위해서 시민들이 일어나고 투표에 참여하고 있는가. 민주주의는 오히려 굉장한 위기와 난조에 빠져있다. 민주주의는 참여하는 만큼 바뀐다. 자포자기하면 아무것도 되는 것 없다. 저는 가능하다고 믿고 참여하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태그:#박원순, #이한열, #이한열 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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