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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촌 마을길을 아이들을 태우고 달구지가 다니고 있다
▲ 달구지 선비촌 마을길을 아이들을 태우고 달구지가 다니고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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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경북 영주시를 찾았다. 맑은 아침빛이 선비촌에 소낙비처럼 쏟아진다. 순간 마을은 세안을 한 듯 말끔한 모습이다. 담장너머로 꽃들은 새 색시처럼 곱게 단장을 하고 나뭇잎들은 어린아이처럼 맑게 웃고 있다.

산위로 해가 떠오르면서 마당에 지붕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아직 아무 인기척이 없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마당을 쓰는 사람도 없다. 그림자만이 골목에서 서성댈 뿐 고요하다. 가만히 골목길을 걸어본다. 예전에 마을에서 친구들과 숨박꼭질 하던 그 때처럼 골목 안은 추억만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때 어디선가 장닭의 홰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꼬기요~ 꼬기요~" 참으로 우렁차다. 조그만 몸체에서 어떻게 그렇게 큰 소리가 나오는지!  어렸을 적 잠결에 수없이 듣던 고향소리다. 몇 시 쯤 되었을까? 시계를 보았다. 일곱 시가 되어 간다. 새벽닭 울음소리라 하기엔 너무 늦다. 해가 마을 깊숙이 들어 왔는데도 아무 인기척이 없자 장 닭이 심술궂게 고함을 치는 모양이다.

어느 초가집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섰다. 잘 생긴 암소 한 마리가 외양간에 매여 있다. 마치 부모님이 계시던 고향집처럼 대문 옆 외양간에 소가 서 있는 것이다. 너무 반가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어! 진짜 소야!" "여물을 먹고 있네" 그러나 소는 눈인사도 없다.

도통 세상에 아무 관심이 없는 듯 지푸라기만 씹어대며 딴전을 피우고 있다. 집안에서 소를 만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고향집에서 만난 소처럼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그러나 그에게는 불청객이었나 보다.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차갑게 외면을 한다.

선비촌 마을 서민 집안에서 키우는 토종닭들이 먹이를 찾고 있다
▲ 토종닭 선비촌 마을 서민 집안에서 키우는 토종닭들이 먹이를 찾고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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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간 옆으로 파란 그물로 만들어진 닭장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안에서 토종닭들이 아침을 먹고 있다. 닭장으로 가만히 다가갔다. 장 닭이 고개를 쳐든다. 경계의 빛이 역력하다. 그러나 다른 놈들은 외양간에 매어 있는 소처럼 이방인에 전혀 관심이 없다. 모이만 열심히 쪼아 대고 있다.

아침빛이 지붕을 뚷고 마당에 쏟아 붇고 있다. 닭장을 비집고 들어온 맑은 빛은 장닭을 눈부시게 분장을 시킨다. 해빛에 비친 붉은 장닭의 볏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만일 암 닭들이 장닭의 눈부신 볏을 보았다면 모두 반하고 말았을 것이다.

시장기가 돌아 선비촌 내에 있는 식당을 찾아 들어 갔다. 들마루가 놓인 식당은 옛 장터와 풍경이 너무 흡사하여 백 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해장국의 맛도 일품이지만 식당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이 여유롭고 흥미롭다. 선비촌 입구로 몰려온 사람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당에서 장난을 치는 아이들, 모델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는 동호인들 그리고 선비촌을 관람을 하기 위해 줄지어 들어가는 여행객들, 모두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아침 빛이 장독대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 장독대 아침 빛이 장독대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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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에  앉아 사람들이 장기와 책을 보며 소일하고 있다
▲ 대청마루 풍경 대청마루에 앉아 사람들이 장기와 책을 보며 소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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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촌 어디선가 다듬이 소리가 들려온다. "뚝딱뚝딱~ 뚝딱뚝딱~ " 정겨운 고향의 소리다. 아침을 먹고 소리가 나는 어느 기와집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대청마루에 앉아 다듬이를 두드리고 있다. 머리가 허옇게 쉰 할머니들은 익숙한 솜씨로 방망이를 두드린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게 되는 풍경이라 잊혀져가는 옛 추억에 그만 빠지고 만다.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머니께서 마루에 앉아 늘 들려주던 소리다. 잠시 다듬이 두드리는 광경을 보고만 있는데도 팔이 저려온다. 세탁소가 없던 옛날에 여인들이 겪었을 노고가 가히 짐작이 된다.

선비촌은 한국 유교문화 발상지인 경북 영주군의 소수사원이 자리하고 있는 곳에 인접해 있다. 선비정신을 계승하고 전통마을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하여 우리 고유의 생활 체험의 교육장으로 활용하고자 설립되었다고 한다. 양반집에서 부터 서민의 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한옥이 선비촌에 들어서 있으며 오늘날에 쉽게 볼 수 없는 옛날 고유의 삶의 모습을 사람들이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처마밑으로  해빛이 살포시 들어와 부엌을 비추고 있다
▲ 부엌 처마밑으로 해빛이 살포시 들어와 부엌을 비추고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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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달구지, 다듬이소리, 떡메치기, 전통혼례, 외양간에서 여물을 먹는 소까지 옛날에 우리 고유의 전통마을에서 볼 수 있었던 추억의 모습을 그대로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지 공예, 짚풀공예, 도자기공예는 물론 서당체험과 두부 만들기까지 다양한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을 할 수 있어 선비촌은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전통문화 체험공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선비촌은 숙식이 가능한 곳으로 예약(선비촌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예약 가능)을 해야만 한다. 숙박시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어렵다. 선비촌은 단양을 너머 풍기읍에서 부석사로 가는 길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에 한옥마을이 예전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하천을 건너는 외나무다리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물섬마을과 의상대사와 선묘낭자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전해져오는 부석사가 있다. 가족과 함께 유교문화를 체험하고 시원한 물에 발을 담글수 있는 여름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올해 경북 영주시 선비촌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한국관광의 별 조직위원회에서 '2012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태그:#선비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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