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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일생을 여덟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는 팔상도 중 붓다의 탄생을 설명하고 있는 장면
 붓다의 일생을 여덟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는 팔상도 중 붓다의 탄생을 설명하고 있는 장면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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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부처님이 실존 인물이라고 하는 데는 이의가 없습니다. 하지만 실존인물인 붓다가 태어나자마자 한 손을 치켜들고, 일곱 발자국을 걸으며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는 말을 했다는 설명은 동정녀가 출산을 했다는 것만큼이나 황당하기 이를 데 없게 들렸습니다.

여타의 종교에 얽힌 신화나 설화들도 마찬가지지만 석가의 탄생과 일생을 전하는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는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도 적지 않습니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면 그런 신화나 설화가 만들어진 배경이 있을 것이며, 그런 이야기를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목적이나 의도가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를 배경이나 목적에 대한 설명 없이 무조건 믿으라고 하는 것은 자칫 교리에 대한 불신이나 맹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건축물도 그렇지만 교리나 학설을 스스로는 이해하고, 누군가에게는 전달하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합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 사실은 붓다가 35살 때 한 말

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이수창(마성 스님) 지음, 민족사 출판의 <왕초보 초기불교 박사 되다>는 불교의 근간이 되는 붓다의 일생에 포함되는 붓다의 가족사 등은 물론 부처님 재세 시의 초기불교를 기초를 다지듯 설명하고 있습니다.

<왕초보 초기 불교 박사 되다> 표지
 <왕초보 초기 불교 박사 되다> 표지
ⓒ 민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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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아라한(阿羅漢)이 되어 세간(世間)에서 뛰어나 견줄 이 없다. 천상(天上)과 또 이 인간(人間) 세상에서 나는 가장 높은 이가 되었노라. -중략-

후대의 불전(佛傳)에서는 이것을 보다 문학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이 내용을 붓다가 탄생할 때 읊은 것으로 미화시켰다. 이것이 바로 저 유명한 '탄생게(誕生偈)'가 되어버렸다.
- <왕초보 초기 불교 박사 되다> 83쪽

황당하게 들리던 탄생게, '천상천하유아독존'이 붓다가 태어나면서 한 말이 아니라 출가하여 깨달음을 얻을 후인 35살에 한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을 갓 태어난 아가가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황당하기 이를 데 없지만 35살 먹은 어른이 한 말이라면 이상 할 것도 없고, 황당할 일도 아닙니다.

어머니로부터 아가의 몸으로 태어나는 것도 탄생이지만 한 때의 잘못을 뉘우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새로 태어났다'고 일컫듯이 확연한 깨달음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 또한 또 다른 의미의 탄생이니 이때 한 말을 탄생게라고 한 것으로 설명하거나 생각하면 황당할 것도 이상 할 것도 없습니다. 

커다란 거목되고 지혜 무성한 그늘 될 것

1장에서는 붓다 시대의 역사적 배경과 혈통, 성장과 출가, 수행 과정을 아우르는 붓다의 생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왕초보'라는 말에 걸맞게 불교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불기, 석가탄신일에 관한 내용까지 세세하지만 쉽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2장에서는 붓다가 직접 설한 초기의 교리와 경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8만 4천 법이 모두 석가모니부처님이 설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경전 중에는 부처님이 직접 설한 내용들도 있지만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 제자들에 의하여 만들어 지거나 전해지는 경들도 적지 않습니다.  

어느 경전, 어느 가르침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왕초보 초기불교 박사 되다>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경전)들은 부처님이 직접 설하신 내용이니 부처님의 가치와 가르침이 오롯합니다.

붓다는 현세의 즐거움을 버리고 내세의 즐거움을 추구하라고 한 적이 없다. 어떤 사람은 열반을 죽어서 얻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열반은 살아 있는 동안 지금 그리고 여기서 획득하는 것이며, 사후에 기대되는 낙원이 아니다.
- <왕초보 초기 불교 박사 되다> 276쪽

붓다의 일생을 여덟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는 팔상도 중 악마 파순(惡魔波旬)이 젖가슴을 드러내며 수행 중인 붓다를 유혹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장면
 붓다의 일생을 여덟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는 팔상도 중 악마 파순(惡魔波旬)이 젖가슴을 드러내며 수행 중인 붓다를 유혹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장면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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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로지 깨끗하고 청정한 삶을 드러내라"는 대목은 전법자가 청정한 범행을 몸소 실천하라는 의미이다. 아무리 입으로는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으며, 조리와 표현을 갖춘 법을 설했다 할지라도 몸소 실천하지 않으면 감화를 시킬 수가 없다. 모름지기 전법자는 청정한 범행을 드러내어 모든 사람들을 감화시켜야만 한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 말은 공허할 뿐이다.
- <왕초보 초기 불교 박사 되다> 282쪽

마성 스님은 행동하는 실천을 전법자들이 갖추어야 할 제일의 덕목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초기불교를 들어 작금에 야기된 불교계의 세태가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는 출가자 들의 내재이기에 이를 경계하거나 일갈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설명이 쉽다고 해서 내용과 의미가 가벼운 것은 아닙니다. 튼튼한 거목들이 갖는 공통점은 눈에 보이는 나뭇가지와 잎사귀만 무성하게 아니라 굵은 뿌리도 튼튼하고 잔뿌리 역시 무성합니다. 아주 쉽게 설명하고 있지만 내용과 의미는 커다란 거목처럼 무성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은 튼튼합니다.

붓다의 생애는 잔뿌리처럼 세세하고, 석가모니 재세시의 가르침은 굵은 뿌리처럼 튼튼하며, 초기 불교를 설명하는 내용은 무성한 이파리처럼 풍부하니 <왕초보 초기불교 박사되다>를 통해서 접하는 불교는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커다란 거목이 되고, 지혜 무성한 깨달음의 그늘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왕초보 초기불교 박사 되다>┃지은이 마성┃펴낸곳 민족사┃2012. 5. 30┃값 10,000원┃



왕초보 초기불교 박사 되다

마성 지음, 민족사(2012)


태그:#왕초보 초기불교 박사 되다, #마성, #민족사, #천상천하유아독존, #이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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