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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로호의 평화로움 속에는 숱한 아픔의 역사가 있다.
 파로호의 평화로움 속에는 숱한 아픔의 역사가 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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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산속의 바다라고 불리는 파로호라는 호수입니다."

지난해, 중국 <인민일보> 기자라는 사람들과 동행해 파로호 전적비 앞에서 파로호에 대한 설명을 했는데, 갑자기 그들의 표정이 굳어진다.

파로호의 원래 이름은 대붕호이다. 하늘에서 보면 호수 모양이 커다란 새 즉, 대붕같은 형상이다 하여 대붕호라는 설도 있고, 또 옆 마을 이름이 구만리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옛날 이 마을에 대붕이 살았는데, '한 번 날개 짓을 하면 구만리를 날아간다'라는 의미로 대붕호로 이름이 지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파로호라는 이름, 이젠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한국전쟁 당시 전투가 가장 치열했던 곳 중 한 곳이 화천 파로호 전투이다. 이유는 일제에 의해 1944년에 건립된 이 발전소 탈환을 위해 한국과 유엔군은 서해안 일부를 포기하면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수만 명이 죽었는지, 수십만 명이 죽었는지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군인들의 시체가 얼마나 많은지 진군을 위해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종전 이후 군번만 수십 트럭이 나왔다니까 엄청나게 많은 군인들이 이곳 파로호 전투에서 전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한국전쟁 당시 실제 파로호 전투에 참가했던 김달육 할아버지의 설명이다. 그런데 왜 정확한 전사자 수와 전투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없을까.

이곳이 파로호임을 알리는 전적비
 이곳이 파로호임을 알리는 전적비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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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화천이란 곳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한국전쟁 전의 화천은 38선 이북지역이었다. 다시 말해서 북한의 통치를 받는 곳이다 보니 이남지역과 연결된 도로가 없는 첩첩산중이었다. 따라서 당시에 종군기자들이 출입할 수 없었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다.

다만, 3만여 명의 중공군(중국 공산당의 군대)을 호수에 수장을 시켰다 하여 1955년 이승만 대통령은 이 호수의 이름을 깨뜨릴破(파), 오랑캐虜(로), 호수湖(호)자를 써서 파로호라 명명했다.

그러니 파로호 전적비를 본 중국 <인민일보> 기자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다.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 패전의 역사가 자국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린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보아온 한문으로 쓰여 진 파로호라는 글귀를 보고 그 중국기자는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대단히 불쾌해 했거나 황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곡 <비목>의 탄생 배경

화천은 국민 가곡인 <비목>의 발상지이다. 1960년대 초급장교였던 한명희 초급장교(비목 작사가)는 화천 백암산 기슭에 뒹구는 한국전쟁 당시 숨진 이름모를 병사의 철모와 돌무덤을 보며 작시를 한 것이 국민가곡 비목의 탄생 배경이다.

이에 화천군은 1996년부터 평화의 댐 인근에서 매년 비목 문화제를 개최한다.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20개국(아군 : 한국, 유엔 16개국, 공산군 3개국)의 젊은 넋을 위로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전쟁 당시 스러져간 어느 이름모를 병사의 철모
 한국전쟁 당시 스러져간 어느 이름모를 병사의 철모
ⓒ 화천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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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댐이 위치한 파로호 끝 지점인 구만리에서 물길을 따라 24km를 가다보면 평화의 댐 상류에 서 있는 세계평화의 종을 만날 수 있다. 37.5톤 규모의 이 종은 단순히 놋쇠를 녹여 만든 일반 종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종 제조 당시 세계 30개 분쟁국에서 보내온 탄피와 30개국에서 넘겨받은 종을 비롯해 한국전쟁 유해 발굴 작업 시 나온 수 톤의 탄피를 녹여 만든 종이다.

이 종소리에는 '이스라엘 병사가 팔레스타인 소녀를 향해 쏜 탄피의 소리',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독일 장교가 젊은 독일 병사에게 발사한 탄피 소리', '한국전쟁 당시 홀어머니를 그리며 적의 총탄에 스러져간 어느 이름모를 병사의 절규', '의용군이란 이름으로 멀리 중국에서 끌려와 죽은 16세 중국 소년의 슬픔' 등 세계평화의 종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참으로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세계평화의 종
 세계평화의 종
ⓒ 화천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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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종은 세 번 울린다. 첫 번째는 전쟁으로부터의 평화이다.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이 이데올로기나 국가간의 갈등에 의한 전쟁으로 희생되었다. 따라서 이젠 이 땅에 더 이상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두 번째는 종교로부터의 평화이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또는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많은 분쟁이 있었다. 세 번째는 인종으로부터의 평화이다. 얼굴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핍박을 받고, 우월감을 갖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인종 간 갈등을 없애고 평화를 이루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평화의 종 3타의 의미이다.

57주년을 맞이한 현충일. 위정자들, 그들의 목적을 위한 평화가 아닌 전 국민이 염원하는 평화의 종소리가 지구 만방에 울려 퍼지길 기원한다.


태그:#한국전쟁, #파로호, #평화의종, #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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