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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생실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김연아 선수.
 지난 3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생실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김연아 선수.
ⓒ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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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생실습을 시작하기 전 3월, 김연아는 갈라 프로그램을 공개한 기자회견에서 아이스 쇼 이후 일정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아이스 쇼가 끝나자마자 교생실습에 들어가게 되는데 걱정이 많이 돼요. 사범대 학생이면 다 겪는 일인데 특별히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는 현장에 가봐야 알 것 같은데, 혹시나 학생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이에요(웃음)."

지난 4일, 김연아의 교생실습이 끝났다. 5월 8일부터 4주간 진선여고에서 교생실습 과정을 마친 김연아는 지난 3월 자신의 발언을 떠올리면서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내 예상이) 반은 맞고 반은 빗나갔네.'

일부 교수들, 김연아의 교생실습 문제 삼아

졸업을 앞둔 사범대생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교생실습. 사범대생 김연아의 교생실습에 지나친 관심이 쏟아졌다. 지난 한 달 간 김연아 교생실습은 언론뿐 아니라 전국민의 관심사 중 하나인 듯했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김연아 교생실습' '진선여고 김연아' '김연아 교생패션' 등의 말이 꾸준히 올라왔고, 교생실습과 관련한 기사와 칼럼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 동아대 생활체육학과 정희준 교수가 쓴 '춤추며 맥주 마시는 선생님, 우리 김연아 선생님!(5월 14일)'과 '아이유와 김연아, 누가 진짜 '바보'인가?(5월 21일)'칼럼이 논란이 됐다. 21일 자 칼럼에서 정 교수는 "학업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김연아가 교생실습까지 나가게 됐고, 교생실습 중에도 자신의 강의 시간을 채우지 않고 일찍 퇴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의 글에서 피동형 표현과 가정형 문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라고 알려졌다, ~듯 하다, ~했다면 ~했을 것이다'. 사실에 기반한 근거를 제시해 논리를 주장하기 보다는 입증되지 않은 것들을 엮어 글을 쓴 것이다.

지난 5월 22일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 출연한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김연아 교생실습 논란에 정점을 찍었다.

"(김연아 선수가) 교생실습을 성실하게 간 것은 아니고요. 교생실습을 한 번 간다고 쇼를 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한 거겠죠."

이어 황 교수는 "김연아 선수가 국가적인 일이나 개인적인 일로 외국에서 주로 훈련 받고 외국을 다니는데, 수업을 안 들었다고 해도 학점을 인정해주고 졸업을 시켜주는 그런 학교 인가 봐요?"라며 김연아가 대학과정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커리큘럼 모두 이행... 교생실습 문제 없다"

김연아는 2009년 체육특기자로 고려대에 입학했다. 대학진학을 고민하던 2008년, 고려대는 "김연아가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올림픽을 비롯한 선수로서 활동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제시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1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김연아는 그동안 해외에 체류하며 사이버 강의와 리포트 제출로 대체했던 대학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트위터에는 학교 식당에서 밥 먹는 김연아의 모습과 강의실에서 동기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왔고,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학교에서 연아를 보니 사인 받고 싶었지만 연아의 일상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멀리서만 지켜봤다" "학생들 사이에 둘러싸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등의 김연아 등교 인증 후기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김연아 과 동기라고 소개한 학생은 JTBC 리포터의 "김연아 선수는 10번 출석해야 할 수업이라면 몇 번 정도 출석하는가"라는 질문에 "거의 9번"이라고 답했고, 교생 실습 수업을 같이 들었다던 또 다른 학생도 "교생수업 가기 전까지 수업에 다 잘 나왔어요"라고 말했다.

서태열 고려대 교수(김연아 입학 당시 입학처장)는 JTBC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무리없이 수업을 다 수강했고 학사과정을 이행했으면 교생실습에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해 정해진 커리큘럼을 모두 이행한 김연아가 교생실습에 나가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황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확인한 적도 없으면서... 어이없었죠"

지난 1일, 수업을 마친 진선여고 학생들이 하교 중이다.
 지난 1일, 수업을 마친 진선여고 학생들이 하교 중이다.
ⓒ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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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가 교생실습 중인 진선여고 학생들은 황 교수의 '쇼 발언'에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1일, 수업을 마치고 교문을 나서는 진선여고 학생들을 만났다. 학생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약간 속상했어요. '일부러 스캔들 만들려고 그러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 박소희 학생

"어이없었죠. 교수님은 겪어보지도 않으셨고, 학교에 와서 확인한 적도 없으면서 그냥 아는 척 하시는 것 같았어요." - 이예은 학생

"황당했죠. 김연아 선생님 맨날 나오고 계시거든요. 2학년 이과반이랑 3학년 반에 들어오셔서 배드민턴도 같이 치고 그랬어요. 사실 확인도 안하고 그런 얘기하셔서 어이 없었어요." - 김채영 학생

"그 교수님 이야기 듣고 열 받았어요. 연아 선생님 수업 많이 나오시거든요, 안 알려져서 그렇지. 체육대회도 같이 하셨고, 수업 들어오셔서 피겨 이론에 대해서도 알려주셨어요. 스케이트 날이라든지, 동작, 스파이럴 같은 것들이요. 피겨 이론에 대해서 배운 적이 없어서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그것도 선수가 직접 알려주시는 거라서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TV에서만 보던 사람이 우리 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한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설렜는데 막상 수업 듣고 나니 친근한 마음으로 변했어요."(김홍주 학생)

김홍주 학생은 교생실습을 마친 김연아 선생님께 한마디를 부탁하자 "이제 못 본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지만, 연아 선생님 우리학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연아의 수업을 듣지 못한 문과반 학생은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제발 문과반에도 들어와줬으면'하고 맨날 생각했어요. 이과반 친구들에게 질투도 많이 났고요. 연아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온다는 소식 듣고 꿈도 꿨거든요. 꿈에서 연아 선생님이랑 사진도 찍고 대화도 나눴어요. 그런데 막상 수업은 이과반에만 들어가셔서 너무 아쉬웠어요. 그런데 이게 이과반 친구들이랑 연아 선생님한테 잘못이 있는 건 아니니까 이해는 해요.

그런데 수업말고도 연아 선생님 얼굴을 잘 볼 수 없어서 서운했어요. 연아 선생님이 종치고 이동하면 애들이 복도로 다 몰려서 위험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은 다른 반보다 조금 늦게 수업 시작하고 쉬는 시간 종 치기 몇 분 전에 수업을 끝내셨어요. 그럼 저희는 복도에 지나가는 연아 선생님 보려고 수업이 안 끝났는데도 눈과 귀는 복도로 향하고 그랬죠. 담당 선생님한테 연아 선생님 보고 싶다고 우리도 수업 빨리 끝내주시면 안되냐고 조른 적도 있어요.(웃음)"  - 문성은 학생

김연아가 담당한 2학년 11반 소속인 정민지 학생은 "김연아 선생님 수업 몇 번 들었는데, 집중 잘되고 수업 분위기도 좋았어요. 저희가 언제 가장 힘든지,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같은 질문도 던졌거든요. 선생님이 몸매 관리는 '습관'이라며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하신다고 얘기해주셨어요"라고 말했다. 또 생각보다 학생들이 '김연아 선생님과의 인증샷'을 인터넷에 많이 올리지 않는 것 같다고 묻자 "처음에 단체 사진 찍은 것을 우리 선생님이 페이스북에 올리셨는데 그게 바로 기사화가 된 거예요. 저희 신상도 있는데...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자제하는 분위기가 됐어요"라고 답했다.

사범대 학생이면 누구나 겪는 일에 큰 관심을 받을 거라는 김연아의 예상은 적중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그의 예상은 기우였다. 학생들은 일반 사범대생과 국가대표의 교생실습 과정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교정에서 교생선생님과 음료수를 마시며 대화하는 추억을 쌓지 못한 학생도, 김연아 선생님의 수업을 듣지 못한 문과반 학생도, 떠나는 김연아 선생님에게 한마디를 부탁한다는 말에 입을 모아 '더 친해지지 못해 아쉽지만 우리학교의 명예를 높여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한 것 아닐까.


태그:#김연아, #교생실습, #진선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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