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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해군기지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관계자들을 방문했다. 바로 다음 날인 2일 낮 해군기지 반대 투쟁으로 두 번의 감옥생활과 120여 일 옥중 단식을 한 양윤모 전영화평론가협회장을 만났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강행 저지 투쟁의 산증인, 지난 3년간 해군기지 저지를 위해 투쟁하다 두 번의 구속에도 옥중단식을 통해 해군기지 저지의 정당성을 알린 사람. 2011년 첫 번째 구속된 후, 강정마을과 구럼비 바위를 지키기 위해 80여 일간의 살인적 옥중단식을 했고, 2012년 초 업무방해로 두 번째 구속 중에도 42일간의 옥중 단식을 했던 사람. 지난 3월 20일 석방돼 보식 중에도 어김없이 강정마을 해군기지 저지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이 바로 양윤모 전 영화평론가협회 회장이다.

 

양윤모 회장은 지난 2002년부터 언론개혁운동을 함께 하며, 자주 만나 소통을 했던 선배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간 후, 한참 동안 소식이 없다가 지난 2010년 12월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오랜만에 한 통의 전화를 했다.

 

▲ 양윤모 전영화평론가협회장 2일 낮 제주공항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양윤모 전영화평론가협회장이다. 그는 해군기지 저지 투쟁으로 두 번의 구속과 100여일의 단식 투쟁을 벌인 장본인이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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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통화중 제주 강정마을을 지켜야 하니 한 번 내려오라는 부탁을 했다. 반드시 내려가 취재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박사과정 수업과 논문 준비로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항상 마음속에 선배에 대한 미안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가 해군기지 반대 투쟁으로 첫 번째 구속과 두 번째 구속을 당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너무 죄송하고 마음이 아팠다. 그런 찰라 그가 석방됐고 지난 2일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임원 제주세미나를 계기로 그를 다시 만나게 됐다.

 

지난 2일 낮 12시 20분쯤 제주공항 내 대합실에서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임원들과 그를 만났다. 그는 오랜 단식으로 몸이 회복되지 않아 현재도 보식 중이었다. 일행이 서울행 비행기 출항을 앞둔 시점에서 우리를 만나고자 손수 공항까지 나온 것이었다. 단식으로 초췌했던 모습은 많이 사라지고, 겉보기는 건강해 보였다. 불교식 합장을 하며 밝은 모습으로 일행을 맞았다.

 

그는 먼저 "강정마을 해군기자 저지 관련 한나라당(새누리당)의 프레임에 끌려 다니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앞으로 강정마을 해군기지 저지 전국범대책위원회의 정책을 인기협이 많이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오는 6월 10일 서울광장에서 있을 미순 효순 10주기 추모행사에서 해군기지 저지 투쟁관련 강정마을 대표로 5분 발언을 하기로 했다"면서 "그때 와 취재해 보도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강정문제는 단순한 마을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제주도 평화는 물론이고, 동북아 더 나아가 세계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반대를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부사람들도 많이 도와주고 있지만 그 중심의 축은 강정마을 사람들이다. 마을 사람들이 주체적이고 주권자적 입장에서 행동하고 있다. 해군기지 강행 관련 민주주의 절차적 문제들이 생략됐다. 법치주의적인 것이 무시되면서 무력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당성을 갖고 싸우고 있다."

 

그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 반대를 위해 싸우는 기본적인 메시지는 민주주의 회복이다"면서 "이런 진실이 전달이 잘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싸움이 전개되면서 보수언론은 덧칠해서 이념논리나 이분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러분(인기협)이 도와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월 20일 저녁 제주교도소에서 석방된 후 한 풀뿌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평론가로서 얻은 지혜 때문에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영화평론가로서 세상을 살면서 얻은 지혜가 있다면 자기직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술가의 작품을 발견하면 빼어난 예술작품에 대해 평론가가 나서 보호해야 하고, 그 작품을 만들고 창조한 예술가에 대해서 기리고 평가해야 하는 것이 직업평론가의 역할이다. 인생을 살면서 얻은 지혜는 구럼비는 세계 어디에 가도 볼 수 없는 희귀한 바위였다는 점이다. 제가 지난 3년 동안 그 바위에 살면서 바위와 나누었던 수많은 대화가 오는날 많은 사람들에게 영적으로 영향을 줘서 이렇게 지켜야 할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것이 영화평론가의 신념이고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신이 창조한 구럼비 만큼은 영성이 넘치는 바위이고, 3년 동안 구석구석 찾아다닌 하나하나 바위마다 자연의 손길과 예술가 작품들이 숨겨있는 것을 봤다."

 

1일 오후 4시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관계자들을 만났다. 해군기지 반대를 위해 공사장 입구에서 1인 시위, 백팔번뇌하고 있는 지킴이들을 보았다. 그리고 이들이 무턱되고 해군기지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설계오류, 환경영향평가 위반, 문화재법 위반, 이중계약서 체결 의혹 등의 문제에다 1조원이 투입된 사업임에도 마을 주민 공청회 한 번 없이 진행된 것에 대한 항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현재 해군기지 반대 투쟁으로 10여 명의 구속과 수 백명이 연행됐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가 3관왕을 준 천혜의 자연환경, 평화의 섬 제주를 온전히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강정마을 앞바다에는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442호로 지정된 연산호 군락지가 있다.

 

1km짜리 통바위, 구럼비 바위는 그 자체로 습지이고 멸종위기종인 각종 동식물들이 서식한 곳이었다. 하지만 구럼비 바위와 연산호 군락의 파괴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군함에서 내보내는 오염물질과 생활쓰레기가 심각한 환경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인 듯 보인다. 제주 4·3사태의 아픔이 강정마을에서 재현되고 있는 듯했다. 이 아픔을 이곳에서 지난 3년을 기거해 온 양윤모 전 영화평론가협회장이 잘 알고 있었기에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태그:#강정마을, #양윤모, #구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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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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